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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포수' 김형준의 가을야구 도장깨기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NC 주전포수로 대활약

23.10.25 08:39최종업데이트23.10.2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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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가을야구에서 NC의 기세가 무섭다. 정규리그 4위로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NC는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을 두들기며 14-9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이자 정규리그 3위 SSG 랜더스를 만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SG의 홈구장인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연승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특히 NC는 올해 가을야구에서 경기 후반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8회 말에 6득점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던 NC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에서 8회 이후 4득점, 2차전에서도 8회에만 3득점을 기록했다. 바꿔 말하면 NC는 상대의 셋업맨이나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매우 능하다는 뜻이다.

NC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타선과 마운드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고 3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때렸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장타도 잘 터지고 있다. 하지만 NC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때린 5개의 홈런 중 3개는 단 한 선수의 방망이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외국인 선수 제이슨 마틴도, 가을야구 5안타의 박건우도 아니다. 바로 공룡군단 안방마님이자 '금메달 포수' 김형준이 가을야구 3경기서 3홈런5타점으로 자신의 첫 가을나들이를 뜨겁게 불태우고 있다.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NC다이노스와 SSG랜더스의 2차전 경기.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NC 김형준이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항저우 대표팀 불안요소로 지목됐던 김형준

지난 6월 9일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만25세 이하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로 선수들로 꾸렸고 와일드카드 역시 만29세 이하의 선수들로 선발했다. 김광현(SSG)이나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현수(LG 트윈스) 같은 기존의 국가대표 단골들을 볼 수 없었던 이유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는 선수구성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약해 보이는 포지션은 투수들을 리드하고 상대 주자를 견제하면서 내·외야 수비를 진두지휘하는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 포수였다. KBO리그의 각 구단에서 활약하는 주전 포수들이 대부분 30대로 구성된 만큼 리그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20대 포수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고민 끝에 NC의 유망주 포수 김형준과 키움 히어로즈의 루키 김동헌을 선발했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키움에 지명된 김동헌은 대표팀 선발 당시 이지영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39경기에서 타율 .233 무홈런8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고졸신인으로 루키 시즌에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히어로즈의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점만으로도 김동헌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만37세 노장 포수의 백업 역할을 하는 만19세의 루키 포수에게 대표팀의 안방을 맡기기엔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또 한 명의 포수자원 김형준의 상황도 크게 나을 건 없었다. 작년 8월 전역을 20일 앞두고 전방 십자인대파열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김형준은 후반기 출전을 목표로 재활에 매진했다. 물론 계획대로 후반기에 복귀해 경기감각을 회복한다면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올 시즌 1군에서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한 선수를 4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한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한 편에서는 김형준 만한 포수를 찾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김형준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9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NC가 장기적으로 양의지(두산)의 후계자로 키우던 대형 유망주였다. 실제로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60경기에 출전한 김형준은 입대 전까지 3년 동안 1군에서 159경기에 출전하며 또래 포수들 중에서 정보근(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가장 많은 1군 경험을 쌓았다.

금메달 견인 이어 가을야구에서도 맹활약

후반기 복귀를 예상했던 김형준은 예상보다 조금 늦은 8월 24일 SSG전에서 1군에 복귀해 커크 맥카티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확실한 복귀신고식을 했다. 김형준은 9월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도 멀티 홈런을 포함해 장타 3방을 터트리며 자신이 국가대표 포수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형준은 부상 복귀 후 20경기에서 타율 .250 5홈런10타점을 기록한 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집됐다.

김형준은 항저우에서 태국전을 제외한 5경기에 선발 출전해 18타수3안타(타율 .167)에 홈런과 타점 없이 3득점을 기록했다. 타격성적만 보면 분명 한국 공격의 흐름을 번번이 끊었던 부진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김형준은 한국의 주전포수로 투수들을 잘 이끌며 수비에서는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대만과의 결승전에서는 선발 문동주(한화)를 비롯해 자신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또래의 투수들을 잘 리드하며 팀 완봉승을 견인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한 김형준은 15일 삼성전에서 시즌 6번째 홈런을 터트리며 26경기에서 타율 .236 6홈런13타점10득점의 성적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김형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올 시즌을 앞두고 4년46억 원을 받고 NC 유니폼을 입은 박세혁을 제치고 NC의 주전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김형준의 활약을 보면 가을야구에서 박세혁 대신 김형준을 주전으로 낙점한 강인권 감독의 선택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알 수 있다.

김형준은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회 선발 곽빈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트린 데 이어 8회에는 홍건희에게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작렬했다. 그리고 23일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4-0에서 4-3으로 추격을 당한 8회 초 공격에서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문승원의 8구째를 잡아당겨 자신의 가을야구 3번째 아치를 그려냈다. 결승타는 없었지만 3방 모두 NC에게 반드시 필요한 홈런들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가 이끄는 두산을 꺾은 김형준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두 개의 우승반지가 있는 포수 김민식을 압도하고 있다. 어쩌면 김형준의 시선은 이미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포수 장성우(kt 위즈)와 '65억 포수' 박동원(LG)을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

과연 만 23세의 '금메달 포수' 김형준은 올해 가을야구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 포수들을 제치고 NC를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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