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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발기금 재원 확보와 대기업 규제 영비법에 담겨야"

[현장] 국회에서 물꼬 튼 영비법 개정 방안 토론회

23.07.24 15:09최종업데이트23.07.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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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의 관한 법률' 개정 방안 토론회 ⓒ 성하훈

 
지난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소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방안 토론회는 빈 좌석이 없을 만큼 영화계 인사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영비법 개정을 공론화하는 첫 자리라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영비법은 한국영화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규칙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개정되느냐에 따라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영화산업의 미래와 함께 방향성과도 직결됐다는 점에서 영화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행 영비법은 2006년 제정 이후 현재까지 모두 32회 개정됐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발제자인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급변하는 영상산업의 환경에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전면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이름부터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은 영화계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이다. 영화산업의 한 축을 이루던 비디오산업이 붕괴된 후 CD-DVD-블루레이-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으나 법률 이름은 '비디오물'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영화담당 부서가 영상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의 골자는 영화의 정의를 넓혀 비디오물을 영화에 포함하자는 것이었다. 황승흠 교수는 "현행 필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돼 있는 규정을 '필름 또는 디지컬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에서 판매나 대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영하거나 시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시청 제공' 내용을 넣으면 최근 개정된 영비법에서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별도의 내용을 삭제하면서, OTT를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발제자인 노철환 인하대 교수는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콘텐츠 중심의 영화 영상물 통합 진행 법제를 통한 산업 활성화 방향 수립 필요성을 설명했다.
 
영비법 전면 개정에는 대부분 동의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의 관한 법률' 개정 방안 토론회 ⓒ 성하훈

 
일단 영비법을 전면개정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참석한 영화인들 대부분의 생각이 같았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 들어가느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발제자들이 영화의 정의에만 초점을 맞춘 것과 다르게, 전면 개정 법률에 들어가야 할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들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온 영화인총연합회 김은주 감독은 OTT와 관련해서는 많은 부처 간 이견이 있기 때문에 각 부처의 혼선과 갈등을 없애기 위해 미디어 거버넌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발전기금 문제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현재 기금이 바닥나다시피 한 상태에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 역시 영화진흥 재원 마련에 대한 조항과 함께 영화제작, 배급, 상영 분야별로 개념과 지원 방침이 포함된 전면 개정이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영발기금 문제에 대해서는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고 대표는 "국가가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책임지는 게 문화기본법의 바탕이다"라며 관객이 내는 영발기금으로만 떠넘기는 행태에 대해 비판했다. 정부가 국고지원에 인색하고 영화산업 주체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촉구한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고영재 대표는 또한 "OTT 매출에서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면서 "특정 플랫폼의 이해에 따라 영비법이 전면 개정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소형영화와 단편영화의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현재 40분으로 규정된 단편영화 정의를 1시간 미만으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과 거대 자본 스튜디오의 직접 제작 및 제작사 길들이기 등 자본 만능주의 영화 산업적 행태에 대한 법적 규제는 불가능하다며 이를 포함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를 견제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회장은 "극장 개봉과 온라인 공개 영화를 단순히 통합할 경우 극장용 영화 개념이 희미해질 우려가 있다"며 "영화의 정의를 재규정할 때 상영방식(영사시스팀 유무)과 유통경로, 소비방식(온/오프라인) 등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이견 없고 적극 협력 약속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의 관한 법률' 개정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발제자 토론자, 영화기관장 등등 ⓒ 성하훈

   
이날 토론회는 여야 문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함께 준비한 토론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국회 차원에서도 영비법 개정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올해 영진위 예산 편성과정에서 영발기금 국고지원에 역할을 했던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회 시작 전 축사를 통해 "여야 간 이견이 없을 것이다"라며 "조속히 합의해 처리하자"고 속전속결을 제안했다.
 
다만 전면 개정하는 법률에는 영화계가 요구하는 내용이 최대한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날 논의는 본격적인 물꼬를 튼 정도였다. 영화산업의 불공정과 함께 한국 영화계를 향해 좌파 운운하는 보수 정당의 행태 변화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황승흠, 노철환 교수 등에게 법률 개정에 대한 연구 용역을 맡겨 두 가지 안을 제시했는데, 영진위원의 경우 현행 9인에서 15인으로 늘리는 부분이 담겨 있다. 영화계의 논의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영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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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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