"약속 이행 않는 재개발 조합... 은평구청이 나서 해결하라"

[인터뷰] 현금 청산 위기에 거리 나선 은평구 불광동 은광교회 성백용 목사

등록 2023.12.28 11:29수정 2023.12.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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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오전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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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친 뒤 애써 웃어 보인 은광교회 성백용 목사 ⓒ 차원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자리한 은광교회가 현금 청산 위기에 처했다. 교회는 재개발 조합이 불광5구역에서 교회 제척(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것)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회가 이대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경우, 현금 청산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교회는 은평구청을 상대로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은광교회는 세월호 관련 지역 활동가 모임, 불광초등학교 독서동아리 모임 등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서카페 '파쳄'을 운영하고 '은광지역아동센터'를 개설, 교회 주차장을 개방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은광교회 성백용 목사와 교회발전위원회 도경선 장로를 지난 24일 오후 은광교회에서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직접 설명해달라.
"현재 은광교회가 포함된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은 주민동의 ⅔ 찬성이 있으면 정비구역 지정이 되고, 정비사업에 반대하는 ⅓ 주민도 강제적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는 악법이다. 현재 관리처분인가 단계인데, 은광교회는 정비구역 내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교회 측에서는 2018년부터 제척을 지속적으로 조합과 구청에 요구해 왔고, 2021년 9월 23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 은광교회의 양해와 은평구청의 중재로 조건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사실 제척 문제가 불거지기까지는 우리 교회에서 재개발 조합총회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순진했던 거다. 그러나 조합이 내놓은 신축안을 보니, 교회의 ⅓이 잘리게 생겼더라. 그런데도 신축이 아닌 존치라고 명시했다. 우리 교회는 앞으로 조합을 신뢰하지 못하겠고, 또 협상 과정에서 교회와 조합이 계속 갈등하고 다툼이 있겠다 싶어서 '그러면 우리 교회는 빠지자, 제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제척 요구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지만, 구역 내 사랑제일교회가 '알박기'로 보상금 명목으로 거액을 요구하며 버티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은광교회는 그동안 보상금을 단 한 번도 요구한 적이 없다."

"약자로서 목소리 내기 위해 촛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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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은광교회 성백용 목사 ⓒ 차원

 
-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교회의 고충을 알리지 않으면, 교회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기에 거리에 나섰다. 단지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재개발 지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교회들도 많다. 약자로서, 지역 사회를 섬기는 교회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구청장에게 호소하게 된 것이다. 지금 침묵하면, 나중에 더 어려워질 거라는 절박함이 있었다."


- 그럼 이대로 재개발이 진행되면 교회의 현금 청산 가능성도 존재하나.
"불광제5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제67차 대의원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가 나게될 경우 분양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나 분양대상자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현금청산자로 칭해진다. 우리는 제척 입장이라 분양 신청을 안 했기에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 그랬을 때 교회는 어떻게 할 건가.
"구청장 면담을 강력히 촉구하고, 지금처럼 1인 시위와 금요 촛불 기도회를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할 계획이다."

- 은광교회가 원하는 해결책은.
"은평구청장의 중재로 조건부 사업시행인가를 허가했다면, 관리처분 전에 제척될 수 있도록 다시 약속하고 또 조합이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인허가권자로서 중립을 지켜 개입해야 한다. 절차법에 따라 조합이 제출한 입안서류를 입안권자로서 직권으로 서울시에 상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회의 선한 뜻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결국 재개발이 잘 되기 위해서도, 교회 문제를 먼저 풀고 가야 하지 않겠나. 우리의 뜻을 잘 헤아리고, 또 같이 협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청도 누구 편을 들지 말고 우리 이야기도 좀 들어줬으면 한다. 은평구민들께서도 교회가 교회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바라보고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이처럼 불광5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은평구청 관계자는 <노컷뉴스>와 한 통화에서 "조합이 정비 계획 변경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청이 임의로 서울시에 지정 요청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 이후 은평구청은 29일 "조합이 내년 1월 중 교회부지 제척을 포함하는 변경 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임을 은평구에 통보했고, 그럴 경우 은평구는 관련기관(부서) 협의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서울시에 변경결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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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교회 교민들이 은평구청 앞에서 은광교회 제척을 위한 촛불 기도회를 열고 있다. ⓒ 은광교회

 
#은광교회 #교회재개발 #교회제척 #불광5구역 #은평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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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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