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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무인민원발급기, 휠체어-시각 장애인에겐 하늘의 별따기

경남장애인인권포럼, 8개시 320대 중 309대 실태조사 ... 계단 등 불편 여전

등록 2023.09.22 15:13수정 2023.09.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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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의 출입구가 협소하여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출입이 불가하였다.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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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민원발급기 옆에 쇼파가 놓여져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함.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도·시·군청이나 읍·면·동사무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생활주변 가까이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키오스크)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지만, 휠체어·시각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여러 불편함이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장애인인권포럼은 창원, 진주, 김해, 거제, 통영, 사천, 양산, 밀양지역에 설치된 발급기에 대한 장애인 이용실태 점검을 하고,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경남장애인인권포럼은 지난 4~6월 사이 전체 발급기 320대 가운데 309대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발급기 설치장소는 실내 168개(부스 9개), 실외 141개(95개)였다.

경남 8개시 전체 인구에 대비해 인구 1만명당 발급기는 1.1대이고, 이는 대전 0.9대, 광주 1.2대와 비교할 때 보통 수준이다.

박은원 활동가는 발제를 통해 "지역사회에 보편화되고 있는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 있어 장애인은 접근성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장애인의 접근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활동가는 "무인민원발급기 설치장소를 실내·외, 부스의 설치 유무를 구분한 이유는 이에 따라 접근성이 다르다"며 "실내 부스 안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 부스의 크기만큼 발급기와 사용자의 거리가 벌어져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발생하였고, 실외 부스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장애인의 접근성에 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경우 실외에 설치되어 있는 발급기를 이용할 때 출입문이 자동문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하였으며, 부스 입구와 내부 공간이 협소하여 이동에 불편함이 많았다"라며 "시각장애인은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설치 장소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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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에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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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의 단차로 인해 휠체어 사용 장애인 접근 불가.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발급기 설치 장소까지의 접근이 어려운 이유로는 계단이 6건, 턱이 4건, 기둥이 1건, 기타가 3건으로 조사되었다.


출입구에 경사로가 없이 계단만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한 곳이 있었고, 건물 입구 정면과 측면은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뒷면 주차장을 통해서만 진입 가능한 곳도 있었다.

부스 출입구에 문턱이 있어 휠체어 사용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한 무인기가 여럿 있었고, 발급기 진입로에 기둥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무인기도 있었으며,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의 무이 잠겨 있는 곳도 있었다.

박 활동가는 "무인민원발급기 자체에 접근이 어렵다고 조사된 곳 중 양산시가 8곳으로 가장 많았고, 통영시 7곳, 밀양시 5곳, 창원시 성산구·의창구와 거제시가 각 4곳, 마산회원구 2곳, 마산합포구·진해구가 각 1곳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급기까지 이동 접근성에서 살펴볼 사항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경우 동일한 환경에서도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경우, 출입문이 자동문이 아니거나,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되어 있거나 혹은 기둥 등의 장애물이 있는 경우 접근이 불가하다"라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에 대해, 그는 "점자유도블록이 적절히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발급기까지 접근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출입문의 경우, 박 활동가는 "수동문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스스로 밀어서 열 수도 없고 당겨서 열 수도 없기도 하고, 부스의 출입구가 협소하여 휠체어 출입이 불가한 곳도 있으며, 발급기 앞이나 옆에 배너나 쇼파가 놓여있어 휠체어 접근이 어려웠다"라고 했다. 발급기 근처에 적재물이 놓여 있어 휠체어 이동에 방해가 되는 곳도 있다고 부연했다.

발급기 인근에 도움요청 방법으로 인터폰이나 도움벨 설치 여부에 관한 질문에 '예'가 2%(6곳), '아니오'가 6.5%(20곳), '기타' 91.5%(283곳)으로 나타났다.

박은원 활동가는 "연락처에 점자가 표기된 곳은 45곳으로 조사되었다"라며 "조사 결과 도움 방법으로 점자로 연락처가 표기된 곳을 포함하여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경우는 51곳(16.5%)에 불과하였다"라고 했다.

박 활동가는 "발급기 도움 안내가 부족하고, 발급기의 이어폰 소켓 고장, 점자 키보드 고장, 지문인식 반응이 느린 경우, 음성 안내 소리가 작거나 들리지 않는 경우, 청결상태 불량 등 기기 점검이 필요하였다"라고 제시했다.

그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점자유도블록 설치와 음성안내, 시각장애인용 디스플레이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발급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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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장애인인권포럼은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남지역 무인민원발급기 장애인 이용실태 점검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 경남도의회

  
백종규 창신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 윤삼호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략기획본부장은 부산지역 실태조사를 언급하면서 "이번 경남지역 실태조사는 아마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발급기 모니터링 중 가장 광범위한 사업이 아니었을까 싶다"라고 했다.

전현숙 경남도의원은 "급속하게 발급기가 도입되고 확산되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과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법령과 제도가 마련되었음에도 아직 장애인 당사자들과 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은 미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이 발급기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 조금 멀고 힘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된다"라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발급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지자체에 있다"고 촉구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서지은 단원은 "키오스크까지 접근성에 있어 대부분 경사로는 설치를 해 놓았지만 무거운 유리문은 고정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고장이 나는 등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혼자서 들어가기 힘든 상황이 많았다"라며 "자동문은 아니더라도 문을 열었을 때 고정은 되어 있어야지 고정이 안 되니 무거운 문이 계속 닫혀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곳이 많았다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안일준 조사단원은 "거의 대다수 발급기가 노후화되어 화면확대 기능이나 음성기능 등이 원활하지 않았고 야외 설치된 곳이 많다 보니 청소 상태 등 관리가 소홀하고 고장난 것도 있고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무인민원발급기 #장애 #경남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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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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