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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모' 고 이금주 회장 평전 출판기념회

17일 오후 2시 광주 전일빌딩...27일엔 고인 생애 다룬 첫 창작오페라 공연도

등록 2023.12.14 16:41수정 2023.12.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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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1920~2021)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의 생전 모습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법적 책임을 묻고, 피해자 권리회복에 일생을 바친 이금주(1920~2021)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의 발자취를 재조명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오는 17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 강당에서 이금주 회장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 '어디에도 없는 나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배우 지정남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1988년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결성을 시작으로 30여년 간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 온 고인의 활동을 돌아본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는 "조속한 사죄와 배상을", 일본 편에 선 듯한 행보로 대일 굴욕외교 비판을 받는 한국 정부를 향해선 "정부다움"을 강조하며, 올 한해 시민사회와 함께 전개해 온 투쟁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정부의 3자 변제에 맞서 시민들과 함께 해온 '역사정의 시민모금'의 성과를 나누며, 향후 이어질 일제 피해자 권리 찾기 운동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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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 둔 14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전일빌딩 245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가 마련한 '역사정의 시민모금 전달식 및 응원의 자리'에 참석한 양금덕(왼쪽 3번째)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딸(왼쪽 4번째)이 성금 증서를 들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김형호

 
출판기념회 행사는 추모 공연, 영상 상영, 최봉태 변호사의 회고 대담과 함께 이금주 평전 독후감 대회 시상식 순으로 이어진다. 대구 소재 법무법인 삼일의 최 변호사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출판기념회에 맞춰 개최되는 제1회 독후감 대회에는 전국에서 22편의 글이 접수됐다. 최고상인 이금주상 수상자에는 상금 50만원을 준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이 회장의 유족 김보나씨가 참석한다. 지난한 소송 과정에서 고인과 고락을 함께 해왔던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 재일교포 이양수씨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의 제3자 변제를 반대하며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99·광주광역시) 할아버지, 양금덕(92·〃) 할머니의 가족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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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3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 선 이금주 회장(맨 앞). 미쓰비시를 상대로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시위를 진행한 뒤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장이 일제 강제동원 문제로 일본 시위에 나선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다. 당시 그의 나이 91세. 이 회장과 양금덕 할머니(오른쪽) 등 일본방문단은 13만 4162명의 항의 서명용지를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와 일본 정부에 각각 전달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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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3일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 삼보일배 시위. 휠체어에 앉은 이금주 회장이 보인다. 당시 그의 나이 91세. 이 회장이 일제 강제동원 문제로 일본 시위에 나선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고인의 삶을 다룬 창작 오페라도 이달 첫 선을 보인다.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는 창작 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관객과 만난다. 고난과 좌절 속에서도 인권운동의 꽃을 피워낸 고인의 발자취를 음악으로 꾸며 감동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료 공연이다.

올해 초 발간된 이금주 평전 '어디에도 없는 나라'는 고인이 된 이 회장이 외롭게 부딪히며 맞서야 했던 고뇌와 투쟁이 담겨 있다.

1920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출생한 이 회장은 결혼 2년 만에 일제에 의해 사랑하는 남편을 빼앗겼다. 한반도에서 6000km 떨어진 남태평양 타라와섬에 끌려간 이 회장 남편은 미군과의 전투에서 1943년 11월 25일 사망했지만, 아직 유골조차 못 찾고 있다.

1988년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를 결성한 이 회장은 1992년 '광주천인소송'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을 상대로 7건의 소송을 제기해 일제 강제동원 문제를 한일 간 이슈로 끌어내는 등 평생을 일제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위해 앞장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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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1920~2021)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 찾기 투쟁 과정에서 수집한 자료가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 보관돼 있다.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법정 진술, 시위, 일본 지원단체와 교류 등으로 노구를 이끌고 일본을 오간 것만 80여 차례. 일본 법정에서는 번번이 쓴맛을 봐야 했다. 한일회담 문서 공개 소송을 제외하고 그동안 일본 법정에서 '기각' 당한 것만 17차례에 이른다.

특히 요즘처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는 시대에, 이 회장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일일이 일기와 기록으로 남겼다. 볼펜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남긴 자료는 일본 소송의 기초자료이자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역사적 기록물로 남았다.

이 회장은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간 총 229차례 매월 10일 유족회 주요 임원들과 함께 정기적인 광주유족회 월례회(의)를 가졌는데,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현재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제1차 회의록(1992.1.10)과 광주유족회 마지막 회의록인 229차 회의록(2011.4.10) 내용도 처음 소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일제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대한민국 인권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2021년 12월 12일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하고 102세를 일기로 한 많은 삶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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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 평전 '어디에도 없는 나라'. ⓒ 표지사진 오마이뉴스 안현주


 
#이금주 #강제동원 #양금덕 #3자변제 #미쓰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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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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