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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와 편견 없는 '나영석 화법', MZ가 봐도 재밌다

[주장] '유연한 변주' 성공한 나영석 PD, 다음 예능이 기대된다

23.09.12 13:06최종업데이트23.09.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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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이 명불허전 스타 PD라는 데에는 다른 의견이 없을 것 같다. KBS < 1박 2일 >은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이 보여주는 날것의 매력을 설득하며 오랜 시간 일요일 저녁을 책임졌다. 이후 예능의 트렌드가 원초적인 웃음에서 힐링과 여행으로 전환되었고 나 PD는 누구보다 앞장서 트렌드에 자신의 색을 입혔다.

그 결과 청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에 '노인'을 결합하면서 tvN <꽃보다 할배>가 탄생했다. 이후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으로 다른 세대, 나이, 성별을 가로지르며 익숙한 포맷에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나영성PD가 제작한 인기 예능. 왼쪽부터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지구오락실> 메인포스터 ⓒ CJENM

 

해외여행 예능 포맷이 점차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때쯤 나 PD는 국내 시골에서 삼시세끼를 스스로 해결하는 예능 <삼시세끼>를 들고 나왔다. 산촌편, 어촌편, 바다편, 고창편, 정선편 등 시즌마다 출연진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자기복제를 이어왔다. '자기복제'는 나 PD를 비판하는 근거 중 하나인데, 나 PD는 자기복제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래도 자기복제를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에는 '흥행 보장'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나영석 사단이라는 이름의 제작진 크루를 책임지고 있고 상업적 성공을 거둬야만 다음 예능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된 자기복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나영석표 예능이 '지겹다'고 평할 순간은 아진 먼 것 같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인기 유튜버 찾아간 20년 차 방송PD

대중의 선호와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잘 파악해 진화를 거듭해 온 나 PD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전 국민이 계급장 떼고 붙는 '유튜브 시대'가 열리고 만 것이다. 바늘구멍을 뚫고 방송사에 입사해 비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야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 오로지 콘텐츠로만 승부 보는 무한경쟁 현장에서 경력을 평생 믿고 갈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에 나영석 사단이 세운 외주제작사 에즈이즈커밍과 CJ ENM이 2019년 5월 유튜브 채널 '나나나'를 개설했고 같은 해 10월 '채널 십오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구독자 570만 명(2023년 9월 10일)을 거머쥔 대형 채널이지만 tvN에서 내보냈던 예능과 같은 퀄리티의 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사실상 송출 매체만 바뀌었지 제작비는 줄지 않았다.

채널 적자를 타개하고 유튜브 생태계에 적합한 예능을 만들기 위해 그는 전 웹툰 작가이자 구독자 225만 명을 소유한 개인 유튜버 '침착맨'을 찾아간다. 그렇게 < PD 나영석 초대석 >이라는 이름으로 침착맨이 진행하는 생방송 스트리밍 화면에 등장했다. 

유튜버 침착맨에게 전수받은 꿀팁으로 탄생한 웹예능
  

유튜브채널 침착맨 <나영석 초대석> 캡처본. ⓒ 유튜브채널 침착맨

 
"배우러 왔다"는 그의 말처럼 침착맨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노하우를 빼가기 위해 카메라 세팅부터 확인한다. 나 PD는 "처음에 유튜브를 시작할 때 TV와는 다른 맛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점점 구독자가 늘다보니 오히려 방송 이상으로 규모가 커진 경우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단초를 찾고자 20년 경력을 가진 방송 PD가 침착맨에게 찾아간 것을 두고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미를 담보하는 새로운 형식을 좆기 위한 그의 유연함이 돋보인 자리였다. 

나 PD의 질문에 침착맨은 창작자가 편해지는 길은 따로 있다고 조언한다. 1초의 마가 뜨지 않는 빽빽한 전개의 콘텐츠가 아니라 시청자에게 집중을 요하지 않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 PD의 캐릭터가 재밌으니 친한 사람들 불러서 떠드는 콘텐츠가 어떤지 슬쩍 소스를 던지는데, 이를 흡수해서 탄생한 예능이 <나영석의 나불나불>이다. 

<나영석의 나불나불>은 나 PD 예능에 출연을 기점으로 인연이 깊은 연예인들이 나와 밥과 술을 곁들여 편하게 떠드는 방구석 토크쇼다. 배우 이서진이 첫 게스트로 등장해 던진 첫 마디는 "뭘 이렇게 허접하게 해"였다. 방송용 조명, 수십대의 카메라가 빠진 자리는 게스트,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가 채운다. 

훈수와 편견 없는 기성세대의 대화가 반갑다
 

채널십오야 <나영석의 나불나불: 정유미편> 캡처본. ⓒ 채널십오야

 
편안한 관계와 장소에서 시작되는 수다는 이서진이 지금껏 방송에서 얘기하지 않은 '홍콩 칩거', '20대에 배우 시절의 애매한 위치'에 대한 고민과 짜증을 털어내게 만들었다. 이미 사회가 통상 말하는 정점을 찍은 사람들, MZ세대를 공부로 익히는 X세대들이 20대에게 건네는 진심 담긴 조언도 이때 곁들여진다. 

최근 배우 정유미가 나온 회차에서 나 PD는 <딱복(딱딱한 복숭아) vs 물복(물렁한 복숭아)>과 같이 취향을 명확히하는 '호들갑'이 이해 안 간다는 폭탄 발언(?)을 던진다. 복숭아가 물렁하거나 딱딱하거나, 탕수육 소스를 붓거나 찍거나가 뭐가 중요하냐는 것이다. 이때 이우정 작가는 취향이 다변해지고 확고해지는 시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취향'의 문제로 가기 때문이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나 PD의 의문을 방어한다.

스몰토크를 좋아하기 때문에 '논쟁'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취향을 확인한다는 얘기도 더해지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확고히 갈리는 취향과 MBTI를 묻는 젊은이로서 기성세대가 가진 의문과 해석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묵묵히 듣다가 "그럼 나도 취향 정해야겠다"고 말하는 나 PD의 교과서적인 대답까지. 다른 나이대의 연예인과 함께하는 수다에는 어떤 주제가 튀어나올지 궁금해지는 회차였다.

유튜브에 뛰어든 TV 방송 콘텐츠 제작자들이 역으로 1인 방송 시스템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나영석의 나불나불>의 수다는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스타의 뒷이야기와 친근한 모습, 나영석 PD가 오랜 방송 경력으로 쌓은 인맥이 합쳐진 콘텐츠가 마르지 않는 샘 같아서다. 또 한 번의 유연한 변주를 성공해낸 나영석 PD의 다음 예능이 여전히 기대된다. 
나영석의 나불나불 나영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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