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섬이 된 듯한 간월도 풍경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암에서 바지락 캐기 체험도 가능

등록 2023.09.06 15:36수정 2023.09.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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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 , 한척의 배가 정박해 있는 듯 보인다. ⓒ 김은진

 
달을 보는 섬이 있다. 충남 서산시 간월도의 뜻풀이다. 달은 지구 위에 둥글게 떠 있어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달을 보는 섬'이라 명칭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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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캐는 사람들 5일 오후 2시 간월암 입구에서 바지락 캐는 사람들 ⓒ 김은진

 
5일 오후 2시 물때에 맞춰서 도착했다. 하루에 두 번 간조시 물이 빠지는데 그땐 30미터 정도 모래톱이 열린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지락을 캐고 계시는 분들이 계셨다. 갯벌의 자갈을 긁는 바스락바스락 호미질소리에 바지락이 대답을 하는 듯하다.

"네~바지락 올라갑니다~." 


바닥에 자갈이 많이 섞여 있어 뻘처럼 발이 빠지지 않아 운동화를 신고 가도 해안선까지 걸어가 볼 수 있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풍겨오고 태양은 바다를 끌어당기듯 비스듬히 비추고 있었다.

간월암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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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동자승 형상 귀여운 동자승이 입구에서 웃고 있다. ⓒ 김은진

   
하루에 두 번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며 육지가 되기도 하고 섬이 되기도 하는 간월암은 과거 피안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 배와 비슷하다고 하여 연화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하였다. 이후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간월암이 폐사되었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하였고 조국 해방을 위한 천일기도를 드리고 바로 그 후에 광복을 맞이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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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된 사철나무와 세계일화 수령 250년 된 사철나무와 세계는 하나의 꽃이라는 만공스님의 유명한 말이 적혀있다. ⓒ 김은진

 
모래톱에서 바라본 간월암의 모습은 크고 화려한 조선시대 배 한 척이 해안가에 정박해 잠깐 동안 몸을 말리며 항로를 정하기 위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였다.
암자의 입구인 일주문은 소박한 이웃집의 대문처럼 자그마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동자승의 형상이 철퍼덕 앉아서 누군가 주고 간 용돈의 활용처를 생각하느라 신이 난 듯 웃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면 기도를 올리는 관음전이 있고 마당에는 석탑대신 무학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살아나 싹을 피웠다는 사철나무가 있었다. 250년 된 나무는 해풍을 맞아서인지 사찰처럼 아기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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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의 기도처 푸른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조용히 기도를 드릴 수 있다. ⓒ 김은진

 
바다가 되기도 육지가 되기도 하는 세상의 변덕을 수백 년째 마주하고 있는 간월암은 태평하고 고요했다. 어쩌면 이곳에서 무학대사는 '달의 숨결은 느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움직이던 달이 이곳에 손을 뻗어 하루에 두 번 쓰다듬어 주고 다독이는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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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이 잔잔히 호흡하는 바다를 어루만지는 듯하다. 바다와 암자가 서로를 다독이는 것 같다. ⓒ 김은진

 
어느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아픔을 먼바다로 가져가고 수면 위에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을 대신 담으라며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우리의 하루가 지루하고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무사히 시작되고 편안히 마무리되는 일이 얼마나 커다란 성공인지 육지와 바다 사이를 오가며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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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의 소원지 바다를 향해 펄럭이고 있는 작은 연등에 소원이 적혀있다. ⓒ 김은진

 
사철나무가 있는 마당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작은 연등이 바닷바람을 맞아 펄럭이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가 일어 암벽과 부딪치며 한 장 한 장 소원지는 넘어가고 푸른 바다 끝으로 갈매기는 날아갔다. 물이 차오르며 간월암을 쓰다듬는 바다의 풍경이 그대로 내 마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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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으로 가는 모래톱 간조시 간월암으로 가는 길 ⓒ 김은진

 
간월도 선착장앞에는 바로 잡은 생선으로 싱싱한 회를 즐길 수 있는 횟집이 많고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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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선착장 배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회와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 ⓒ 김은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간월암 #간월도 #물때 #무학대사 #바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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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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