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에 등장한 100여 마리의 '새'들... "갯벌 지키기 위해 싸우자"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과 기자회견 열리다

등록 2023.09.15 09:24수정 2024.02.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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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으로 새만금사업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고 특히 내년도 새만금신공항 예산이 90% 가까이 삭감된 상황에서, 14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이 열렸다. 재판 전 30분부터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하고 수라갯벌 보존하라'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과 녹색법률센터 주최의 기자회견이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렸다.

[이전 기사] 새만금신공항 취소소송 2차 재판 열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군산에 기반한 시민단체 '평화바람'에서 저어새, 쇠제비갈매기, 황조롱이,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 새만금 수라갯벌에 살고 있는 새들을 본따 손수 제작한 '새 모자'를 100여 개 가져왔다. 시민들은 새들을 대리하는 마음으로 새 모자를 쓰고 기자회견과 문화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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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 전 기자회견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눈에 띤다. ⓒ 김지은


새 모자 만들기를 주도한 평화바람의 오두둑(활동명)이 "재판 날 새 모자 100개를 만들어간다는 약속이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져, 힘들지만 약속을 지키려 결국 만들어 왔다. 갯벌을 지켜내는 그날까지 계속 싸우자"고 발언했다. 또한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렸던 가덕도신공항 기후재판 항소심에 참여하고 온 수수감자(활동명)가 새만금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이 부조리한 강행이란 면에서 닮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의 삶과 생명과는 무관한 이윤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힘주어 말했다.

장수, 대전, 서울에서 온 어린이들의 노래와 금관악기 공연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에서는 "새만금신공항 사업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수라갯벌을 파괴하는 또 다른 개발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원고인단은 향후 소송과정을 통해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불필요성과 수라갯벌 보존 가치를 입증하면서 새로운 개발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라는 점을 밝혔다.

2023년 9월 14일 오후 3시 40분부터 진행된 이날 재판은 방청 시민이 매우 많아 예정되었던 B220호에서 대법정인 B201호로 장소가 변경되어 진행되었다.

원고 대리인(새만금신공항 취소 측)은 "국토교통부가 새만금 잼버리 행사 이후 새만금 SOC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해 공항, 철도, 도로 등 새만금 SOC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균형발전정책 효과성 등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실시하기로 하여 건설사업자 선정심의 절차가 중단되고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또한 계획부지 현장조사를 제외한 모든 절차가 내년 상반기 국토교통부의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중단되었다"고 알렸다. 이에 재판부가 피고 대리인(국토교통부 측)에게 사실이냐고 묻자, 피고 대리인들도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수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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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 스케치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법정 풍경을 스케치했다. 원고 대리인 최재홍 변호사가 지도를 보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김나희

 
재판 후 원고 대리인인 녹색법률센터 최재홍 변호사가 "패소 전문 변호사인데, 이번 재판에는 희망이 생겼다. 다음 재판에는 우리 측 증인들이 출석하여 훨씬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그 다음에는 피고 측 증인들이 출석하여 한층 더 긴장감 넘치는 재판이 될 것이다. 재판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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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 후 원고 대리인 최재홍 변호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 <평화바람>에서 제작한 새 모자 앞에서, 방청 시민들에게 재판의 의의와 앞으로의 진행에 대해 <녹색법률센터> 최재홍 변호사가 설명하고 있다. ⓒ 김지은

 
다음 재판은 2024년 3월 21일 오후 4시 30분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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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 기자회견 서울행정법원 앞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들이 <평화바람>에서 제작한 새 모자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지은

 
아래는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3차 재판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새만금신공항 필요없다. 수라갯벌 보존하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9일, 새만금 잼버리 행사 이후 새만금 SOC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해 공항, 철도, 도로 등 새만금 SOC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균형발전정책 효과성 등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국토도시실장을 팀장으로 하여 공항정책관, 철도국장, 새만금개발청 개발전략국장 등으로 별도의 새만금 SOC사업 점검 TF를 구성하고, 외부 전문기관 연구용역 및 관계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새만금신공항 건설공사업체 입찰 이후 9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건설사업자 선정심의 절차가 중단되었습니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또한 계획부지 현장조사를 제외한 모든 절차가 내년 상반기 국토교통부의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중단됩니다.

