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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너머에 존재하는 무엇 믿는다"

[28th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

23.10.08 13:10최종업데이트23.10.0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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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괴물>의 공식 기자회견이 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영화 <어느 가족>(2018)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 소개되는 자리다. 이번 작품 <괴물> 역시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영화 <괴물>은 깊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소년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건의 실체보다는 루머와 오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을 보여주며 개인과 가족, 사회의 여러 측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일본의 유명 작가인 사카모토 유지와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주연 배우인 구로카와 소야, 히이라기 히나타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의 내용을 간략히 전달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 감독님, 두 배우를 어떻게 발견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이 두 배우와는 오디션에서 만났습니다. 통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선발하게 되었고, 여러 역할을 주고 그걸 보면서 두 명으로 추려 나갔는데요. 압도적으로 이 두 배우가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제 안에서 고민이나 갈등 같은 것이 전혀 없었고 그때 이미 인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지점은 아역 배우들이 평소에 쓰는 말투 같은 것을 반영하여 대본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성인 연기자들과 준비하는 단계와 마찬가지로 함께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아역 배우들과 리딩도 함께하고 리허설도 꼼꼼히 하면서 신을 만들었습니다."

- 이번 영화 <괴물>을 연출하시면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을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로부터 받은 플롯을 바탕으로 각색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플롯을 처음 받은 게 2019년이었으니까 영화를 촬영하는 데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셈입니다. 현재의 각본은 처음의 플롯과 바뀐 부분이 꽤 많은데요. 강이 등장하는 플롯과 달리 영화에서는 호수가 등장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처음부터 플롯에 쓰인 부분 가운데는 불과 물이 상징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 있는데, 이 부분은 저 역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번 작품은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고(姑)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 그리고 감독님까지 세 분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협업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카모토 유지 감독과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과의 공동 작업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조금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가운데 존경하는 두 분과의 협업이 실현되어서 이번 작업은 제게도 아주 값진 경험이 됐습니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님과는 직접 만나서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일반적으로 제가 편지를 보내드리면 감독님의 음악이 제게 전달되는 형식으로 여러 차례 편지와 음악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 두 배우 분께서는 각자가 맡은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감정이나 내면 연기는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히이라기 히나타 배우 : "저는 평소에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인물과 역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촬영장에 가곤 합니다. 촬영장의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인물이 되어가는 식의 연기라고 하면 좋을까요? 이번에도 그렇게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어요."

구로카와 소야 배우 : "저는 아직 연기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감독님께서 가끔 제가 찾고 있는 답의 힌트가 될만한 열쇠들을 주셨고 저는 그걸 모아서 연기를 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어떤 감정에 대해서 생각할 때 감각적인 부분을 더 느껴보라고 말씀해 주셨던 부분입니다. 이를테면, 무섭다는 감정을 연기할 때 너무 무서워서 발끝이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느낌을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해주셔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동일한 상황을 세 개의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면 음악 교실 장면에서 관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처음에는 소음처럼 들리다가 추후에 다시 해석되는 편집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촬영 과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말씀하신 음악 교실 장면은 이미 플롯 단계에서 완성된 상태로 묘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내가 이런 장면을 직접 각본에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면이었습니다. 처음 플롯에서 각본으로 완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걸 읽어보신 다나카 유코(극 중 교장 선생님 역) 배우께서 이 장면에서 본인이 직접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짧은 장면을 위해 촬영 1년 전부터 호른 악기 연습을 하셨죠.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직접 악기를 불어서 소리를 내셨습니다. 구로카와 소야 배우도 직접 소리를 악기를 불어서 냈었습니다. 추후에 제가 편집된 영상을 사카모토 류이치 감독님께 보내드렸을 때, 감독님 또한 이 음악 교실 장면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고, '자신의 음악이 이 소리들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의중을 편지로 제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괴물> 기자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 두 배우님은 각자가 연기했던 소년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히이라기 히나타 배우 : "'이처럼 시점이 달라지면 사람의 마음도 느낌도 변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볼 때는 나쁜 학교가 되지만, 또 호리 선생님의 입장에서 같은 장면을 보면 오히려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착각을 할 수도 있는데,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구로카와 소야 배우 : "저는 평소에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착각을 하게 되거나 마음이 엇갈리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하는 일과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영화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런 감성을 영화에 녹여내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지도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서는 저도 항상 영화를 보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비법이나 노하우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저 현장에서 배우와 어떻게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와 함께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생각을 하면서 그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작업한 결과가 아닐까 싶네요."

- 영화 속에서 오해와 루머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이번 작품의 구성 역시 관객들이 그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이 마치 그 영화 속 주변 인물이 되어서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하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의도한 부분이 따로 있으셨는지, 관객들이 이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이번 작품에는 평소에 제가 써왔던 시나리오에는 없는 요소가 꽤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등장인물들과 같은 시선으로 동일한 사건을 관객들이 체험하게 하는, 이 영화 속에 참여하는 기분을 갖게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저 역시도 해당 시나리오를 영화를 찍으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사카모토 유지 작가님은 조금 못된 작가이기도 합니다. 관객들이 오해할 수 있는 장면들을 일부러 계속해서 포함시키고 있으니까요. 이 영화를 계속 보고 있으면 작품 속 주변인물과 마찬가지로 알고 보니 우리도 이 소년들을 궁지로 몰아갔던 쪽에 있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부분이 정말 사카모토 유지 작가님 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아주 뛰어난 스크립트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항상 영화 너머에 무엇이 존재하고 그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관객들이 영화 속 두 소년에게 공감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령, 두 소년이 우리 모두를 떠난 상태에서 남겨진 우리 어른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같은 것들이죠. 그런 질문을 던지고 남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 사카모토 유지 작가님과 오래 고민을 했습니다."

한편,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괴물>은 총 세 번의 상영이 계획되어 있다. 티켓 오픈 5분 만에 4400석 전석이 매진되며 관람을 원하는 많은 관객들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이 기자회견의 내용이 조금이나마 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국내 정식 개봉은 11월로 예정되어 있다.
영화 괴물 고레에다히로카즈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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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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