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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양심'도 나섰다... 도로 위에 쓰러진 3만 '기후시민'

[현장] 923기후정의행진에 3만 인파 운집해 서울 시내 행진 벌여

등록 2023.09.24 14:08수정 2023.09.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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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일제히 쓰려진 시민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결국 모든 생명들이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다이인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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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일제히 쓰려진 시민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결국 모든 생명들이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다이인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3일 오후 4시경 서울 경복궁 옆 대로에서 갑자기 싸이렌 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앞에서부터 쓰러지기 시작한 행렬은 길게 이어져 수백미터에 이르는 인간띠를 이루었다. 일명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벌어진 것.

이것은 기후위기가 모든 인류와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 결국 전 인류와 모든 생명들이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 이들은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란 슬로건을 모토로 전국에서 올라온, 기후위기를 심각히 걱정하는 이른바 '기후 시민'들이다. 이들이 서울 시내 일대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행진을 벌였고 그 행진 도중 일제히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3만 '기후 시민'들이 참여한 923기후정의행진
 
이 기후재난의 시대, 모두가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대규모 행진인 '923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전국에서 올라온 3만 명의 시민들은 서울 시청-숭례문 일대에서 출발하여 주요 거점을 경유하여 용산 대통령집무실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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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인파가 서울 세종대로 일대서 부스를 열고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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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어려움에 쳐한 농민들의 현실을 풍자한 놀이로 승화시킨 기후 상여 부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은 오후 12시 사전행사(부스, 오픈마이크 등) 후, 2시부터 본행사인 집회, 행진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후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이번 923기후정의행진은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를 시민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를 향해 다음과 같은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 기후재난으로 죽지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
▲ 핵발전과 화석연료로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하라
▲ 철도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라
▲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하라
▲ 대기업과 부유층 등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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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3만 '기후 시민'이 도열해 앉아 기후위기의 시대에 대해 개탄하면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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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기후 시민'이 도열한 채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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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기후 시민'이 각자 준비해온 피켓을 들고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2시부터 시작된 본 집회에서 923 기후정의행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다양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923기후정의 조직위원회 권우현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이날의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이 좋은 가을날 거리에 앉은 우리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생명을 위협하고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사람들, 사회 공공성을 뒤흔들고 노동하는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기후 부정의의 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다만 슬퍼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 웃는 사람들, 자유롭고자 하는 동물들, 숨 쉬고자 하는 나무와 꽃들 그 수천 개의 정체성과 수만 개의 마음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그 모든 우리의 존재가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말고 기후정의 쟁취를 위해 걷기로 합시다. 오늘의 행진은 그 시작의 걸음도 마지막 걸음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이 순간의 운동입니다. 우리가 손잡고 끝까지 함께 갑시다. 위기를 가뿐히 넘을 우리의 힘을 키워나가자고 커다란 함성으로 약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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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고 있는 923기후정의행동 권우현 집행위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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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시민과 활동가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개새해서 합창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고, 지금 이 자리가 보루다"
 
반핵아시아포럼 차 한국을 찾은 일본인 사토 다이스케씨는 "일본은 오염수 해양투기를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세계에서 기후의 정의와 탈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대안이 아닙니다. 사고 위험과 핵폐기물 문제를 갖고 있는 핵발전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막습니다. 기후위기를 빌미로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아시아 각국의 탈핵 운동에 함께 연대해 주십시오.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라며 핵발전에 반대하는 탈핵운동이야말로 기후위기 운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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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지막 보루다라고 발언하고 있는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있는 이 무도한 정권에 맞서 우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열변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우리를 둘러싼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당장의 요구와 결의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더 큰 대화로 어긋난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합니다.
 
물론 탄압하겠지요. 위협할 겁니다. 연행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그래서 재판장이 우리를 불러낼 수도 있습니다. 기득권을 쥐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사익을 취하는 부정한 정부와 자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쫄 일 아닙니다. 주눅 들 일 아닙니다. 훈장으로 생각합시다. 비극을 막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우리를 증명해내는 일이라고 여깁시다.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 말고 우리 뒤는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고, 지금 이 자리가 보루입니다. 우리가 돌려세우지 않으면, 우리가 변화시키지 않으면 파국의 들머리에서 역전의 가능성은 영영 없습니다. 우리가 변화 저항의 최전선을 마지막까지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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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응하는 '기후 시민'들이 함께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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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 세트를 들고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을 당일 현장에서 낭독한 선언문을 통해서 시대를 거꾸로 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는 끊임없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기후위기는 안중에도 없다. 복지예산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시민들의 삶은 고달프지만,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로 대기업과 고소득층만 살뜰히 챙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철 지난 낡은 이념으로 노동자, 언론,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빨간' 딱지를 붙인다.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마저 낙인을 찍고 역사를 왜곡한다. 어렵게 쌓아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간다"고 개탄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에 대해 "위험한 핵기술이 기후위기 해법이라는 착각에 빠져, '핵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이 되어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한다. 석탄발전소는 여전히 건설 중이고, 화석연료 기업은 폭리를 취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노동자와 농민은 외면당한다. 신공항건설, 국립공원 개발, 하천정책의 후퇴로, 생태계는 무너질 위기에 있다. 에너지, 교통, 의료, 주거의 공공성은 위태롭다"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더 많은 성장과 이윤을 위해, 사람과 자연을 희생시키고 쥐어짜는 잘못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생태, 경쟁보다 공존, 성장보다 번영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가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이렇게 본 집회를 마치고 이들은 두 행렬로 나눠 행진했다. 한 행렬은 용산 대통령집무실 쪽으로. 다른 행렬은 일본대사관이 포함돼 있는 정부 광화문청사 쪽으로 길을 잡아 행진했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호응하면서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면서 지시의사를 보였다.  

한편, 이번 923 기후정의행진은, 노동, 농민, 여성, 장애인, 동물권, 환경, 종교 등 각계의 5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923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와, 행진의 취지에 공감하는 1400여 명(9.18 기준)의 추진위원이 함께 자발적으로 준비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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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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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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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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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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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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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의 깜찍한 탁석탄 아가씨 4인방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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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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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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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올라온 3만 '기후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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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퍼포먼스를 펼치는 기후 시민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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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시민들이 즉석 일인시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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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후 시민이 멋진 '탈핵 모자'를 쓰고 집회에 참여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기후위기 #923기후정의행진 #기후 파업 #다이인 퍼포먼스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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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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