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비정규직 문제 외면한 광주MBC 노조, 민주 노조 맞나"

국회 토론회서 현장 증언 "새벽·주말·야간 뉴스 7년 했는데... 방송사 내 고용 신분제"

등록 2023.11.28 19:42수정 2023.11.29 09:53
0
원고료로 응원
a

28일 국회에서 열린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 김성욱

 
"광주MBC 전체 직원 120여명 중 절반인 60여명이 프리랜서다. 방송작가, 리포터, 아나운서, 앵커 등이다. 급기야 CG, 광고나 영상 편집, 무대 세트 설치부터 전산 등 사무업무까지 정규직들이 해야 하는 모든 잡무를 떠맡아 10년 넘게 일해온 광주MBC 사내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 8명은 불법파견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런데도 광주MBC 노조는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단 한번도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비정규직은 광주MBC 노조 가입도 안 된다. 오로지 정규직만 위해 투쟁한다면 그게 과연 민주노조인가." -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28일 국회에서 열린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방송사 내 불법파견,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노동 사각지대라고 강조했다. 노동 문제를 고발할 방송사들이 정작 내부 비정규직 문제는 외면하고, 노조마저 정규직들로만 구성돼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선 목소리를 낼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MBC 노조는 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이다. 이날 토론회에 방송사 카메라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새벽 뉴스 7년 했는데…" 광주MBC의 비정규직 차별
  
a

28일 국회에서 열린 '반복되는 광주MBC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 김성욱

 
토론회를 주최한 방송미디어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에 따르면, 광주MBC의 경우 정규직은 75명, 프리랜서는 55명, 파견·도급은 30명이다. 프리랜서에는 방송작가나 아나운서 등이 포함되고, 파견·도급 근로자들은 미화, 배차, 정문 안내실, 비서, 서무 직원, 카메라 보조 및 운전, 라디오 운행, TV주조 MD, CG 무대설치, 전산 등을 맡고 있다.

문제는 방송사가 프리랜서나 하도급사 소속 등 비정규직들을 마치 근로계약을 맺은 정규직 근로자처럼 사용하면서, 정규직을 고용할 때 따르는 법적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되면 해고가 어렵지만, 도급계약 등을 맺으면 계약해지만 하면 쉽게 해고가 된다. 하지만 도급계약의 경우 원청은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는데, 자사 소속이 아닌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를 했다면 '파견'이 된다. 파견으로 2년 이상 일을 하면 원청에 직접고용 의무가 생기고, 2년이 넘었는데도 직고용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불법 파견'이 된다.

7년 넘게 광주MBC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김아무개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본질적으로 비정규직 업무는 정규직이 하기 싫은 일들을 대신하는 자리"라며 "지난 7년 동안 정규직 아나운서가 거부했던 새벽뉴스, 야간뉴스, 주말당직 뉴스들을 전담으로 해왔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2021년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광주MBC 측은 김씨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근로계약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비정규직 7년이 정규직 7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냐"라며 "방송사 내 고용 형태가 신분제가 돼버렸다"고 했다.

12년간 광주MBC에서 전산직으로 일한 조아무개(38)씨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회사는 외부업체에서 하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에 같이 가서 도와주라는 둥 업무와 상관없는 일들을 시켰다"라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폭언도 했다"고 했다. 조씨는 "불법 파견으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회사는 '신고하면 너와 관련된 사람들까지 일자리를 잃을 텐데 감당할 자신이 있겠냐'며 몰아붙였다"라며 "신고를 포기하고 저는 광주MBC 협박범이 됐다"고 말했다. 조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은 지난 4월 광주MBC를 상대로 불법 파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늘어나는 비정형 노동… 노동 행정 뒤쳐졌다"


노동 전문가들은 사측이 불법 파견 등의 방법으로 불법적으로 비정규직을 썼을 때 받게 되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회사는 손해 볼 게 커야 법을 지키는데, 지금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했을 때 받는 패널티가 너무 적다"고 했다. 그는 "원래 지급했어야 할 돈만 줘도 칭찬을 받는 실정"이라며 "만약 50명을 불법 파견했는데 10명이 소송을 제기해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그 10명에게만 회사가 지급해야 될 돈을 지급해도 칭송을 받는다. 소송을 내지 않은 나머지 불법 파견 당사자 40명에 대해선 줄 의무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로선 회사가 불법 파견을 저질렀다는 사법적 판단이 나와도, 별도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만 근로자 지위를 인정 받고 임금 미지급분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회사 입장에선 임금 근로자를 프리랜서나 독립계약자 등으로 고용을 오분류하면, 세금도 덜 내도 되고 해고도 쉽게 할 수 있다"라며 "회사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쓰는)고용 오분류를 할수록 잘 나갈 텐데 굳이 안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강 변호사는 "앞으로 방송사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기존에 근로자라고 생각됐던 많은 직종들에서 프리랜서로 둔갑되는 일들이 있을 수 있고, 비정형 노동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회사가 고용을 고의적으로 오분류하는 경우 정부가 기존의 노동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처벌하고, 국세청을 동원해 강한 벌금을 부과한다"라며 "우리도 적극적인 노동행정이 필요한 때"라고 짚었다.

"방송사 노조, 비정규직에 문 열어야"

전문가들은 언론 기관으로서의 방송사와 정규직 노조에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MBC나 KBS는 민간 기업이 아니라 공영방송사"라며 "저희 같은 노동 전문가들이 MBC나 KBS에 출연해 비정규직 문제나 근로자 지위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작 비정규직 차별을 당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했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산별노조(민주노총 언론노조)에서 명확한 의지를 보이고 본부, 지부 안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인식시키는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라며 "비정규직에게도 노조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MBC 경력직 공채 때 지역지 기자들이 주로 지원을 하고 내부 인맥이 있어야 주로 발탁이 된다"면서 "지역지들이나 동종업계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있고, 그것이 해결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토론회 제목에 '광주MBC'라고 들어가자 (광주 지역세가 강한)민주당 쪽에선 토론회 참여를 거절했다"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면서 방송사라는 게 얼마나 권력을 가진 집단인지 다시 확인한다"고 했다.
#광주MBC #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