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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신원 공개' 김민웅 전 교수, 항소심 징역 1년 구형

검찰 "출석 미루고 자료 인멸"... 내년 1월 30일 항소심 선고

등록 2023.12.12 18:06수정 2023.12.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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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방법원 ⓒ 복건우

 
"피해자의 회복을 바란다면서, 수사·재판을 받는 도중 소셜미디어(SNS)에 피해자를 공격하는 글을 올려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이 피해자의 회복을 구하는 행동입니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실명이 적힌 편지를 SNS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회복을 바란다'는 김 전 교수 쪽을 향해 "피고인(김민웅)은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장찬) 306호 법정에서 김 전 교수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24조(피해자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교수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주장이 선례가 되면 유사한 사건에서 모든 피의자들이 (고의가 없었다는 등) 비슷한 주장을 무궁무진하게 따라할 수 있다"며 "피해자는 사건 이후 피고인의 2차 가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간곡히 탄원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 출석을 미룬 채 해외로 출국하고 사건 당시 자료들을 인멸하는 등 사건 당시의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행동했다"면서 "진실을 말하는 억울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사건 당시 자료들을 숨겨야 하는 사람의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김 전 교수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을 찾은 방청객들은 모두 퇴장했고, 1시간이 넘는 피고인 신문이 끝난 뒤에야 공개 재판으로 전환됐다.

김민웅 무죄 주장... 김재련 "피해자 비난하고 조롱, 반성 없어"


김 전 교수는 실명 노출에 고의성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처음부터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사과했고, 지금도 진심으로 피해 회복을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잘못은 했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항소심을 진행하게 됐다. 고의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한다. 다만 검사의 이야기는 만들어진 추측에 불과한 것이고 진실이 아니다"라며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자체로 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과정에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SNS에 피해자를 공격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고, 해당 포스팅(2023년 7월 2일자 김 전 교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피해자를 공격하는 욕설이 무수히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피고인 쪽을 쳐다보며 "피해자의 회복을 바라는데 SNS에 글을 올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이 피해자의 회복을 구하는 행동이냐"며 "재판부는 피해자를 향한 악의적 2차 가해에 대한 엄중한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피해자의 실명을 SNS에 버젓이 공개하는 일이 우리나라에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7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자신의 친동생 결혼 축하 글씨를 요청한 사실과 함께 해당 글씨를 공개하며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로 인해 피해자는 본인이 피해를 입고도 가해자에게 축하를 부탁하는 생각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에서 피해자의 피해가 거듭 인정되었음에도 피고인은 그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세 통의 편지 사진을 피해자의 실명과 함께 노출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는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사진을 피해자 동의 없이 신문 등 인쇄물에 싣거나 방송·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해서는 안 된다(24조 2항).

피해자 측은 편지가 공개된 이튿날 김 전 교수를 서울경찰청에 고소했고, 검찰은 2022년 4월에야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 당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김 전 교수 양측은 모두 항소해 현재 동부지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024년 1월 30일 오후 2시다.
#피해자 #박원순 #김민웅 #김재련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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