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엔트리 물집 교체 논란 그후, 이의리의 증명

23.10.10 15:57최종업데이트23.10.10 15:57
원고료로 응원

▲ 이의리 역투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5회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좌완투수 이의리는 최근 몇 주간 내내 원치않게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의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소집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손가락 물집 부상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최종명단에서 탈락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이자 대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이의리의 탈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모두에게 충격을 줬다.
 
석연치 않은 엔트리 탈락 논란은 급기야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졌다. 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은 물집 재발 우려와 긴 이닝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탈락 이유로 꼽았지만, KIA 구단과 이의리 본인은 물집이 완전히 나았고 몸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사건은 결국 야구대표팀과 이의리 양쪽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됐다.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뒀거나 이의리의 빈자리가 부각되었다면 류중일 감독은 엔트리 교체에 대하여 엄청난 비난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대로 탈락한 이의리 역시 소속팀 경기를 통하여 자신의 몸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했다. 이로 인하여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대표팀 엔트리에 없는 이의리의 이름은 야구팬들에게 빈번하게 언급됐다.
 
다행히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대만을 연파하고 대회 4연패에 성공했다. 류중일호는 예선 대만전 패배, 이정후-구창모-곽빈 등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공백으로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해피엔딩으로 금의환향에 성공했다. 류중일 감독이 발탁한 차세대 파이어볼러 문동주의 역투, 이의리의 대체자원으로 선발한 야수 윤동희의 깜짝 활약 등은 류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도 내심 이의리를 마음 한편에 품고 있었던 듯하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정한 후 돌연 이번 대회에 합류하지 못한 이의리의 이름을 꺼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회에는 나이 제한이 있었다. 선발 과정에서 부상자도 많았고, 뽑는 과정부터 많이 힘들었다"고 선수선발의 고충을 호소하며 "이의리 선수는 부상 때문에 빠지게 됐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다행히 소속팀에서 잘 던지고 있더라"라고 그동안 감춰놨던 속내를 전했다.
 
류중일호가 금메달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듯이, 이번엔 이의리가 증명할 차례였다. 놀랍게도 이의리는 AG 엔트리 탈락 직후 세 번의 등판에서 연이은 호투를 이어갔다.

9월 27일 NC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고, 10월 3일 KT전에서는 5.1이닝 1실점에 이어 지난 9일 삼성전에서는 5.2이닝 1실점에 10K의 삼진쇼까지 선보이는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더구나 "긴 이닝과 투구수를 장담하기 어려워서 제외했다"는 류중일 감독의 평가가 무색하게 KT전에서는 109구, 삼성전에서는 무려 115구를 거뜬하게 소화해냈다.
 
이의리로서는 갑작스러운 국가대표팀 탈락과 엔트리 교체논란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고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빠진 대표팀은 극적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를 보면서 여러모로 미묘한 감정을 느낄 만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의리는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해내며 강철멘탈을 과시했다.
 
이의리는 9일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쉬운 부분은 내려놓고 가겠다. 앞으로도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 나서겠다"며 의연하게 답했다. 과거에 연연하고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생각하는 이의리의 성숙한 태도는 팬들의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애초부터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다. 류중일 감독과 이의리 모두, 그 순간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방향은 달랐지만, 류중일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으로, 이의리는 소속팀에서의 역투로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며 각자의 윈윈을 이뤄낸 셈이다.
 
그리고 이의리에게는 이번의 아픈 경험이 오히려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KBO리그 신인왕 수상을 비롯하여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큰 무대를 경험해본 이의리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 사건은 비록 충격이었지만 앞으로 길게 남은 야구인생에서는 큰 교훈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 아직 만 21세에 불과한 이의리에게는 아직도 더 많은 국제무대에서 도전과 성취의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이의리 류중일감독 KIA타이거즈 야구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