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과 먹을 땐 같은 속도로? 그게 더 불편합니다

예절에만 얽매여 식사의 즐거움과 자유로움 뺏기지 않았으면

등록 2023.12.21 14:40수정 2023.12.2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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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연말이다. 이 시기가 되면 송년회와 단체 회식 등으로 각종 식사모임이 많아진다.  하지만 여기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성격상 즐거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꼭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직장 상사나 친지 웃어른들과의 식사는 마지못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소위말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유교적 식사문화에 따른 부담감 때문은 아닐까. 예를 들어 윗사람과 식사 속도를 맞춰야 하는 경우만 해도 그렇다.

사실 각 개인의 특성상 밥을 먹는 속도가 똑같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속도가 빠른 편이고 또 어떤 사람은 느린 편이다. 먹는 식사량 또한 달라서, 어떤 사람은 많은 편이고 어떤 사람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할 때는 모든 사람이 거의 동시에 식사를 끝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엊그제 있었던 연말 송년회를 겸한 식사만 해도 그렇다. 어떻게 하나같이 그렇게 직속 상사인 내가 식사를 끝내는 동시에 다른 이들이 식사를 끝내는지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는 속도의 인위적 조절 

그도 그럴 것이 직원들의 식사 모습을 보면 이들은 먼저 나의 식사량을 '흘깃흘깃' 쳐다보고는 했다. 그러면서 식사 속도를 빨리 하거나 느리게 하는 등 식사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동시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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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반찬도 마음 편해야 제 맛을 볼 수 있다 ⓒ 신부범

 
그렇다면 우리 직원들은 왜 이런 식사를 하는 것일까. 식사를 빨리 끝내거나 혹은 늦게 하는 것은 윗사람에 대한 '식사예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끼니로 음식을 먹을 때 갖추어야 할 예의범절을 '식사예절'이라고 한다. 각자 생활패턴이 다른 현대인들에게 한 밥상에 모여 식사를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내가 어릴 적에는 한 식구가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로부터 '식사예절' 교육이라는 것을 받곤 했다.

이를테면 밥상 앞에서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먼저 숟가락을 들면 그건 어른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뿐만 아니라 어른이 진지를 다 잡수시기 전에 숟가락을 놓고 기다리거나 일어나서도 안되고, 그래서 어른과 식사속도를 맞춰 끝내는 것이 올바른 '식사예절'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식사예절 교육은 비단 어른과의 식사속도 맞추기에만 끝나지 않았다. 밥을 먹으면서 '달그락달그락' 숟가락 소리 내거나, 맛있다고 '쩝~쩝~' 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소리내어 마시는 행위는 복이 달아나는 행위이니 삼가하라고도 하셨다.

굳이 속도를 맞추기보다는 

간혹 친척 어르신들과 식사를 같이 할 경우 이러한 식사예절은 어린 나에게는 큰 곤혹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 지켜야 할 '식사예절'로 알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해 왔었다.

그래서인지 직장생활 초년 시절 상사와의 식사는 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았다. 식사 시간 내내 상사 눈치를 보고 식사 속도에 맞추느라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큰 고역이었다.

이런 점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될 수 있는 한 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식사를 같이 할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 같이 식사속도를 맞추려는 직원들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해질 때가 많다.

물론, 윗사람과의 식사에서 적절한 예의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식사의 즐거움과 자유로움까지 빼앗겨 가면서 하는 '식사 예절'에만 꼭 크게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시대가 바뀌었다. 당신이 걱정하는 만큼 윗사람들은 식사예절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연말 식사자리, 윗사람이 빨리 먹거나 늦게 먹는다고 그 속도에만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즐겁고 자유로운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서로에게 더 따뜻한 연말이 될 것 같다.
#식사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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