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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은 떠올리지도 못하던 누나, 인터뷰에 응한 이유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참사 생존자·유가족 최초 인터뷰집 "재난 반복되지 않도록"

등록 2023.10.25 14:37수정 2023.10.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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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누나로서 의현이가 어떤 동생이었는지, 평범하지만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 사람인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기는 게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고 김의현씨 누나 김혜인씨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을 담은 최초의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가 출간됐다.

작가기록단과 유가족, 출판사 창비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책을 통해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다시 한번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 달라. 그 기억이 조금씩 모여 커진다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의 유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말 꺼내기 힘들었지만... 알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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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구술자로 참여한 희생자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가 인터뷰 참여 동기와 참사 이후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유가족이 증언에 응한 이유 ⓒ 유성호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는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작가기록단이 약 9개월 동안 생존자와 유가족을 직접 만나 여러 차례 인터뷰를 진행하며 적은 기록이다.

이태원 희생자인 고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는 인터뷰의 구술자로 참여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고 말로 꺼내는 일 자체가 힘들었다"고 했다. 혜인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여러 차례 응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책을 통해서 '왜 매년 하던 핼러윈 축제의 인파 관리를 (참사 당일에만) 하지 않았는지', '왜 참사 초기에 신고 전화를 무시했는지', '왜 참사 후에 처리 과정이 불투명한지', '왜 책임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지'를 떠올리고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어 혜인씨는 "책 출간에 참여하며 독자분들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알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진짜 큰 힘이 됐다"라며 "사람들에게 참사를 알리고 기억하게 함으로써 저희가 계속 강조하는 '특별법 제정'과 '책임자 처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후 변화했다고 믿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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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유해정 작가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집필 동기 및 기획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 유성호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에 참여한 유해정 작가 ⓒ 유성호

 

책 출간에 참여한 유해정 작가는 집필 동기를 설명하던 중 울먹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작가기록단에도 참여했던 유 작가는 이같이 말했다. 

"사실 저는  2015년 1월에도 이 공간에 앉아 있었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출간 기자간담회를 했거든요. 그때 이후로 제가 다시 이태원 참사를 기록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에 대한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통해 그 믿음이 사라졌고,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와 희생자들 대하는 태도에서 이들의 권리와 존엄이 무시당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기록했습니다."

이어 유 작가는 "20, 30대 청년 세대가 많이 희생당하고 피해를 경험했는데 이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굉장히 심하다"라며 "남은 형제자매들이 살아갈 세상 속에서 시민들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함께 작가기록단으로 참여한 이현경 작가는 "스무 살에 세월호 참사를 목격했고, 스물여덟 살에 이태원 참사를 마주했다"며 "또래 청년들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작가기록단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 지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친구가 이태원에 있었다'며 흐느껴 울던 게 생각납니다. 왜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걸까 고민했습니다. 제 또래 청년들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고, 용기 내 작가기록단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재난 당사자들이 고립되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정부의 초기대응과 반응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의지 없는 정부... 관심 주신다면 틀림없이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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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부터), 구술자로 참여한 희생자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와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유해정, 이현경 작가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 "생존자, 희생자 증언 보시고 다시 한번 기억해 달라" ⓒ 유성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부모로서 남겨진 형제자매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부모들은 참사 초기에 슬픔에 빠졌다. 그런데 나중에 남은 형제자매들도 슬픔을 감내하기 힘들지만 부모의 슬픔에 자신의 슬픔을 보태기 싫어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라며 "그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그런 마음들이 담겨 있는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태원 참사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 입장에선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고 (정부는) 밝히려는 의지도 없다"라며 "저희는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동참해 주시길 호소드린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틀림없이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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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부터), 구술자로 참여한 희생자 김의현씨의 누나 김혜인씨와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유해정, 이현경 작가가 집필 동기 및 기획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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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창비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 생존자와 유가족이 증언하는 10·29 이태원 참사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은이),
창비, 2023


#이태원참사 #이태원1주기 #유가족 #우리지금이태원이야 #금요일엔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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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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