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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 들어줬다

일본제철·미쓰비시 피해자 '2차 소송'도 승소..."피해자 11명 모두 사망, 5년 재판지연은 유감"

등록 2023.12.21 11:24수정 2023.12.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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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하자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기사보강: 21일 오후 1시 40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각각 2건의 상고심에서 일본기업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1억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을 배상케 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 3월 시작된 소송이 10년 넘게 걸리면서 피해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다.
 

대법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 들어줬다 ⓒ 유성호

 
지난 2012년 대법원이 처음으로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자 이듬해 2013년 3월 곽씨 등 7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1942~1945년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이와테현)와 야하타제철소(후쿠오카현) 등에 강제 동원돼 노역했다.

1·2심에서는 각각 1억원씩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일본제철이 상고하면서 4년 넘게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소송은 양영수·김재림·심선애씨와 오인애씨의 유족 오철석씨가 2014년 2월 제기했다. 이들은 1944~1945년 전쟁물자를 만드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서 강제 노역했고, 일부는 도난카이 대지진의 피해를 입었다.

1·2심은 이들에게 각각 1억~1억5천만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상고하면서 5년간 사건이 계류돼왔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법적 쟁점이 같은 과거 강제동원 소송에서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리를 확정했다.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 피해 배상과 보상이 일부 이뤄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일본 기업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2018년 11월 29일에는 '1차 소송'을 낸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미쓰비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관련기사 : 양금덕 할머니 승소 5년..."대법원, 미쓰비시 자산 강제 매각 즉시 명령하라" https://omn.kr/26kqq)

이번 소송은 다른 피해자들이 뒤이어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신 어머니... 조금만 더 빨리 판결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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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승소한 뒤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판결 후 유족과 지원단체, 소송 대리인단은 법정 입구 앞에 모였다. 이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가 "오늘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최종 확정됐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

일본제철 소송의 원고 고 주석봉씨의 딸 주순자씨는 "오늘 재판에서 원고(아버지)의 이름이 망자(亡者)로 나와서 너무 슬펐다"며 "늦게나마 이길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도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소송의 원고 고 양영수씨의 딸 김정옥씨도 "소송을 시작한 지 지금 10년이 다 돼가는데 이제서야 판결이 났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면서 "긴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다 결국 지쳐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께 이 기쁨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이제라도 피해자들의 권리를 대법원이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원고들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는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온 게 2018년 12월이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판결 선고가 있었다"며 "사실 (오늘 판결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2018년 11월 선행 판결과 다르지 않은 결론인데 5년이나 미뤄진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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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강제동원 #일제강제동원 #대법원 #미쓰비시 #일본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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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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