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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 홍범도는 오해"라더니... 사라지는 국방부 '홍범도' 영상들

[언론비평] 국방TV, 국방홍보원 유튜브 영상들, 9월 1일부터 비공개로 전환되고 있어

등록 2023.09.01 13:20수정 2023.09.0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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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 소개 섬네일. ⓒ 국방TV

 
"정말 그분께서 거기서(카자흐스탄) 서거하시지 않고 광복까지 살아계셔서 우리나라로 들어오셨다면, 정말 평가가 또 지금하고는 또 달라졌을 텐데?"

국방TV 김가영 기자의 홍범도 장군에 대한 평이다. 5년 전인 2018년 8월 국방TV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 속 국방TV 기자의 말에 김선덕 PD는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은 그때 오해를 하는 거예요. 이분이 1920년, 그러니까 21년 이후로 못 돌아오시고 소련에서만 살았고, 그리고 이제 광복이 된 다음에도 이제 동서냉전이 생기고 소련하고 공산당 그래서 우리가 교류를 안 했잖아요.

일부 분들은 이제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라고 오해를 하신 분들도 있고, 오해지. 그러니까 소련의 상황을 잘 몰랐던 거야. 우리 강제이주 당하고 막 그런 눈물 나는 걸 잘 몰랐던 건데. 근래 들어서 홍범도 장군이 '아, 그렇게 사셨구나'가 이제 알려졌고, 그리고 이제 홍범도 장군님도 뭐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받으셨고 안타까운 일생을 보내신 거죠."

"지금도 그 고려인들 사이에서는 (홍범도 장군이) 정신적인 지주이신 것 같더라"는 김 기자의 질문에 김 PD는 "소련에서도 동포들의 권익을 위해서 돌아가신 날까지 존경받을 우직한 할아버지"라고 표현한 뒤 두 사람은 이런 해석을 이어갔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우리 민족과 동포들을 위해서 애쓰셨던 홍범도 장군님의 일생을 저희들이 잊으면 안 될 것 같고요." (김가영 기자)

"국모가 시해됐다고, 군대가 해산됐다고 총을 들고 일어나서 의병을 하고, 그리고 그 만주벌판에서 항일운동을 하신 분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분이야말로 정말 진정한 민초고, 진정한 민족적인 우리 민족적인 정신적인 지주가 될 만한 그런 장군들이, 장군님이 아니겠는가." (김선덕 PD)



인터넷 커뮤니티 논란 직후 동영상 '비공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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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홍범도 장군을 소개한 국방홍보원 페이스북 게시물. ⓒ 국방홍보원 페이스북

  
5년 전 영상을 재조명하는 건 오로지 국방부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 이후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을 자처한 가운데 8월 31일 육군사관학교는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8월 28일 국방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 시 적절하지 않다"고 명시해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 홍범도 장군은 국방부의 '민족적인 정신적인 지주'였다. 국방홍보원과 국방TV는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을 비롯해 홍범도 장관의 업적을 칭송하는 콘텐츠를 다수 제작·게시하고 이를 홍보해 왔다.

위에 언급한 동영상도 5년 간 국방홍보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수 게시됐고, 국방부 소셜 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홍범도 장군 관련 콘텐츠는 십수 개에 이른다. 그런데 9월 1일 국방부가 이들 중 일부 문제시될 영상들을 비공개로 전환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부 유튜브인 국방TV 채널은 1일 오전 9시 이후 앞서 소개한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외에도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소개하거나 긍정적인 평가가 담긴 일부 동영상도 함께 비공개 처리했다. 왜일까. 

"이 영상은 문재인정부의 국방부(5년전)에서 만든 거고, 어제 나온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기자간담회에서는 5년 만에 자기가 자기를 뒤집음."

8월 31일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의 한 게시물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한 사용자가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게재했고, 뒤이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외에도 해당 영상이 소개된 '정부에 의해 곧 삭제될 수도 있는 영상'이란 게시물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해당 영상이 화제를 모은 직후인 9월 1일 오전 국방부가 홍범도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

소셜 미디어에서 계속되는 '홍범도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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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국방NEWS 홍범도 장군 관련 영상. ⓒ 국방NEWS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고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꼭 78년 만에 이뤄진 일이라고 합니다. 만주와 연해주에서 '하늘을 날았던 '홍범도 장군!'

2021년 8월 국방NEWS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던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장군이 사용한 무기 홍범도 장군 78년만에 귀환> 영상 속 아나운서 멘트다. 해당 영상 또한 1일 오전 비공개로 전환됐다. 흉상 철거를 통해 '홍범도 지우기'에 나선 국방부가 자신들이 운영 중인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남아있는 홍범도 장군 관련 콘텐츠까지 지우고 있는 셈이다.

반면, 조진웅 배우가 사회를 맡았고 같은 시기 생중계했던 <장군의 귀환 홍범도 장군 안장식> 영상은 여전히 공개 상태다. 또 같은 시기 국방홍보원 페이스북이 '홍범도 장군 인생 풀스토리' 영상을 소개한 게시글도 1일 오후 1시 현재 여전히 확인된다. 그 게시글엔 이런 소개 글이 달렸다.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장군 #일본군 에게는 #하늘을_나는_장군 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려움의 존재! #조선 #민중 에게는 #백두산호랑이 #축지법을_구사하는_장군 으로불릴 만큼 추앙받았던 #영웅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여천 #홍범도 장군 인생 풀 스토리를 알아봅니다!'
 
#국방부 #홍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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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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