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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의 고민과 애정... "새로운 작품 기다리기만 할 수 없어"

[인터뷰] <비공식작전> 외교관 민준으로 3년 만에 극장가 복귀

23.07.24 17:25최종업데이트23.07.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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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에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 ⓒ (주)쇼박스


국내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 하면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배우 하정우도 분명 그중 한 사람이다. <암살> <베를린> <터널>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최근 10여 년을 그는 대형 상업영화와 궤를 같이했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 또한 그 흐름에 서 있다.
 
직전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대중과 만났다지만 극장 개봉은 <클로젯> 이후 3년 만이다. 모처럼 각종 시사회, 무대 인사를 돌며 홍보 일정 중인 하정우를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해외 체류에서 얻은 교훈
 
알려진 대로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현지 갱들에게 납치된 한 서기관이 1년 9개월 만에 풀려났던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실존 인물은 현재까지도 해당 사건 언급을 꺼려 하고 있고, 당시 서울올림픽, 전두환 정권 차원에서 진행한 협상 과정의 여러 비화들이 있기에 쉽사리 풀어내기 어려웠을 소재를 김성훈 감독이 상업영화로 풀어냈다. 김성훈 감독과 <터널>을 함께 하며 신뢰가 쌓였던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장장 5년을 이 영화 여정에 동참했다고 한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실제 사건 무게감 때문인지 무거웠다. 등장인물들의 과거 이야기 비중도 높았고, 당시 레바논 상황과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활동도 소개하다보니 무겁게 영화가 시작되더라. 2018년 추석 무렵 <클로젯> 촬영을 앞두고 감독님께 전화를 받았는데, 그땐 솔직히 김성훈 감독님과 같이 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터널>도 원작이 워낙 비극적이라 영화 소재로 쓰기에 약점이 있었는데 해냈으니 말이다.
 
2020년 3월로 예정됐던 촬영이 미뤄져 2022년 6월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에 감독님이 아주 심플하게 수정했더라. 일반 보통 사람이 레바논에 가서 또 다른 보통 사람을 구출한다는 그 간결한 설정에 많은 영화적 요소를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재력이 많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화 기반인 무게감 있는 드라마이기 보다 애초 제작 의도가 상업영화였기에 오락성이 있는 재밌는 영화로 생각하고 보셨으면 한다."

  

영화 <비공식작전>에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 ⓒ (주)쇼박스


하정우가 맡은 외교부 이민준이란 인물은 중동을 오래 담당했으면서 동시에 미국 뉴욕이나 LA 같은 주요 국가로 발령받길 희망하는 인물이다. 납치된 서기관을 구출하기 위해 협상 책임자로 자임하는 것도 출세욕이 동기가 된 결과다. 그런 인물이 레바논 현지에 도착한 후 교포이자 현지 택시운전사 판수(주지훈)와 엮이고, 민준의 임무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 방침으로 두 사람이 더욱 곤경에 처하며 함께 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납치된 서기관 사건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당사자들이 노출을 꺼려 하셔서 제작진이나 감독님이 참고 자료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캐릭터의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갈지 그게 참 어려웠다. 사건 자체가 큰 무게감이 있는데 어떻게 그걸 이겨내고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감독님과 하나하나 얘기하며 고민했다. 그러다 <터널>을 소환했다. 터널에 갇힌 사람이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울고만 있다가 말 것인가 했을 때 감독님은 낭만을 찾는 설정을 넣었었다. 그건 살기 위한 낭만이다. 민준 또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숨을 쉬어야 했다. 그곳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니 말이다. 막힐 때마다 나 자신에 대입했다. 실제 하정우가 그런 임무를 했어야 한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다보니 조금씩 풀리더라.
 
어찌 보면 황당할 수도 있다. 동료가 납치돼서 협상하러 가는 마당에 뉴욕이나 LA 주재원을 요구하는 모습은 어쩌면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 저도 처음에 그렇게 접근했다. 그러다가 쉽게 끝날 줄 알았던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고, 목숨까지 위험해지면서 뭔가 크게 깨닫게 된다. 그 이후로 오히려 두 사람은 차분해지는 거지. 나름 내적 성장을 이뤄낸 게 아닌가 생각했다."

 
강도 높은 총격 액션, 자동차 추격 등 난도 높은 장면은 실제로 4개월간 모로코 카사블랑카 등에 머물며 촬영한 결과물이다. 옥상 액션은 충청북도 옥천, 개들과의 사투 장면 또한 국내에서 촬영했다. 하정우는 "정말 힘든 액션이었지만, 김성훈 감독님은 테스트하지 않은 건 조금이라도 찍지 않는 분이라 사전 준비를 엄청 했다"며 "사실 그 직전 <수리남>으로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개월간 촬영하다 잠깐 쉬고 모로코로 간 거라 엄청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을 이었다.
 
"원래 훈련이 힘든 부대는 내무 생활이 편하다고들 하잖나. 모로코가 이슬람국가라 눈치껏 행동하고, 라마단 기간엔 식당들이 문을 닫아 힘들었지만, 사람인지라 또 적응하더라. 생활 자체가 낯설다 보니 그 낯섦 때문에 피곤함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제가 먹는 게 또 중요해서 양념이나 식재료를 두 달 전부터 준비해 미리 배편으로 보냈다.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으니 소고기 베이스로 곰탕도 끓이고 장조림도 만들어 먹었지."
 
창작자로서의 고민들
 
물론 대형 기획 영화라는 점에서 여러 영화들과 비교될 여지도 있다. 비슷한 소재로 올해 초 개봉한 <교섭> 등이 함께 거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하정우는 "동료고 선배님들 작품이라 직접 그 작품을 거론할 수는 없고, <아이언맨> <미션 임파서블> 보단 재밌다. 제 취향이다"라며 "아, 혹시 반대하실 수도 있으니 (하정우 연출작인) <허삼관> 보단 재밌다"고 재치 있게 응수했다.
 
하정우는 본인을 향한 기대감, 일종의 책임을 잘 인식하고 있어 보였다. 동시에 배우, 신인 감독으로서 갈망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여러 상업영화를 경험하며 생긴 일종의 틀을 스스로도 벗어나고 싶은 상태라고 고백했다. 지금의 모습을 대중이 좋아하는 것 맞지만 동시에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그의 초기작에서 보였던 거친 생활형 연기나, <추격자> 속 악인 같은 연기를 기대하는 관객 또한 많기 때문이다. 하반기 무렵 들어갈 <로비>로 세 번째 연출에 도전하는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제 연기가) 지루해 보이면 안되는데, 더 지루해 보이기 전에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웃음).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과연 기다린다고 내게 올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러면 기획을 해야지. 어제도 무대 인사 돌면서 주지훈씨와 왜 한국에선 <양들의 침묵> 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나 얘기했다. 내가 한니발 역할을 하면 잘 해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얘길 했다. 요즘 그래서 생각이 많다.
 
<로비>를 연출하려는 것도 사실 그렇다. 기존 상업영화 포맷이 아닌 어찌 보면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에 도전하는 셈이다. <리바운드>를 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로 일하면 책임질 부분이 한정되는데 제작이나 연출은 좀 더 넓은 부분을 책임져야 하잖나. 제 모습이 관객분들에게 지루하게 다가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하정우 비공식작전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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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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