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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 "캐릭터 영화 밖 상상 즐거워, 연기가 너무 좋다"

[28th BIFF]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23.10.09 10:28최종업데이트23.10.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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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행사가 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액터스 하우스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하여 지난해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동시대 대표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하여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다음 달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영화 <독전 2>로 이번 영화제를 찾은 배우 한효주는 올해 액터스 하우스에 초청되어 자신이 걸어온 연기 인생과 여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과 함께 나눴다. 프로그램의 진행은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예정되어 있던 1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뜨거운 관심과 환호 속에 진행된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행사의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현장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 <독전 2>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주셨는데요.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지금 배우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너무 사랑하는 영화광이었는데,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저한테 주는 큰 기쁨이 있었어요. 제가 제 작품으로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영화의 전당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실 개막작이 <오직 그대만>이었거든요. 얼마나 영광이었는지. 그 큰 스크린으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제 영화를 봐주시는데 그때가 너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고. 그리고 또 개막식 사회를 본 적도 있어요. 설경구 선배님이랑. 그때 그런 추억들도 떠오르고 그냥 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한 소녀가 이렇게 차근차근 매해 추억들이 겹치고 쌓이면서 지금은 이렇게 여러분들과 필모에 대해서 토크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다고 하니까 오늘도 너무 무한한 영광이고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이 자리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 것 같습니다."

-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은 액터스 하우스 자리에 처음 함께 하시겠냐는 제안을 받고 어떤 마음이셨을지, 또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셨을지 궁금합니다.
"정말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이 들었고요. 제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그동안 걸어왔던 필모를 이렇게 얘기를 해볼 자리가 아직까지는 없었거든요. 처음이에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도 되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오게 된 것 같습니다."

- 사실 <독전 2>에서 '큰 칼'이라는 역할로 돌아오셨는데요. 이번 역할은 배우로서 아주 큰 도전을 하게 되었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익숙한 옷과 놀랄 만한 옷을 준비했을 때 배우는 조금 다른 방식의 두려움과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데, 관객들을 만난 이후의 지금 마음은 어떠신가요?
"말씀 주신 것 처럼 <독전 2>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전혀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던 옷이었어요. 옷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맡은 '큰 칼'이라는 캐릭터가 원래 남자 캐릭터였는데,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고 싶으셔서 여자로 바꿔서 제안을 주셨다고 해요. 그런 너무 큰 역할이다 보니 제가 그걸 선택하기까지도 큰 부담이 있었고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됐었습니다.

그 옷을 입기 위해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많은 연구를 하고 운동도 많이 하고 살도 많이 빼고 근육도 만들고 물도 안 먹고 독하게 아주 준비를 했었죠. 정말 누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독하게 준비를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현장에서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좀 아쉬움이 남거나 연기적으로 그런 느낌은 없지만 두려움은 있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까 하는. 나는 관객분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크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현장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큰 칼'이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정신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에서 복잡하게 꼬여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는데요. 이 캐릭터에 몰입해 있던 시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은 저한테는 연기를 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면들을 꺼내서 거기서부터 발전을 시켜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지금까지 쭉 그렇게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큰 칼'은 아예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해서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를 만든 것도 제게는 배우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래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예 없는 부분이다 보니까 캐릭터를 만들 때 오히려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냥 진짜 하얀 종이에 처음 밑그림부터 하는 느낌? 외적으로는 지문으로 나와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걸 따라가면 되는데 내적으로는 사실 그리기 나름이더라고요. 사실 저는 이 '큰 칼'이라는 캐릭터가 좀 마음이 아리거든요. 되게 불쌍하게 연민이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연민이 가는 사람을 저는 좀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재미를 처음 느꼈던 순간들이 기억나세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혹은 창작자가 요구하는 틀 이상의 자기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사실 저는 연기를 연극영화과를 가기는 했지만 들어가자마자 데뷔를 한 케이스여서 공부를 많이 못했어요. 운이 좋게 일을 바로 할 수 있어서 감사하기는 했는데 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알아서 배우고 부딪히고 했어야 했죠. 그때 생각해 보면 바위에 날계란 깨듯이 늘 깨지고 잘 못해서 울고. 진짜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맨날 울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인정하기 싫은데 못하는 거예요. <봄의 왈츠>가 제 첫 드라마인데 그때 김혜숙 선생님이 저희 엄마로 나오셔서 너무 연기를 잘하시니까 제가 한 번은 촬영장에서 '저는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할까요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했더니, '너는 내가 20~30년 한 걸 한 번에 잘하려고 하면 안 되지'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때는 진짜 너무 잘하고 싶었어요. 못하니까."

