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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마이클 잭슨마저 넘어설까

콘서트 영화 <디 에라스 투어> 수익, 2억 달러 넘어서

23.11.27 10:07최종업데이트23.11.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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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 CGV

 
"I love you, ain't that the worst thing you ever heard!"
(널 사랑해, 네가 들어본 말 중 최악이지?)"
- 'Cruel Summer(테일러 스위프트) 중


19일,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가 상영되었던 용산 아이파크 CGV에서는 세시간 동안 거대한 떼창이 울려 퍼졌다. 떼창과 함성이 허용되는 '싱어롱관'은 한국의 스위프티(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를 위해 준비된 파티와 다름없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비록 한국을 찾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도 관객과 아티스트의 상호 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팬들은 극장에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직접 준비한 야광봉을 나눠줬다. 팬데믹 시기에 만들어진 잔잔한 곡이 흘러나올 땐 핸드폰 플래시라이트가 사방에서 켜졌다. 반대로 'Shake It Off'나 'You Belong With Me' 등 신나는 곡이 나올땐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춤추는 팬들이 가득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21세기 최고의 팝스타다. 존재 자체가 곧 음악 산업이라는 아티스트답게, 어떤 영화관에서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디 에라스 투어'는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디 에라스 투어' 콘서트의 실황을 담은 영화다. 7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국 로스엔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의 공연 실황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한창 진행 중인 이 투어는 이미 수십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발생시킨 문화적 현상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공연을 방문하는 고장의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마저 탄생했을 정도다.

지난 10월 12일 개봉(국내 개봉은 11월 3일)한 이 작품은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11월 초 개봉한 마블 영화 '더 마블스'를 상회하는 기록이며,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콘서트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2009)의 기록(2억 6250만 달러)도 넘어설 가능성도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CGV에서 독점, 제한 상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My name is Taylor, I was born in 1989."
(내 이름은 테일러에요. 1989년에 태어났죠.)


테일러 스위프트의 월드 투어 'The Eras Tour'는 위의 멘트와 함께 시작된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번 공연을 '자신의 17년을 정리한 공연'으로 정의했다. 17년의 커리어, 9개의 'Era'를 구현한 연출, 천장부터 바닥까지 깔린 호화로운 LED의 향연. 그리고 여러 차례 시점을 바꿔가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샘 렌치 감독의 연출이 놀라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3시간 동안 마흔 곡 이상을 소화하는 테일러의 아름답고 강한 목소리였다. 그는 7만 명 규모의 LA 소파이 스타디움을 여유롭게 장악하는 카리스마였다. "오늘 밤은 내게 맡겨요"라는 멘트가 이보다 믿음직할 수 있을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존재를 처음 인지했을 때가 생각난다. 영미권 팝에 관심이 슬슬 생기던 시절, 2009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빨간 드레스를 입고 차 위에서 'You Belong WIith Me'를 부르던 소녀를 보았다. 그때만 해도, 그 소녀가 팝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 시절에 머물지 않았기에 위대해졌다.

컨트리의 공주로 등장했으나, 음악산업의 고정 관념을 보란 듯이 깨고 기존의 자신을 해체했다. 80년대 신스팝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거대해졌다. 더 내셔널의 애론 데스너와 손을 잡고 인디의 문법을 수혈해서 만든 앨범 'Folklore'는 팬데믹에 고통받는 동시대 음악팬들을 위로횄다. 

아티스트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숙을 거듭했다. 자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했고, 그 순간마다 단단해지는 자신을 기록했다. 'Reputation'에서는 '뱀'이라는 세간의 조롱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사가 되었다. 성폭력 피해 여성, 글로벌 플랫폼에게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인디 뮤지션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그 누구도 그와 같은 길을 걸었던 적이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이 다사다난한 역사를 복기할 시간이 없다면, The Eras 투어 영화는 꽤 좋은 선택지다. 이 세 시간에 부지런한 17년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이 시대 팝의 가장 대담한 순간, 존재 자체로 꿈이 되는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테일러스위프트 디에라스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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