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4명의 딸 둔 아버지 "육아는 누가 누구를 돕는 게 아냐"

사천YWCA, 양성평등 토크쇼 개최... 성차별 없는 사회 일상 속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등록 2023.11.22 12:31수정 2023.11.22 12:31
0
원고료로 응원
a

사천YWCA가 지난 17일 양성평등 토크쇼를 열었다. ⓒ 뉴스사천

 
[뉴스사천=김다은 인턴기자]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모여 일상에서의 양성평등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하기 위한 '양성평등 토크쇼'가 지난 17일 경남 사천 YWCA에서 열렸다. 토크쇼는 사천 YWCA가 행사를 주최·주관했다.

이날 마산 YWCA의 이애라 사무총장이 토크쇼 진행을 맡았으며, 각자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4명의 발표자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해 본인들의 불평등 경험,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 등을 이야기했다. 30여 명의 시민이 토크쇼에 참석했다.
 
a

통영시 가정폭력상담소의 윤설희 상담사. ⓒ 뉴스사천


"여자가 상 치우면 시집가도 되고, 남자가 하면 시대 잘못 타고나"

첫 번째로 통영시 가정폭력상담소의 윤설희 상담사가 '성평등과 MZ'를 주제로 발표했다. 20대 여성인 윤설희 상담사는 "성평등에 관한 견해가 세대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윤 상담사는 명절 때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본인의 10살 여동생이 상을 치우자 어른들이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 다 컸다"라고 칭찬하는 반면에, 23살의 남자 사촌동생이 같이 일을 하자 "네가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며 어른들이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윤설희 상담사는 여성에게 가사 노동, 양육의 책임이 많이 부여되어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존중하는 것이 구조적 성차별의 해결 방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눈치 보지 않고 시간에 맞춰서 출·퇴근을 하는 등 남녀 상관없이 가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여성이 가지는 가사와 양육의 무거운 책임을 덜어줄 수 있고 성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정덕기 가정폭력·성폭력 전문 강사. ⓒ 뉴스사천

 
"육아는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이 아니다"

다음으로 정덕기 가정폭력·성폭력 전문 강사가 '육아와 양성평등'을 이야기했다. 정덕기 강사는 네 명의 딸을 둔 아버지이자 자영업자로서의 육아 생활을 들려줬다.


정 강사는 "흔히들 아이가 넷이라고 하면 '엄마가 고생이 많겠다. 아빠가 도와야 하겠다'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기본적으로 육아는 부부가 협동하는 것이지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며 본인과 아내의 평등한 육아 생활을 소개했다. 

정덕기 강사는 양성평등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성평등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성 역할을 나누지 않고 차별 없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강사는 이와 더불어 자영업자의 육아 휴업 지원과 남성 육아 지원 등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했다.
  
a

정인영 사천여성회 국장. ⓒ 뉴스사천

  
"진급 못 하고 퇴사, 문제제기 했더라면 어땠을까"

세 번째로는 정인영 사천여성회 국장이 발표를 이어갔다. 정인영 국장은 본인이 회사에서 겪었던 성차별 사례를 소개했다.

정 국장은 "진급을 앞두고 다른 회사와 합동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협력 회사 측이 '여자와 일을 할 때 대화하기 힘들다'라는 이유를 들어 내가 진급 대상자에서 배제됐다. 회사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처음엔 사과하던 회사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다고 해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인영 국장은 이후에 진급하지 못한 상태로 일하다 결국 퇴사했으며, 그 이후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 회사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진급한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아직도 발전이 없는 현실을 보며 그 당시 '내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문제 제기를 했다면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며 "성별에 따라 직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사람도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

사천지역자활센터의 표승우 팀장. ⓒ 뉴스사천


"부모가 함께 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 마련돼야"

마지막으로 사천지역자활센터의 표승우 팀장이 남성 육아 휴직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표승우 팀장은 "경남에 자활이 20개가 있는데 25년 역사에 육아 휴직을 신청한 남자 사회복지사가 내가 최초였다"며 "그만큼 남자가 육아 휴직을 사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표 팀장은 6개월간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휴직 기간 동안 아내와 함께 아들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육아 휴직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낮은 육아 휴직 급여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빠와 엄마가 함께 직접 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며, 육아 휴직 장려금 등의 지원이 있다면 남자의 육아 휴직 사용률도 올라가고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a

토크쇼 진행을 맡은 마산 YWCA의 이애라 사무총장. ⓒ 뉴스사천

  
나이, 성별, 직업, 생활환경이 다른 네 명의 발표자들은 자신만의 경험을 들려줬지만, 모두 공통적으로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했다. 발표가 끝나고 청중들도 발표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며 차별 없이 모두가 존중받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양성평등 #사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