- 혹시 기억에 남는 소중한 작품이 있을까요?
"그렇게 호되게 첫 작품을 하고 나서 작은 영화지만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작품인 이윤기 감독님의 <아주 특별한 손님>이라는 영화를 만났어요. 그 독립영화가 예산도 적고 회차도 한 13회 차 밖에 안 됐어요. 작은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준비하기 위한 한두 달의 과정이 저한테는 참 많은 배움이 되었죠. 감독님이 저한테 일기를 써봐 하시더라고요. 한효주가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가 되어서 일기를 써보라고. 그리고 그냥 아주 구체적으로 이 인물이 그냥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어떤 향수를 뿌릴지 이런 아주 다른 방식으로 캐릭터를 접근해 볼 수 있는 그런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는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그 뒤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거든요. 정말 그전까지는 그냥 이 대사를 어떻게 할까 정도밖에 안 되는 고민이었다면 그 뒤로는 '사람이 되어야 되는구나'의 접근 방식이 생겼던 것 같아요. 물론 말씀드린 대로 제 자신도 많이 캐릭터에 투영을 시키지만 그 뒤로는 항상 그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 사람을 그리는 밑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어도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 것이고 어떤 일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걸 상상하는 과정이 저는 즐거운가 봐요. 재미있어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 '액터스 하우스 : 한효주' 현장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한효주라는 배우는 어떻게 카메라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선택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나는 왜 대중 앞에 나서는 삶을 살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을 언제 처음 해보셨나요?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고요. 저도 그게 참 신기해요. 제가 어떻게 갑자기 이 일을 하고 싶어서, 그 청주에서. (웃음) 정말 작은 동네에서 근데 갑자기 고등학교 때 연기가 하고 싶어서 왜 이 꿈을 꾸게 되었는지 저도 지금 그게 신기하고 운명처럼 다가왔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처음 들어설 때는 이런 배우로서의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고요. 여전히 저는 사실 조금 버거워요.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좋아요. 아까도 막 캐릭터 이야기하고 이런 건 그 과정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고 했잖아요. 그건 정말 제가 좋아하는 일인 것 같아요. 재밌거든요. 그래서 지치지 않고 이렇게 오랜 시간 해올 수 있었던 거 같고. 참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중 앞에 서는 일은 여전히 너무 어렵고 힘들고 제가 상상하고 생각했던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저는 불편하고 힘든 순간들이 좀 많아요."

- 한효주 배우의 필모들을 보면 굉장히 부지런히 살아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어쩌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계속 연기를 해왔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 의심을 스스로 어떻게든 돌파해 내는 방법이라는 게 일을 해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구나. 자신 스스로?
"그게 제일 편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하기 위해 현장에 있고, 그런 순간들이 저를 살게 하고 의심하지 않게 하고. 오히려 현장 밖에서의 저는 다닐 때도 불편한 일이 많은데 현장에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어떤 쓸모 있는 사람인 것 같고. 그래서 항상 너무 힘들 때는 일을 하면서 거기서 좀. 늘 제가 허우적거릴 때는 연기를 하고 촬영장에서 사람들이랑 함께 있고 할 때 제가 건강해졌던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좋은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서 나아왔다면 이제는 정말 좋은 선배가 되어서 현장을 아름답게 물들여야 하는 시기가 됐단 말이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다른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한효주 배우는 어떤 태도를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정말 찬란했던 20대를 보내고 30대에 들어서면서 시간이 너무 빨라서 그런 순간이 금방 오더라고요. 지금 현장 가면 스태프들이 선배님이라고 부르는데 아직도 너무 화들짝 놀라요. '제가 선배인가요?'(웃음) 그런데 정확히는 <해적>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제가 캡틴이었잖아요. 여자 두목인데. 캐릭터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현장에서도 제가 리드를 해야 할 것 같고. 그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 여자는 저 하나인데 제가 캡틴이에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뭔가 이 영화에 대한 책임감도 더 커지고 사람들도 다 챙겨야 될 것 같고. 늘 책임감은 있었지만 <해적>을 할 때는 좀 달랐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말씀해 주셨던 그런 마음들이 생긴 게. 그러면서 다른 선배님들 생각도 많이 났고. 20대 때는 제 연기만 잘하면 됐는데, 캐릭터를 잘 해내기만 했으면 됐는데. 이제는 조금 다른 얘기가 됐어요. 흥행 여부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촬영하는 동안에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가 이만큼 달라질 수 있구나. 더 잘해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죠. 아직도 제가 선배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현장에 있는 거 같아요."
배우 액터스하우스 한효주 부산국제영화제 독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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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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