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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현-서민재-남경필이 말하는 '마약 끊기 힘든 이유'

[리뷰] KBS 2TV <추적 60분>

23.12.02 11:01최종업데이트23.1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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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에게 혼자 괴로워하지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저도 회복해가고 있으니까 다들 다시 건강한 삶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서민재, 남태현, 남경필 등 유명인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혹은 가까이서 목격한 마약의 실태와 위험성에 대하여 고백했다. 12월 1일 방송된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마약을 끊지 못했던 이유'편을 통하여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마약과의 전쟁 1년
 

KBS 2TV <추적 60분> 한 장면. ⓒ KBS 2TV

 
대한민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 8천여명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9월까지 집계된 마약 사범만 벌써 2만230명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의 특성상, 드러나지 않는 암수범죄가 많아 실제 마약 중독자는 5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대한민국에서 마약은 청소년, 학생. 주부에서 연예인까지 그 대상을 가리지않고 침투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제보자 조성범씨(가명)는 자신을 수백억원대 자산을 지닌 재력가라고 밝히며 연예인과 부유층의 마약 투약 행태에 대하여 증언했다.
 
본인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조씨는 "연예인들이 마약했다는 뉴스를 들으면 놀랍지 않다. 연예인과 재력가 지인이 20명 정도 되는데 전부 다 마약을 한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하며 "마약하는 사람들은 마약하는 사람들끼리 만난다. 그러다보니 눈에 마약하는 사람들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는 유명인이나 재력가만 드나들 수 있는 속칭 '1%'라 불리우는 고급 유흥업소를 통하여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유흥업소 대표는 "상위 1%라는건 기존 고급 유흥업소보다 월등한 애들이 만든 거다. SNS 팔로워가 수십만에 이르는 여성들이 직원으로 일한다"라고 설명하며 "시간당 100만원, 10시간이면 천만원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돈주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 직원들은 돈이 많은 손님들에게 마약을 하자고 유혹한다"라고 밝혔다. 하루에 술값이 수천만원이 넘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마약이 유흥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클럽에서 직원들이 마약을 유통하고 사용한 '버닝썬 사건'은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긴바 있다. 4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마약 밀수-유통량은 오히려 늘었고 마약의 가격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하락했다. 조씨는 "어느 클럽에 가도 마약을 안 한 사람은 없다. 공개적으로는 클럽에 와서 마약하지 말라고 하지만, 마약 하는 애들이 안 오면 장사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약 유통은 최근 텔레그램등 SNS를 통하여 활성화되고 있으며 평범한 학생이나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확산됐다. 인터뷰에 응한 한 SNS 마약판매상은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서 쉬지못할 정도였다. 하루에 150명까지 주문이 들어온 날도 있다. 보통 하루에 3천에서 5천만원 정도를 벌었다. 여러 명이 같이 일했는데 저에게 돌아온 돈이 한 20억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조상현 평창경찰서 수사과장은 "아날로그 세대는 마약 공급선을 잡으면 더 이상 마약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은 인터넷을 잘하다보니 마약을 구하고 싶으면 언제든 구할 수 있다"고 고충을 설명하며 "호기심에 마약을 한번 투약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하게 된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고 경고했다.
 
마약 중독은 범죄인 동시에 뇌질환으로도 분류된다. 본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려운 중독성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도 여겨진다. 마약 중독자들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유명 아이돌출신 가수인 남태현은 지난 8월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어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남태현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스스로 재활시설에 입소했다.
 
