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이다영은 아직 반성하지 않았다

[주장] '이재영은 학폭과 무관' 등 새로운 주장... 진정성 없는 변명 공감 얻기 어려워

23.08.06 13:01최종업데이트23.08.06 13:01
원고료로 응원

▲ 프랑스 출국 앞두고 '학폭 사건' 재차 사과하는 이다영 프랑스 프로배구에 진출한 세터 이다영이 5일 오전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학교 폭력' 가해 사실에 다시 한번 팬들에게 사과하고, 쌍둥이 언니인 이재영은 학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학폭 논란' 등으로 한국 배구계에서 사실상 퇴출된 이다영이 그간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하여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다영은 쌍둥이 언니인 '이재영이 학폭과 무관하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가 하면, 배구계 선배인 '김연경과의 불화는 사실'이라고 밝히는 등, 민감한 내용들을 잇달아 언급하며 또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학폭논란 이후 한국에서 선수생활의 길이 막힌 이다영은 해외에서 커리어를 어어가고 있다. 그리스-루마니아 리그를 거쳐 올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리그의 명문팀인 볼레로 르 까네에 입단했다. 지난 8월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프랑스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이다영은, 지난 2021년 학교폭력 논란을 비롯하여 그간 자신을 둘러싼 사건사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다영은 인터뷰를 자청한 이유에 대하여 "저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아껴주셨던 팬들과 또 배구 팬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도 "많은 오해가 있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다영은 그간 함께 학교 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던 이재영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다영은 "중학교 2학년 당시 이재영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나 때문에 아무 잘못없는 재영이까지 배구를 못하게 됐다"며 미안해했다.

학교 폭력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는 "중학교 2학년 당시 그 친구들(피해자)과 다같이 잘 지냈는데 한 번의 다툼으로 인해 서로 욕을 하고 몸 다툼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졌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다영은 피해자 측과 아직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쪽에서 지금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변호사를 통해서 1명당 1억 원씩 합의금을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이다영과 관련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총 4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다영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친구들한테 진심 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이제와서야 사과와 해명을 하는 것에 대하여, 이다영은 "그 당시에도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싶었지만 흥국생명 소속이라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 구단에서는 SNS 활동도 금지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싸늘한 여론의 반응

하지만 이다영의 해명에도 여론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다. 학교 폭력이 이재영과 무관하다는 것은 그저 이다영의 일방적인 주장일뿐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거듭된 폭로, 수많은 언론들의 취재를 통하여 쌍둥이 자매가 학폭에 함께 연루되었다는 증거들은 차고 넘쳐난다. 심지어 이다영-이재영 자매 본인들도 자필 사과문을 올렸고, 공중파 뉴스에까지 출연하여 학폭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다영은 겉으로는 사과를 표방했지만, 실제로 언급한 내용의 대부분은 변명과 남탓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실 이다영의 교묘한 말바꾸기와 자기중심적인 해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다영은 2021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칼은 들었지만 찌르지는 않았다"는 희대의 어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가 칼을 들고 위협하고 돈 빼앗고 때린 행동 하나하나가 세월이 흘러서도 큰 상처가 되었는데 그것을 고작 '한 번의 다툼' 정도로 치부하거나, '합의금'을 운운하며 법적 공방이 해결되지 못한 책임을 은근히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태도, 또한 피해자보다 동료 가해자로 지목된 이재영을 더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춘 언행들은, 모두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더 큰 논란이 된 것은 바로 '김연경과의 갈등'을 언급한 내용이다. 사실 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에 도화선이 된 것은 바로 흥국생명 시절 김연경과 불화설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이다영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다 터뜨릴꼬얌'이라는 난해한 글을 올리며 자신이 팀 내 선배 선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했고, 자세한 내용을 폭로할 것을 암시하면서 결국 이다영과 김연경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고 이를 본 학폭 피해자들이 이다영의 '피해자 코스프레'에 격분하여 인터넷에서 그녀의 과거 행적을 폭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진 것이다.
 
이다영은 당시 김연경과 실제로 불화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다영은 자신이 오히려 김연경에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라며 2년 전 자신의 SNS와 똑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이다영은 "그 문제로 논란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 선수'에게 물어보고 싶다. 나에게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라면서 "다들 내가 그 선수에게 피해를 가했다고 생각을 하는데 같은 팀에 있으면서 7개월 동안 한 번도 내 볼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문제도 있었고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김연경에게 모든 잘못을 돌렸다. 이다영이 공개적으로 김연경을 끌어들여 '저격'한 것은 또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이다영의 '내로남불식'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김연경 역시 이다영과의 불화설과 학폭 논란 이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또다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연경은 이다영처럼 SNS를 이용하여 뒷담화를 하지도, 인터뷰같은 공개석상에서 누군가를 저격하고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았다. 이다영 자매의 논란 이후 쑥대밭이 된 흥국생명을 지탱하고 팀 분위기를 수습한 것도 김연경이었다. 대중들은 그러한 김연경의 차분하고 성숙한 대응과 프로의식을 지지했다.
 
또한 이다영이 이제와서 굳이 김연경을 다시 끌어들여 저격한 시점과 방식 모두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마침 김연경은 올시즌 선수생활의 명예로운 말년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며 사격 진종오, 골프 박인비, 태권도 이대훈, 양궁 오진혁, 배드민턴 김소영 등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서 굳이 이다영과의 진흙탕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정작 이다영은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다가 하필 출국하는 시점에서 김연경을 들먹이며 일방적으로 폭탄만 던져놓고 자신은 프랑스로 떠나버렸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다영에게서는 여전히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공감능력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행적에 대하여 성찰하려는 진정성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말로만 하는 사과와 변명은, 백 번을 거듭한들 앞으로도 피해자와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이다영 이재영 학폭논란 김연경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