국토교통부의 새만금 SOC사업 점검 계획이 발표되었던 당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24년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새만금 SOC사업 예산을 78% 가까이 삭감하였고, 이중 새만금신공항 예산은 580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89% 대폭 삭감하였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날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할 것을 지시하였고, 새만금개발청은 용역을 통해 2025년까지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할 방침입니다. 또한 이에 앞서 감사원은 지난 8월 21일부터 새만금 SOC사업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감사원의 특정감사 결과와 국토교통부의 점검 결과 등에 따라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진행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을 위해 새로운 검토 결과 등을 확인한 후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원고인단은 오늘 국토교통부의 새만금 SOC사업 점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재판을 추정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2019년 새만금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을 통해 새만금신공항이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0.479로 경제성 판단 기준인 '1'에도 한참 못미치고, 적자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었습니다. 그런데도 새만금신공항 계획부지인 수라갯벌에서 불과 1.35km 거리에 수요가 없어 만성적자인 군산공항이 이미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산공항 이용대안은 전혀 검토조차 하지 않은 채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을 매립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공항을 또 짓겠다는 납득할 수 없는 기본계획을 고시했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사업을 추진한 당사자인 국토교통부 스스로 사업의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원고인단은 그동안 주장했던 바와 같이 새만금신공항 사업이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동북아 물류허브로서 전북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업의 목적을 애초에 실현시킬 수 없는 허구라는 사실, 그리고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로서 전지구적인 보존이 강조되고 있는 중요한 생태지역을 파괴하며 기후재앙과 생물다양성 붕괴를 가속하는 생태학살 범죄라는 사실, 게다가 미공군의 전쟁기지 확장으로 연결되어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관계 속에 한반도를 전쟁위협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사업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검토될 수 있도록 적극 싸워나갈 것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바대로 객관적으로 검토된다면 새만금신공항 건설은 불필요한 사업임이 명백하게 입증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감사원 특정감사 결과와 국토교통부의 점검 결과 새만금신공항 사업이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수라갯벌을 파괴하는 또 다른 개발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원고인단은 향후 소송과정을 통해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불필요성과 수라갯벌 보존 가치를 입증하면서 새로운 개발시도를 막아내기 위해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또한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과정에서도 새만금 매립중단과 갯벌 복원을 중심으로 전북도민의 삶과 생태계에 실질적인 이로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는데 본 재판이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투쟁해나갈 계획입니다.

오늘 우리는 수라갯벌에 기대어 살아가는 소중한 목숨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자신들의 마지막 삶터를 빼앗고, 자신들의 몸을 묻어도 저항의 말조차 할 수 없는 목숨들을 향해 '고작 새 몇 마리, 게 몇 마리 죽는 게 뭐가 대수냐'며 학살과 착취를 아무렇지 않게 강요하고 용인하는 이 야만의 정부에 맞서기 위해 왔습니다.

정부는 소중한 생명과 자연을 파괴할 권리가 아니라 보호할 책무가 있습니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엄중한 책무를 위배하고, 민중의 귀한 혈세를 토건자본에 갖다바치며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하는 생태학살과 기후범죄를 용인할 수 없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목숨들이 죽어갔습니다. 우리는 새만금 사업으로 유린 당해온 미안하고, 가슴 아픈 생명들이 다시 갯벌에 기대어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끝끝내 함께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수라갯벌은 저어새입니다.
수라갯벌은 흰발농게입니다.
수라갯벌은 도요새입니다.
수라갯벌은 당신입니다.
수라갯벌은 우리입니다.

저어새가 말한다. 새만금신공항 철회하고, 수라갯벌 보존하라!
흰발농게가 말한다. 생태학살·기후재앙·전쟁위협·혈세착취 새만금신공항 철회하라!
도요새가 말한다. 토건자본만 배불리는 새만금신공항 어림없다. 수라갯벌 보존하라!
황조롱이가 말한다. 지역균형발전은 허구, 미공군 제2활주로 증설이 진실이다. 새만금신공항 취소하라!

2023년 9월 14일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원고인단,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 녹색법률센터 변호인단"
#새만금신공항 #수라갯벌 #새만금갯벌 #평화바람 #녹색법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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