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을 재조명하는 강연이 지난 4일 오후 7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기밀해제된 미국문서로 본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강연은 정전70년한반도평화인천행동이 주최하고 노동희망발전소가 주관하는 행사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냉전평화연구센터 전갑생 선임연구원이 강사로 초청됐다.
전갑생 연구원은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기록이 "대부분 군사적 관점에서 남겨진 것"으로서 민간인 피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순차적으로 기밀이 해제되는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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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경청하는 참석자들 ⓒ 지창영
강연자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측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을 공개하면서 그 특징을 설명했다.
포로들을 나체로 정렬시켜 이동시키는 장면, 네이팜탄에 얼굴이 까맣게 탄 채 앉아 있는 포로의 모습, 미군의 총구 앞에서 손을 들고 있는 사람들 모습 등이 소개됐는데 민간인 피해 모습은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미도에 상륙한 미 해병들이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한 한 장의 사진에는 폭격에 불타 부서지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민간인 주택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민간이 피해가 비교적 가까이 보이는 사진으로서 이례적임을 강조했다. 여타의 영상이나 사진에서는 민간인 피해 장면이 드러나지 않거나 원거리로 촬영되어 그 진상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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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중인 전갑생 상임연구원 ⓒ 지창영
당시 미해병 1사단 작전계획서에는 "민간인이라 하더라도 억류된 모든 적들은 전쟁포로로 취급"한다는 것이 원칙이었으며,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하지 말라는 지침도 없었음을 강연자는 확인해줬다. 이와 더불어 폭격 전에 사전 경고나 알림도 전혀 없었음은 월미도 주민들의 증언에서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상륙잔전의 기록물들은 미군의 활동을 영웅화하고 적을 격멸하는 승리의 서사라는 관점으로 일관돼 있어 그 와중에서 민간인들이 입은 죽음과 막대한 피해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인천상륙작전의 전승 논리와 맥아더에 대한 영웅화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분단이라는 현실이 작동하지만, 최근 세계정세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안보를 중시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군사주의가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했다.
강연회를 주관한 노동희망발전소 이성재 대표는 이날 강연이 '정전70년, 인천상륙작전73년'을 맞는 올해 전쟁 위기를 막아내고 '평화도시 인천'을 지켜내기 위한 일련의 노력임을 강조하면서 오는 13일에는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를 초청해 '전쟁과 한국사회, 그리고 미국'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이어 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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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재 노동희망발전소 대표 ⓒ 지창영
한편, 주최 단체인 정전70년한반도평화인천행동은 9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평화주간'을 선포하고 강연, 영화 상영, 자전거 평화 행진, 기자회견, 학술 심포지움, 평화 기행 그리고 2차 인천시민 평화행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호소해 나갈 예정이다.
정전70년한반도평화인천행동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전쟁의 위기를 막고 평화를 지켜낼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연대체로서 다음 3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6.15인천본부, 가톨릭환경연대, 건강과나눔, 나눔과함께, 노동자교육기관, 노동희망발전소, 민변 인천지부,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부평4구역세입자대책위원회, 생명평화포럼, 인천YMCA, 인천겨레하나, 인천노사모(평화의길), 인천민예총, 인천빈민연합, 인천시민연대, 인천시민의힘, 인천여성회, 인천자주평화연대, 인천지역연대, 인천통일로, 인천평화복지연대, 장애인자립선언, 전교조인천지부, 금속노조인천지부, 전국회의인천지부, 정의당인천시당, 진보당인천시당, 참살이문학, 천주교인천교구민족화해위원회, 청소년인권복지센터, 통일민주협의회, 평화도시인천네트워크, 평화협정운동인천본부, 한강하구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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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마치고 ⓒ 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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