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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3' 김이나의 심사평에 설레는 이유

JTBC <싱어게인3> 뛰어난 표현력에 담긴 진심

23.11.19 10:51최종업데이트23.11.2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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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하다보면 언어의 빈곤을 경험한다. 무대를 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형언하기 힘들 때가 많다. 너무 멋지고, 놀랍고, 감동적인데, 나의 언어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라 서글픈 것이다. 참가자가 주는 그 감동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말문이 막힌다. 또, 무대를 감상하면서 느꼈던 감정의 정체를 명쾌하게 적시할 수 없어 속이 갑갑하다. 

그런 '소화불량'을 겪다가 이런 심사평을 들으면 속이 뻥 뚫린다. 

"5호 가수님은 영화 보면 작은 바에 음악 제대로 듣는 사람들만 모인 곳에 그 사람 공연하는 날만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듣고, 거기 위스키도 있고,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마을에서 아무도 모르고, 그런 미스테리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상상이 돼요. 너무 멋있어서 20년 동안이나 이런 분이 어디선가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는 사실이 제가 근사한 곳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내 감정을 읽어준 것 같아서, 내 이해가 이해받은 것 같아서, 그제서야 무대 위에 섰던 참가자를 응당 제대로 대우해 준 것만 같아서 안심이 된다. 참 섬세한 언어가 아닌가. 무대의 서사를 풀어내 시청자를 이해시키는 재주가 놀랍지 않은가. 또, 20년 가량 무명으로 가수 생활을 했던 참가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고 캐릭터까지 부여하다니 감탄할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참가자들을 이해하는 심사평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런 근사한 심사평을 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JTBC <싱어게인3>의 김이나 작사가이다. 이런 식이다. 

"든든한 바위 위에 피어있는 너무 예쁜 꽃." (최백호의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부른 1호 가수와 25호 가수의 무대)
"46호님은 미국 서부에 럭비 팀장 여자친구 할 것 같은 그런 잘 나가는 고등학생 느낌을 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것도 모르는 기숙사 밖으로 나가본 적 없는 여자가 됐다가 하시는 거예요." (김건모의 '스피드'를 부른 46호 가수와 56호 가수의 무대)


특유의 음색으로 감탄을 자아냈던 1호 가수의 '불안정한 아름다움'과 연륜이 녹아있는 가창력으로 감동을 이끌었던 25호 가수의 '뿌리내린 단단함'이 어우러진 무대를 한마디로 정리한 김이나의 표현력은 압권이었다. 그의 문학적 심사평은 46호 가수의 개성과 끼를 칭찬할 때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중간에 목소리 톤을 바꿔 다른 느낌을 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찰떡 같은 비유를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56호에게는 "고관절을 여자가 그렇게 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아저씨처럼 쩍벌을 하고 하체를 쓰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고 직설적인 언어로 시청자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또, 탈락자에게는 "거듭되는 무대를 보면서 진짜 넓은 폭의 그림을 그려나갈 분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소리와 얼굴 마주치게 될 거라 생각한다"는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싱어게인>은 심사위원단장을 포함 총 8명의 심사위원단 체제를 취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OB와 YB로 구분해서 세대별 관점의 차이를 보여줬다면 시즌3에서는 그런 구분 자체에 더 이상 무게를 두지 않는다. 약간 기울어져 있던 남녀 성비도 4:4로 맞춰졌다. 시즌에 따라 심사위원단 구성이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김이나는 시즌1 때부터 줄곧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터줏대감이다. 

시즌3로 넘어오면서 유희열의 공백을 윤종신이 채우고, 이선희와 윤도현, 송민호의 빈자리를 임재범, 백지영, 코드쿤스트가 대신하게 됐다.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회차가 계속될수록 어색은 사라졌다. 또, 새롭게 합류한 심사위원들의 매력이 서운함을 일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김이나의 대체자는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체불가이다. 

시즌2에서 김이나는 우승자 이승윤의 첫 무대를 보고 "설레발이지만 30호가 앞으로 굉장히 인기몰이할 것 같다"고 예견했고, "스스로가 '나를 왜 좋아하지, 나는 애매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인드 컨트롤의 일환일 수 있지만 30호는 (대중들의) 애정과 사랑을 받아주기만 하면 훨씬 더 멋있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30호의 매력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낸 심사평이 아닐 수 없었다.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JTBC

 
이처럼 김이나의 심사평은 섬세하고 또 설득적이다. 어떤 점이 좋았는데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곤란함을 가뿐하게 해결해주고, 어떤 점이 부족하거나 아쉽다고 느꼈는데 정확히 꼬집어내지 못하는 난감함을 속시원하게 뚫어준다. 또, 내 심정이나 생각을 대변해주는 심사위원의 존재는 더할나위 없이 고맙다. '보배로운' 심사위원 김이나를 못 끊는 이유다. 

단순히 '좋았어요', '대박이에요', '반했어요', '소름돋았어요' 수준의 일차원적인 심사평에 머물지 않는다. 그 정도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표현할 수 있는 범위니까. 그래서 김이나의 심사평을 듣는 게 즐겁고 설렌다. 참가자들의 경이로운 무대도 기대되지만, 김이나의 심사평이 더 기다려진다. 무대를 보며 한 번, 김이나의 심사평을 듣고 또 한 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 공감의 언어가 주는 힘이리라. 

다음과 같은 심사평을 하는 사람의 말, 그 진심에 어찌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 약간 좀 죄송한 얘기지만... 25호님 미치신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 이게 근거가 있어야 눈물이 나는데 제가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데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내가 그냥 25호님 몸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제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막 상상하게 만드는 서사를 만들어내셨던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싱어게인2 김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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