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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일각,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반발 "윤석열 아바타가 당대표?"

홍준표·하태경·최재형·김재섭 등 우려 쏟아내... '친윤' 장예찬 "필요한 건 정치 경험 아냐" 옹호

등록 2023.12.17 12:42수정 2023.12.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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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17일 오후 5시 05분]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를 당 대표로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느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여당은 김기현 대표의 자진 사퇴 이후 지도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하고, 비대위원장 자리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심하고 있다. 당 주류를 중심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름이 힘을 받자, 이에 반발하는 비주류들의 목소리 역시 확산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7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경험 많고 큰 판을 다루어 본 사람을 영입해서 비대위를 만들어야지,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를 만들어 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정치 경험이 없음에도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가장 강하게 오르내리는 한동훈 장관을 저격한 셈이다.

그는 "김기현 대표 실패가 바로 그런 거 아니었나?"라며 "쇄신 대상들이 자기가 살아남으려고 꼭 하는 짓들이 김기현 체제 2기를 언론 플레이를 통해 다시 만들려고 하는구나"라고 꼬집었다. "파천황(破天荒)의 변혁 없이는 총선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파천황은 혼란한 상태를 깨트리고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생각 바뀌었다, 정치력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 해야"


원내와 원외를 막론하고 비슷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한동훈 아껴 쓰자. 비대위원장 이르다"라는 제목의 글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처음에는 한동훈 장관이 인지도와 지지도가 압도적이고 참신해서 비대위원장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당 의원총회 이후 주말 동안 깊이 생각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라는 것.

하 의원은 "한동훈은 정치 신인이지만 우리 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라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당이 잘 키워야 한다. 아껴 써야 한다"라며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이어 "당장의 위기에 급급해 맞지 않는 옷을 입힌다면 오히려 당 혁신의 기회만 놓칠 수 있다"라며 "복잡한 정치 국면에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게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만 대변하면 수도권 선거 어렵다"

최재형 의원 또한 이날 SNS에 "비대위원장은 수직적 당정 관계를 극복하여 대통령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도 해야 할 말을 제대로 하고, 야당과의 소모적 정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혁신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고, 당내의 갈등과 혼란을 수습하여 당의 단합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면 마치 구세주처럼 우리 당을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우리 당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당 지도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위기가 닥치고 눈에 보이는데도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을 비롯한 당 주요 구성원들의 철저한 반성과 변화 없이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어도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라는 것.

특히 "어제 이발을 하는데 우리 당의 어려운 상황과 비대위원장 선출에 관한 TV뉴스를 듣던 이발사가 '한 사람만 변하면 되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라며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소리로 들렸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휘둘리는 여당의 현재 상황을 직격한 것.

그는 "비대위원장은 적어도 이런 민심의 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하겠다"라고 글을 마쳤다. 용산에 '할 말은 하는'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되는데 이 역시 '한동훈 비대위'가 할 수 있을지 논란이 이는 부분이다.

김재섭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7일 비대위원장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한동훈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는 <조선일보> 기사 사진과 함께 "당이 이 지경인데 아직도 한가로우신 모양이다. 우리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지 현상유지위원회 꾸리는 거 아니다"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서, 김건희 특검이나 채 상병 사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과 관련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수도권 선거 어렵다"라며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또 다른 비상 상황을 만들 뿐이고, 선거 실패 후 또 다른 비대위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장예찬 "히딩크도 비판 따랐지만 4강 신화"

하지만 친윤계의 옹호도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18일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우리나라 축구를 잘 모른다' '환경과 문화가 달라서 안 된다' 등등 온갖 비판이 따랐지만 결국에는 4강 신화를 이룩해 냈다"라는 평가도 함께였다.

장 최고위원은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라며 "지금 위기의 여당에 필요한 것은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경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정치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선택, 국회의원 기득권을 타파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정치 경험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경험 많은 분들이 왜 국민의 지지를 별로 못 받는지 반성부터 하셔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민심도 당심도 이미 누구를 원하는지 다들 알고도 모른 척하거나 정치적 계산 때문에 외면하는 것 아닌가?"라며 "어렵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글을 마쳤다. 사실상 한동훈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에 대한 윤재옥 원내대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이날 '전국 여약사대표자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비대위원장으로 이미 결정된 것 아니냐는 언론 지적에 대해 "어떤 근거인지는 알 수 없다"라며 거리를 뒀다. 그는 "(한동훈 장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주는 분도 있고, 걱정하는 분도 있다"라며 "그런 이야기를 모두 녹여내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많이 끌 생각은 없지만, 충분한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비대위원장) 역할과 책임이 워낙 큰 상황이고,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내일(18일) 원·내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당의 중요한 분들 모시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총의를 모을 생각"이라며 예단을 경계했다(관련기사: '한동훈 비대위' 밀어붙이기? 국힘 원내 저항에 '원외' 호출 https://omn.kr/26rt0).
#홍준표 #하태경 #최재형 #김재섭 #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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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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