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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이나 내뱉는 유재석, 상상도 못했습니다만...

[추석 기획 - 핸드폰으로 보면 좋을 콘텐츠] <핑계고>부터 <빵먹다살찐떡>까지

23.09.29 19:34최종업데이트23.09.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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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간소화됐다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입니다. 귀성길 정체와 가사 노동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긴 연휴, 지친 당신에게 달콤한 휴식을 안겨 줄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가을이 되면 철새가 돌아오고 연어가 강을 거스른다고? 계절의 변화에 맞춰 떼를 지어 이동하는 동물들의 습성에 인간을 빼놓지 말라. 이제 우리들은 '집에 갈 시간'이다. 그러나 가족 실물 영접이 만만치 않다.

무려 6일의 명절 연휴를 앞두고 벌써부터 막막하다. 전 국민이 뛰어드는 귀성길 KTX 예매부터 꽉 막힌 고속도로 정체를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도 걱정마시라. 올 추석부터는 비대면 ZOOM 제사가 간절한 당신, 이 콘텐츠에 줌인한다면 귀성길은 순삭 예정이다.
 
촬영은 <핑계고>, 만나서 같이 떠들래?
 

<핑계고> 썸네일 ⓒ ddeunddeun

 
유명한 사람들이 모여 셀럽 인터뷰나 사회적 이슈를 논하는 게 아니라 아무 말이나 한다. 국민 MC 유재석이 "너 쉬는 날 나자빠져 있니?"라고 물으면 국민 배우 조인성이 "전 야구만 보는데요"라고 답하는 마성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 의식의 흐름대로 툭툭 뱉는 말에 나도 시청자가 아니라 그 자리에 끼어서 함께 웃는 출연진이 된다.

유튜브 채널 '뜬뜬'의 <핑계고>는 지난 2022년 11월에 시작하여 구독자 수 128만 명을 기록하며 대형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최다 조회수 800만을 넘긴 <핑계고>의 비결은 현란한 편집 기술이나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오직 '대화'. 짧은 영상이 주목받는 숏폼의 시대에서 <핑계고>는 그만의 뚝심을 선보였다. 기본 40분, 최대 1시간을 넘기는 영상 길이를 내걸며 편집과 자막도 최소화하였다.

정해진 대본이 있는 듯 없는 듯, <핑계고>의 대화가 아무말대잔치에 그치지 않는 건 국민 MC 유재석의 존재감 때문이다. <무한도전>, <유퀴즈>, <놀면 뭐하니> 등 지금까지 유재석이 활약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의 역할은 전반적인 방송 흐름을 조정하는 'MC의 정석'이었다.

출연진에게서 적절한 멘트를 유도하며 어느 장면이 편집될지 아는 노련한 '방송쟁이'였던 유재석이다. 그런 그가 <핑계고>에서는 말 많은 형, 오빠 역할을 자처하며 MC보다 맞장구치는 방청객을 맡았다.

친한 연예인을 초대해 커피 한잔하면서 그들과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호응하는 유재석의 진행 방식은 정형화된 옛 예능보다 마치 어디로 대화가 튈지 모르는 라디오에 가깝다. 이제 예능도 '이지 리스닝'을 선호하는 시대. 이에 '편안하게 틀어놓기 좋다', '시청하는 데 부담이 없는 예능'이라는 긍정적인 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송은이, 이동욱, 차태현 등 유명한 출연진들이 셀럽보다 유재석의 '아는 지인'으로 출연하는 덕에 시청자는 거리감보다 함께 대화하는 듯한 친밀함에 빠져들게 된다. 촬영은 핑계고 만나서 대화가 목적인 <핑계고>의 '평양냉면' 같은 섬섬함이 귀성길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을 듯 싶다. 

