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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진 고3 수험생들, 전세사기 예방교육은 어떨까요

2030도 사기당하는 사회... 학교에서 경제와 부동산 관련 기초교육 필요해

등록 2023.11.28 18:02수정 2023.11.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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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수능이 마침내 끝이 났다. 얼굴을 마주한 적은 없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머리에 이고 꿋꿋이 견뎌낸 모든 수험생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공부를 잘하든 잘하지 않든, 수능을 준비하든 준비하지 않든 어떠한 경계를 넘는 일은 언제나 벅차는 일이기 때문에.


TV를 보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수능 끝나고'라는 급훈으로 시작하는 광고를 봤다. 친구들과 칠판에 디데이(D-day)를 적어가며 영원히 오지 않을 듯한 시간을 함께 견뎠던 (아마도 미화된) 지난날의 추억과 수능이 끝난 후 느꼈던 불안한 해방감이 떠올랐다. 더이상 누구의 지침을 따를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성인은 아닌 경계를 지나던 시기. 나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냈더라.

일단 수능이 끝난 다음날 학교에 가서 가채점표를 제출했고, 상자 두 박스에 있던 각종 수능 문제집을 버렸고, 이른 하교길에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먹었다. 그 다음주부터는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간간이 학교에서 마련한 공연을 보기도 했었고. 오랜 로망이자 성인의 표징인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서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필기시험 문제집을 샀던 기억이 난다.

급격하게 부족해진 용돈을 아껴가며 산 '최신 기출' '한권으로 끝내는' 문제집이었는데... 그 책은 결국 3년 내내 책장 한 곳에 구겨져 있다가 이사할 때 처분되었다.

요즘 고3들의 일상 들어보니 

이제 막 수능을 마친 요즘 고3들은 어떠려나. 마침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회 동생들을 만나 일상과 근황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수능이 끝난 덕인지 지난 겨울보다 좀 더 편안해진 얼굴에 가벼워진 마음은 여러 겹 겹쳐 입은 외투로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시험 결과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들 밝은 모습이라 다행이었다.

"요즘엔 기말고사 기간이라 3교시까지 학교에 있는 편이에요."
"수업은 안 하고, 자유롭게 교실에서 놀거나 시청각실에서 교육 받기도 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S와 W의 하루는 8년 전 나와 거의 같았다.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고, 이따금 문화 프로그램이나 뷰티 관련 행사를 강당에서 체험하는 듯 했다.

"전 자격증 공부하고 있고, 회사 취업해서 출근하고 있어요. 특성화전형으로 대학 진학하려고 알아보고 있고요."

또 다른 고3인 G는 전자계열 특성화고 출신인데,10월 즈음에 취업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10월부터 사회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고. 앳된 얼굴로 회사와 대학이라는 굵직한 진로 계획을 이야기 해주던 G의 의연함이 대견했다. 낯선 환경이나 돈에 짓눌리지 않고 삶의 방향성을 계속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엿보여서 기특하기도 했고.

놓치면 아까운 '수험생 전용'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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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시내 LG전자베스트샵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안내문이 놓여있다. ⓒ 연합뉴스

 
"어디 놀러 간 곳은 없어?"

뭐니 뭐니 해도 고3의 가장 큰 혜택은 수능이 끝난 뒤 누릴 수 있는, 수험생만을 위한 할인이벤트 아니겠는가. S는 수험표를 가지고 롯데월드에 다녀왔다고 한다. 찾아보니 종합이용권을 43% 할인해 준다고 하는데, 친구들과 함께 교복을 입은 채 이른 아침부터 신나게 놀았을 S가 상상되어 웃음이 나왔다. 

W와 G는 수험표를 지참하고 영화 50% 할인도 받고, 헌혈도 했다고 한다.

"근데, 헌혈은 원래 하고 나면 뭐 주는 거 아니야?"
"아, 수험생한테는 더 제공되는 게 있어요."


문화생활도 하고 사회 공헌도 하고, 돈도 아끼고. 세 친구 중 유독 경제 관념이 투철하다고 느꼈던 W는 경제적으로 똘똘하게 남은 고3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용돈이 부족해서 쩔쩔맸던 나와 달리, 주어진 예산에 더해 수험생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아주 야무졌다.

"와, 근데 이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인터넷에 치면 바로 나와요. 애들끼리 SNS에 공유하기도 하고요."


MZ의 '힙함'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W에게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개인적으로 수험생들에게 열렸으면 하는 할인이나 이벤트가 있어?"라는 내 질문에 역시나 운전면허 관련 대답이 돌아왔다. 그 밖에도 헬스장이나 카드 관련한 답변도 있었다. 요즘 고3의 경제관념이 얼마나 밝은지, 감탄이 다 나왔다.

W: "운전면허 학원도 수험표 할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G: "전 헬스장 할인을 받고 있어서… 이런 게 운동을 시작해보려는 사람들한텐 좋은 것 같아요."
S: "음... 저는 수험생용 카드 혜택? 캐시백이나 포인트를 이전부터 모으고 있긴 했는데, 더 주는 곳이 있으면 (카드를) 바꿀 것 같아요."


2030 젊은 층도 당하는 전세사기... 부동산 교육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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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100일인 지난 9월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특별법 개정과 전세사기·깡통전세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 ⓒ 유성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과 매체가 다양해졌지만, 금융 부분은 그렇게 정보를 접하기엔 한계가 있고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갓 수능을 끝낸 친구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이미 사회 초년생들의 관심사는 많이 확장되었는데 금융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전문적인 공간은 아직 우리 사회에 많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W만 하더라도 이미 온라인 뱅킹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에 따른 경제교육은 허술한 것 같다. 이런 고3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교 강당에서 예금이나 적금을 넘어서, CMS(자금관리서비스), ETF(상장지수펀드) 등 이들이 차후 접하게 될 여러 금융 상품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내가 아는 고등학생들 중에는, 고교를 졸업하면서부터 학업이나 직장을 이유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다. 이들에겐 부동산 계약 방법이나 서류 작성 시 주의사항 등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2030을 대상으로 횡행하고 있는 전세사기를 생각해보면, 가족과 떨어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이런 교육이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부동산 지식이 있어도 전세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기에, 사후약방문식 해결이 아니라 사전 교육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고3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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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랑이 이긴다고 믿는 낭만파 현실주의자입니다. 반건조 복숭아처럼 단단하면서도 말랑한 구석이 있는 반전있는 삶을 좋아합니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모순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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