현재도 마약 중독 재활중인 남태현은 건강을 많이 회복한 듯한 상태로 등장했다. 그는 "혼자 단약에 실패해서 입소를 했다. 처음엔 혼자 참으면 될줄 알았는데 뇌가 저 자신을 속이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약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더라"며 마약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이제야 마약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남태현은 "재활시설에서 매일 미팅을 하면서 내가 이전에 어떻게 잘못 살아와서 마약을 접하게 되었는지 직면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남태현은 지난 10월에는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마약의 위험성을 직접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실한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약에 실패하여 다시 약물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최진묵 인천다르크 마약중독 재활센터장은 다양한 중독자들을 상대하면서 느낀 교훈으로 "규칙대로만 운영한다면 한명도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에게는 믿음, 사랑, 관심이 필요하다. 희한하게 그것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며 마약에서 벗어나는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중독에서 벗어난 회복자들은 중독자들에게는 희망의 증거이면서 그 자체로 치료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한 사람이 중독되면 피라미드식으로 다른 사람에 중독이 퍼져나가듯, 거꾸로 치료는 중독자를 잘 회복시키면 그 사람이 옆에 있는 중독자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전국에 마약류 중독자 치료지정병원 25곳을 지정해 놓았으나 전문인력과 예산부족으로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2군데 뿐이다. 마약사범 2만명 중 400여 명을 이 두 병원에서만 감당해야 했다. 또한 최근 5년간 마약사범중 치료명령 처분을 받은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 높은 마약중독자 증가세에 비하여 치료보호를 위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마약 중독자들은 재범의 유혹에 더 쉽게 노출된다.
 
유명 정치인인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아들도 상습마약투약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아들을 직접 신고한 것은 바로 아버지인 남경필이었다. 마약중독자의 가족으로서 카메라 앞에 선 남경필은 "감추려고도 해봤지만 아들을 살리는 게 우선이었다. 자수도 권해봤지만 저대로 두면 아이가 죽을 것 같아서 신고했다"고 고백했다. 남경필 측은 변호사 선임도 항소도 포기했고, 2년 6개월의 실형과 2년의 치료감호 인용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남경필의 아들은 현재 자청해서 폐쇄병동에 보호자의 동의없이는 나올 수 없다는 조건으로 입원해있다고 한다. 남경필은 마약 문제에 대처할만한 충분한 사회적 인프라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거론하며 "(마약치료관련)전문가가 없다. 정신과 의사들이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분야다. 이 부분을 국가가 어떻게 관리할지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다른 현상은 여성 중독자의 급격한 증가추세다. 2023년 1-9월 기준 여성 마약사범의 숫자는 6670명(33%)으로 처음으로 30% 비율을 넘어섰다. 여성에게 마약중독자라는 사회적 낙인은 치료와 재활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민재는 일반인 연애 예능 <하트시그널> 출연자이자, 자동차 회사의 여성 정비사로 유명세를 얻은 인플루언서 출신이다. 하지만 서민재는 남태현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SNS에 공개하여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혼자 재활중인 서민재는 여성 중독자를 위한 전문적인 치료 시설과 시스템이 없다는데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잡생각이 많이 들고 괴로움과 우울함도 생긴다. 시설에 있으면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민간 마약재활시설은 4곳뿐
 
현재 전국에는 민간 마약재활시설은 4곳에 불과하다. 단약에 성공하는 것은 10명중 약 3명 정도라고 한다. 최근 여성 중독자들이 급증하면서 재활시설에도 입소를 원하는 여성 수용자들이 크게 늘어나 시설 확충과 지언이 절실한 상황이다.
 
마약은 '완치가 없는 병'이라고도 한다. 어렵게 단약에 성공하더라도 평생을 유혹과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하는 희망과 의지가 있다면 중독의 고리를 끊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전문가인 천영훈 원장은 "마약을 경험한 뇌는 삶을 살아가다가 힘든 감정에 맞닥뜨리게 되면 생물학적으로 신경계통의 작용에 의해서 집요하게 마약에 꽂히는 구조가 형성되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 원장은 "고통과 괴로움속에서 하는 게 마약이라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악마시하고 내쫓으려고 한다면 그들의 삶은 구석으로 내몰리고 그 안에서 (마약이) 더욱 썩고 퍼지게 되는 것"이라며 "마약 중독자들이 잘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적60분 마약 남태현 서민재 남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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