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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고야 AG 가서 최다 메달 도전해야죠"

[현장 인터뷰] 아시안게임 3연패 성공한 남자 펜싱 구본길·오상욱·김정환·김준호

23.09.30 10:36최종업데이트23.09.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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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28일 저녁 항저우 전자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김준호가 중국의 공격에 대항하고 있다. ⓒ 박장식

 
압도적으로 큰 점수 차이로 3연패를 수성한 선수들은 기쁜 마음이었다. 특히 '우주아빠' 구본길은 "우리 아들이 아직 아빠가 펜싱하는 것을 모른다.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 쯤이 되어야 알지 않을까"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도전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28일 저녁 항저우 전자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3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어펜져스', 구본길·오상욱·김정환·김준호가 단체전에서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펜싱의 저력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난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선수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가 워낙 컸기에 부담감도 있었다. "금메달을 당연하게 따야 한다는 분위기 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 이제야 이렇게 끝나게 되어 긴장이 풀린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금메달 못 따면 '운동 열심히 안 했다' 소리 들을까봐..."

김정환 선수는 "우리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스포트라이트를 사실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도쿄 올림픽 때 우리가 보였던 좋은 모습을 다시 보여드려야 하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대회를 마무리짓는 소감을 전했다.
 
김정환은 이어 "혹시라도, 경기니까 금메달을 못 따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며 비판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스트레스를 개개인이 많이 받았다"며, "우리 개개인이 그런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덕에 각자의 실력을 뽐내서 우리 금메달을 따낸 것 같다"며 안도했다. 

그러며 김정환은 "해피엔딩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동료들에게 고생했고,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며 김정환은 김준호 선수에 대해 "부상 여파가 있는데 준호가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나 말고 준호가 들어간 덕분에 점수차도 크게 난 듯 싶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28일 저녁 항저우 전자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 나선 오상욱 선수. ⓒ 박장식

 
오상욱 선수는 "2관왕을 해서 좋다는 느낌은 크게 없는 것 같다.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기쁨은 따로고,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 땄다는 것에 의미가 큰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오상욱은 세계선수권 때의 5연패 기록 마감을 돌아보며 "사실 그 기록이 끊기니까 더 낮은 자세로 연습할 수 있었다. 되려 기본에 충실하고 조금 더 나아진 자세로 임하면 파리에서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상욱 선수는 "파리 올림픽이라고 조금 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번 아시안게임도 전지훈련 할 때 처럼, 연습 때처럼 시합에 임하자고 했었다"며, "그런 마음으로 계속 파리 때까지 열심히 연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준호 선수는 경기 도중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준호는 "원래 사브르에서 잘 나오는 장면은 아니"라며, "상대방 선수가 칼을 놓친 탓에 타이밍이 엇갈려 스텝이 엉키는 탓에 무릎이 어긋난 느낌이었다. 살짝 얼얼한 느낌이 있다"며 통증에 대해 설명했다.
 
김준호는 이어 "우리가 오기 전에 코치님이 안 계셔서 우리끼리 손발 맞춰서 했는데, 조금 더 확실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연습을 했다. 그게 잘 맞아서 뜻이 깊은 금메달이 나온것 같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은 김준호에게 도리어 힘이 되었다. 김준호는 "큰 소리 나고, 이런 분위기에 위축되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 관중들이 일당백으로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현장을 찾은 한국 팬들의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구본길, "'복덩이' 아들 위해 최다 금메달 도전해야죠"
 

28일 저녁 항저우 전자과학기술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구본길(왼쪽)이 중국과 대치하고 있다. ⓒ 박장식

 
아시안게임 여섯 번째 금메달을 품에 안은 구본길은 "많이 후련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좀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았는데, 중국 선수들이 이란을 이긴 데다, 우리가 4강에서 힘겹게 이긴 터라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초반 집중하고자 하는 작전이 들어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구본길은 경기 도중 큰 기합을 넣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곤 했다. 중국 관중을 신경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구본길은 "그렇지 않고, 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구본길은 "틈이 살짝 보이면 힘겨워질 것이라는 것을 나도, 선수들도 분명히 알고 있다"며, "팀의 분위기를 위해서 일부러 '화이팅'을 크게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반 중국이 공세를 펼치며 찾아온 위기도 있었다. 구본길은 "단체전 뛰다 보면 점수차가 좁아지는 고비가 한 번 올 것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이미 느꼈고, 많이 경험했기에 서로 '무엇이 지금 급한지'를 뒤에서 이야기를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 덕분에 점수 차이를 다시 벌린 것 같다"고 작전을 말했다.

구본길은 3월 태어난 아들 우주 군에 대해 "복덩이다. 메달을 땄으니까"라며 웃었다. 구본길은 "아들이 아빠가 펜싱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시점이 나고야(2026년)이 될 것 같다"면서, "이미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달성했는데, 나고야 갈 때 최다 메달까지 도전할 수 있다고 하면 3년 뒤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라며 투지를 밝혔다.

구본길을 비롯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9일 한국으로 귀국했다. 구본길은 "10월 초까지는 휴식을 지내고, 전국체전 준비해야 한다"면서, "나라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중요하지만 팀에서는 전국체전이 중요하다"며, "본업으로 돌아가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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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펜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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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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