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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캡틴' 박완용, 다시 아시안게임 피치 밟았다

[현장 인터뷰] 대표팀 은퇴했지만... AG 우승 목표로 다시 '플레잉코치'로 나선 박완용

23.09.25 10:18최종업데이트23.09.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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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기자말]

대표팀 은퇴 선언 이후 1년 만에 대표팀으로 복귀한 박완용 플레잉코치. ⓒ 대한럭비협회 제공

 
국가대표 은퇴식까지 치렀던 '캡틴'이 21년 만의 금메달을 위해 돌아왔다. 물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중간다리 역할을 위해 말이다. 한국 럭비의 영원한 '캡틴' 박완용(한국전력공사) 플레잉코치(선수 겸 코치)의 이야기이다.
 
'신구조화'와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의 금메달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세우기 위해 나선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12명 태극전사. 장용흥, 장정민, 한건규 등 도쿄 올림픽 등에도 나섰던 익숙한 이름과 김의태·김찬주 등 젊은 선수의 이름도 보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박완용 플레잉코치였다.

한국 나이로 불혹을 맞은 '노장'임에도 첫 경기부터 잔디 위를 누비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던 박완용. 당장 2022년 U-18 대표팀을 지도하고 돌아오기도 했던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이 있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감독님이 다시 부르신 것, 얼마나 큰 결정이셨겠나 싶었죠"

다시 입을지 몰랐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나선 경기. 박완용 선수는 7인제 럭비의 첫 경기였던 대만전에서 무실점에 공헌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여전한 경기 감각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앞에서 만난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1년 사이 꽤 감이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그래도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를 다시 경험하니 좋다"며 다시 나선 아시안게임에 대해 단평했다.

가장 궁금한 것은 박완용 플레잉코치의 복귀 계기.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이명근 감독님께서도 작년에 은퇴를 다 시켰는데 다시금 부르신 것 자체가 큰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며 수락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러며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사실 그래서 조금 더 무거운 심정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24일 항저우사범대학 창첸 캠퍼스 부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조별리그에서 대만을 22-0으로 꺾은 대한민국 대표팀(흰색 옷) 선수들이 대만(파란색 옷) 선수들과 함께 퇴장하고 있다. ⓒ 박장식

 
무거운 심정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사실 은퇴했던 내가 나온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도 있고, 아쉬운 감도 있다"며, "특히 어린 선수들 중에서 옛날의 나 만큼 해주는 선수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대표팀에 나선 심정을 드러냈다.

'플레잉코치'는 특히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과제인데, 일단 선수들이 많이, 그리고 잘 따라주고 있는 데다가, 선수들의 의욕 역시 넘친다"며 "이대로라면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U-18 감독 때 선수들, 다음 AG 때는 이 친구들이 나서야죠"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대표팀 은퇴 선언 직후였던 지난해 늦가을 U-18 럭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네팔에서 열렸던 U-18 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캡틴'의 리더십이 코칭스태프로서도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완용 플레잉코치에게 그때의 기억을 물었다.

"U-18 때, 사실 통역도 없었지, 말도 안 통했지, 식사도 안 맞아 어려움이 컸죠. 그래도 선수들이 잘 따라 준 덕분에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사실 첫 국제대회라 이 친구들이 많이 긴장을 하더라고요. 사실 이건 해결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먼저 부딪혀보라'고 조언했는데 한 게임, 두 게임 하면서 제 실력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며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이 친구들이 사실 다음 아시안게임부터 주전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U-18 대표팀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쭉 올라올 수 있게끔 해주면 럭비 풀도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쨌든, 다시 선수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박완용의 또 다른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이다.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나이가 많으면 선수들을 끌어주고 따라올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오늘은 오래간만에 경기를 뛰었는데도 후배 선수들이 '형 괜찮다'며 말해줘서 고맙기도 했다"며 웃었다.

박완용 플레잉코치는 남은 경기에 대해서도 "첫날을 잘 풀었잖냐. 둘째 날, 셋째 날은 우리의 전술 대로 잘 풀려고 한다"면서, "사실 아직 숨기고 있는 전술도 있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을 '올 인'해서 금메달 꼭 이루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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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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