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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1순위 앤서니 베넷, 한국 농구에 가져올 화제성

[KBL] 소노 스카이거너스 , NBA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앤서니 베넷 영입

23.08.01 15:00최종업데이트23.08.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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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베넷(오른쪽) ⓒ EPA/연합뉴스


NBA(미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앤서니 베넷이 한국농구에 진출한다. 1일 KBL 프로농구 신생구단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는 베넷의 영입을 발표했다. 소노는 창단 첫 2023-2024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선수로 베넷과 제로드 존스, 아시아쿼터 선수로는 필리핀 국적의 조쉬 토랄바와 계약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베넷은 NBA 팬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캐나다 출신의 베넷은 정확히 10년 전인 2013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지명되었던 선수다. KBL 역사상 이전에도 NBA 경력자는 있었지만 1순위 출신은 베넷이 사상 최초다.
 
하지만 베넷은 기대와는 다른 의미로 NBA 역사에서 '전설의 1순위'로 회자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베넷은 콰미 브라운(2001년), 그렉 오든(2007년) 등과 더불어, NBA 역사상 '최악의 드래프트 1순위'를 거론할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최상위권에 거론되는 선수다.
 
NBA는 전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로 꼽히며 드래프트 1순위는 성공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매직 존슨,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샤킬 오닐, 팀 던컨, 야오밍, 앨런 아이버슨, 드와이트 하워드, 르브론 제임스 등은 대표적인 드래프트 1순위 출신 슈퍼스타들이다. 이들 모두 NBA 역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명예의 전당'까지 헌액된(혹은 예약한) 레전드들이기도 하다.
 
물론 1순위라고 해서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퍼비스 앨리슨(1989년), 조 스미스(1995년), 마이클 올로워칸디(1998년), 앤드류 보거트(2005년), 안드레아 바그냐니(2006년), 벤 시몬스(2016년) 등 실망스러운 1순위 선수들도 적지 않다. 다만 이들도 1순위라는 기대치에 비하면 못미쳤다는 것 뿐이지, 나름 한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거나 한때나마 올스타급으로 활약한 선수들도 있다.
 
그에 비하여 베넷의 존재감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베넷은 NBA 통산 4시즌간 151경기에 출전하여 고작 평균 4.4점, 3.1리바운드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베넷처럼 애초에 '기량 미달'로 신인 지명 이후 기본 계약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1순위 선수는 전례를 찾아보기기 힘들다. 베넷이 지명된 2013년 신인드래프트의 경우, 당시에도 이미 '흉작'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베넷 역시 그중에서도 1순위감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지 않았을 정도로 이변에 가까운 픽이기도 했다. 하지만 베넷보다 훨씬 낮은 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중에는 훗날 슈퍼스타로 성장한 야니스 아데토쿤보(15순위, 밀워키), 루디 고베어(27순위, 현 미네소타)같은 선수들이 있어서 베넷의 초라한 몰락과는 더 비교될 수밖에 없다.

베넷은 NBA에서 밀려난 이후로는 튀르키예, 이스라엘, 대만 리그 등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해외에서도 서유럽처럼 상위리그라고 할 만한 곳에서는 뛰지 못했다. 그래도 지난해에는 대만 리그에서 평균 22.6점(2위), 12.2리바운드(5위)로 나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베넷은 NBA 프로필 기준으로 203cm, 117kg의 탄탄한 신체조건을 가진 포워드다. 하지만 NBA 무대에서는 3번과 4번을 어정쩡하게 오가는 트위너형 선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KBL과 아시아 무대에서는 빅맨으로 충분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만큼0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외국인 정통 빅맨들과의 골밑 경쟁에서 얼마나 우위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KBL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 중 커리어가 가장 화려했던 선수는 2019년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뛴 에메카 오카포였다. 2004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샬럿 호네츠에 지명되었던 오카포는 그해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이후 스타급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NBA에서만 통산 616경기에 나서 평균 12점·9.7리바운드라는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오카포가 커리어 말년에 찾아온 KBL에서는 18경기에서 12.3점, 8.4리바운드로 출전시간 대비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무릎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그대로 은퇴했다. 오카포가 NBA에서 은퇴하고 이미 전성기가 지난 37세에 KBL로 건너왔다면, 1993년생은 베넷은 아직 30세로 농구선수로서는 한창 나이다. 전술적 능력이 뛰어나고 외국인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김승기 감독과의 조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신생구단 소노는 불미스러운 논란 끝에 농구계에서 제명된 고양 데이원의 선수단을 이어받아 농구계의 '구세주'로 등장한 데 이어, 베넷이라는 거물급 선수의 영입을 성사시키는 수완으로, 다가오는 2023-2024시즌에 농구계 화제의 중심이 될 것을 예약했다.
 
KBL에서는 베넷 이전에도 많은 NBA 출신 선수들이 진출했으며 1라운더 출신만 8명에 이르렀다. 제러드 설린저-단테 존스 등 리그 판도를 뒤흔든 선수들도 있었지만, 반면 NBA 경력자라고 해서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쓴 맛을 보고 떠난 사례들도 많다.

베넷이 잘하든 못하든, 그 남다른 커리어와 화제성 면에서 농구팬들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미국에서는 실패한 1순위의 대명사였던 베넷이 KBL에서는 'NBA와 아시아농구의 수준차'를 증명하는 존재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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