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대신 성매매 알선·구매자만 처벌해야

대구 여성단체, 성매매방지법 시행 19주년 맞아 법 개정 촉구 "성착취 공간에서 여성들은 보호 못 받아"

등록 2023.09.21 01:08수정 2023.09.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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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이 20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방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 조정훈

 
오는 23일 성매매방지법 시행 19주년을 앞두고 대구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삭제하는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여성인권센터와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민들레상담소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성매매방지 추방기간'으로 정하고 대구지역 곳곳에 성매매 인식개선 현수막을 게첨하는 등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또 20일에는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매매처벌법 개정 및 1만인 서명운동과 청소년 성매매 관련 전시, 성매매 아웃(OUT) 행사,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지 1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을 상품화하고 착취하는 성산업은 축소되지 않고 여성들의 삶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성매매방지법이 성매매 행위가 '자발이냐, 강제냐'에 따라 여성을 처벌하고 입증 책임도 성매매 여성에게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성매매 피해자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위계, 위력 그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이거나 '마약 등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청소년이거나 장애가 있는 자', '인신매매를 당한 자'로 한정돼 있어 이에 해당하지 못하면 성매매 알선자, 구매자와 공범 관계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8월까지 3년 여간 성매매 기소율을 보면 성구매 남성보다 성매매 여성의 처벌율이 더 높았다.

성구매 남성의 경우 2014년 75.1%, 2015년 83.3%, 2016년 80.3%, 2017년 80.6%였지만 성매매 여성은 2014년 87%, 2015년 84.9%, 2016년 85.8%, 2017년 85.4%였다.


성매매알선·구매자만 처벌하는 노르딕모델 채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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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이 성매매방지법 시행 19주년을 맞아 20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성매매방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조정훈

 
여성단체들은 "'남자라면 성을 구매할 수도 있지'라는 통념이 사회적 관대함으로 녹아있고 법이 승인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다시 성매매 수요를 증폭시켜 성매매/성착취 산업은 나날이 진화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인당 성구매 지출규모 세계 3위(월드아틀란스닷컴, 2016년)로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며 "인구 5000만의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좌표는 한국이 성착취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착취 공간에서 여성들은 폭력, 성폭행 등 목숨을 위협받는 심각한 범죄 피해를 겪어도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막대한 불법 이득을 취하는 알선업자들과 구매자들은 여성에 대한 착취와 통제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며 "성착취 공간에서 여성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존엄성조차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성매매는 젠더를 기반으로 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고 착취"라며 "성매매가 여성폭력이자 여성인권의 문제라면 더 이상 피해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매매/성착취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알선·구매자만 처벌하는 노르딕모델을 채택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수요인 알선과 구매를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 불처벌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면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 조항을 삭제하는 성매매처벌법 개정"을 촉구했다.

한편 성매매방지법은 지난 2000년 9월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와 2002년 1월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로 성매매 여성 19명이 사망하자 반성매매 인권운동이 확산되면서 2004년 9월 제정됐다.
#성매매방지법 #성매매처벌법 개정 #성착취 #성매매 #노르딕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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