우리 '썰'로 만들어 맛난, <썰플리>
 

유튜브 <썰플리> 썸네일 ⓒ ssulply

 
한때 <유퀴즈>가 사람 냄새 나는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면, <썰플리>는 입담 좋은 친구의 옆자리에 앉은 듯한 콘텐츠다. 지난 2022년 4월 첫선을 보인 유튜브 채널 <썰플리>는 가수 이석훈이 직접 대학가, 홍대 클럽 거리, 헬스장, 야구장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 찾아가 즉석에서 일반인의 웃긴 '썰'을 듣는 포맷이다. 일반인의 한 맺힌 '썰풀이'인 만큼 날 것의 웃음을 보장한다.

지금까지 일반인 출연진을 전면으로 내 건 프로그램은 주로 사람 간의 숨겨진 정(靜)이나 노고를 밝히는 훈훈한 형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대로 <썰플리>는 모두가 알지만, 너무 소소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던 질문을 꺼낸다. '야구 썰' 편에서는 왜 야구팬들은 매일 화가 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직접 야구장에 찾아가 팬들에게 묻고 구단별 응원가 자랑을 펼쳤다. 또한 '알바 썰' 편에서는 알바 그만둘 때 카톡 혹은 문자가 나은지 알아내기 위해 길 가는 일반인을 붙잡고 질문했다.

<썰플리>는 MC보다 패널로 활약했던 이석훈을 호스트로 내세워 정해진 방송 루틴을 착실히 밟는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결을 보인다. 채널 내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MBTI 편'에서는 '내향형' 호스트 이석훈보다 적극적인 '외향형' 김호영(뮤지컬 배우 겸 MC)을 섭외해 출연진이 역으로 MC의 대화를 주도하는 역발상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출연진이 호스트보다 활발한 방송은 처음'이라며 신선하다는 시청자의 평이 이어졌다.

최근 회차에서는 샤이니 키, 크리에이터 큐영 등 일반인이 아닌 출연진을 섭외해 촬영하였으나, 이들은 이석훈을 보조하는 MC 역할에 그쳤고 여전히 핵심적인 게스트는 일반인이다.

소소한 주제로 논쟁하는 일반인들과 함께 티키타카 하는 이석훈의 조합에 누적 조회수는 5천 만을 돌파했다. 보다 보면 내 일상을 틀어놓은 거 같아 웃기고 내가 만약 출연한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되는 '우리썰' 100%의 유기농 콘텐츠다. 가공되지 않은 웃음의 묘미를 아는 <썰플리>다.
 
야, 요즘 애들은 뭐 보니 <빵먹다살찐떡>
 

유튜브 채널 <빵먹다살찐떡> 썸네일 ⓒ bbangthug

 
추석에 만난 어르신들이 '요즘 MZ는 뭐 보고 노냐' 물으시면, 이 유튜브 채널을 내밀고 싶다. 구독자 수 92만 명에 최다 조회수 천만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 <빵먹다살찐떡>, '숏츠'가 낯선 당신께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이 채널은 '생활 연기' 맛집이다. 채널장 '빵떡'이 1인 N역으로 펼치는 상황극에 빠져들게 된다.
 
단연 화제인 건 '빵떡'의 가족 상황극. 평범한 가정에서 볼 법한 가족 구성원 묘사에 공감하는 시청자 댓글이 쏟아진다. 이른 출근길에 항상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가는 아빠와 전기세 아깝다며 다시 끄는 엄마, 그리고 수다스럽게 친구와 통화하는 막내 묘사까지. 때론 대학교 새내기, 사극 드라마 속 캐릭터, MBTI 캐릭터까지 완벽 재연하는 '빵떡'이 귀성길의 지루함까지 해치워 줄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추석, 귀성길의 무료함을 알면서도 향하는 건 어딘가에 가야만 채워지는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온라인 화상 어플이 발달하고 카톡으로 안부를 전할 수 있어도, 반드시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되는 사이가 있다. 고향으로 떠나는 당신에게 틈날 때 꺼낼 수 있는 깨 송편 같은 콘텐츠를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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