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 뒷산에 올라 맨발걷기, 괜찮네요

건강 챙기려 시작한 맨발걷기, 이젠 주위에 흙을 찾을 정도

등록 2023.09.30 15:58수정 2023.09.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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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인 9월 30일 울산 남구 옥동 뒷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 박석철


추석 명절인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집 뒷산에 올라 흙을 밟고 맨발로 걸었다.


일찍 아침을 먹고 뒷산(울산 남구 옥동 남산)에 오르니 이른 시간인데도 여러사람들이 맨발로 산길을 걷고 있었다.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고 산에 오시는 분들을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산에 올라 맨발로 흙길을 걸으면며 기분이 좋아지고 뭔가 좋은 기운이 내 몸에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명절 연휴에도 산에 오르는 것이리라.

맨발걷기를 시작한 것은 한 달이 채 안 됐다. 내가 맨발걷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요즘 대세인 '맨발 걷기 열풍'에 편성한 것은 아니다. 최근 내 몸에서 나쁜 징후가 오길래 치유 받고 몸 상태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검색하다 알게 된 맨발걷기 건강요법이다.

검색을 통해 내 뇌리에 정립된 맨발걷기는 '걷기'와 '접지'라는 두 단어다. 걸으면 건강해진다는 보편적 진리는 익히 알고 있던터인데, 접지라는 생소한 단어는 이번에 알게된 운동법이다. 

접지는 어싱(earthing)에서 따온 말로 내 몸을 땅에 접하게 한다는 의미다. 맨발걷기로 접지를 하면 몸이 건강해진다는 이론인데 맨발로 땅을 접하고 있으면 내 몸의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고 자연의 건강한 기운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특히 요즘엔 자신의 병을 맨발걷기로 치유했다는 사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곳곳에 올라 있는 여러 치유 사례들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맨발걷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어느 순간 들었고, 한번 시작하니 매일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해지고 있다.

맨발걷기를 시작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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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옥동 뒷산. 9월 30일 추석 다음날 비가 내려 산길이 축축하다. ⓒ 박석철

 
오랜 기간 스트레스와 거의 매일 이어지는 음주, 밤이면 당기는 인스턴트 식품에 익숙해진 내 몸은 급기야 탈을 내기 시작했다. 사람은 신기하게도 몸에 이상 징조가 나타나면 이를 해결해 보려는 의지가 생긴다.

유튜브 검색과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한 후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 뒷산에서 시작한 맨발걷기가 이제는 하루 일과 중 자투리 시간이 나면 시도할 정도가 됐다.

문제는 뒷산 빼고 마음먹고 맨발걷기를 할만한 땅이 없다는 것이다. 집 주변이나 나의 일상에서 접하는 주위는 모두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굳이 흙을 찾자면 건물이나 도로 곳곳에 나무를 심어 놓은 흙터가 전부다. 이런 곳에서 맨발걷기를 시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내 몸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맨발걷기에 대한 의지를 해결하는 일은 뒷산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을 접지하고 걷는 것이 최선인데, 이조차도 시간내기도 만만치 않다.

처음 뒷산에 오른 후 몇 일 간은 벌써 산에 올라와 운동하고 있는 주민들과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하지만 차츰 산을 왕래하다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들이면서 맨발로 걷는 모습을 보게 됐고, 이는 한 방향으로의 동질성을 느끼게 했다.

산에 오른 지 보름 쯤 지나니 맨발걷기의 고참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제공했다. "아저씨는 가만히 보니 고개를 숙이고 허리가 굽어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뒷짐 지고 거만한 자세로 천천히 걸어보세요. 옛날 거만한 양반이 아랫사람 앞에서 걷듯이 천천히 어깨를 펴고..."

맨발걷기에는 많은 고수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산에 올라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는 것도 걸으면서 스치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건강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이의 실천은 행동이라는 부지런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맨발걷기로 뭔가 좋은 기운이 올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깨달은 이치다. 

추석 연휴 둘째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와중에도 우산을 쓰고 습기 찬 황토를 밟고 있는 내 발을 보니 뭔가 내 몸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도 나는 이 산에서 맨발로 서 있을 것이다.
#맨발걷기 #울산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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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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