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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퇴근 안하나"와 "대통령이 뛰어가도"... 하나도 안 변했다

논란만 키우는 대통령실의 설익은 언론 대응... 수해 대응과 김건희 쇼핑 등 해명이 더 문제

등록 2023.07.19 17:33수정 2023.07.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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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7.18 ⓒ 연합뉴스

  

대통령실의 설익은 언론 대응이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호우 피해와 김건희 여사 명품 매장 방문 등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지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호우 피해와 관련해선 "대통령이 당장 가도 바꿀 수 없다"고 공식 답변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도 '호객행위'라고 답해 물의를 빚었다. 

[논란의 답변①]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

집중 호우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백브리핑에서 했던 공식 발언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집중 호우가 심각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 등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수해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어도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어서 파문이 일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상식적이지도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같은 당 정청래, 서영교, 장경태 의원 등도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입을 모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국민의힘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변호사)은 지난 17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지금 가도 이렇게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느냐'고 한 부분은 굉장히 잘못된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이 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발언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순방 복귀 후 첫 국무회의에서 "이권·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수해 대응과 관련된 비판을 '이권 카르텔' 문제로 치환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잘못된 메시지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참모진 경질을 거론하고 나왔다. 이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메시지를 낼 것을 대통령에게 조언한 참모는 당장 잘라야 한다"고 했다. 

[논란의 답변②] 김건희 여사 명품매장 방문이 호객 행위?

리투아니아 현지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품 매장을 방문한 것도 대통령실의 설익은 대응이 문제가 됐다. 지난 14일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게 점원들이 호객을 했기 때문에 김 여사가 명품 매장에 들어간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19일 기준 관련 내용을 다룬 <매일경제>의 기사 원문은 이렇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은 한 것은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여사가 해당 옷가게에 들어갈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가게 인물이 안내를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 사유가 '매장 직원의 호객'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MBC 등 수많은 언론들이 인용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엄중한 경호를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평범한 매장 직원이 어떻게 접근해 호객 행위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해명을 한 대통령실 관계자를 '닭머리를 가진 자'라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떻게 영부인께서 리투아니아 명품점 5곳을 '호객 행위로' 다녔다는 위험한 엉터리 바보 발표를 할 수 있습니까, 닭머리를 가진 자라도 이런 말을 못 한다"라고 적었다.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YTN 라디오에서 김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을 "문화탐방, 하나의 외교"라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일가족 폭우 사망 카드뉴스로 뭇매... "대통령은 퇴근 안하나" 발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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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8월 9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반지하 장애인 가족 참사 현장' 방문 사진을 국정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했다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 대통령실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이 논란을 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 지역의 집중 호우로 수해 피해가 잇따른 당시에도 대통령실 대응은 뭇매를 맞았다. 당시 대통령실은 수해 사망 사고가 난 신림동 반지하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카드뉴스로 제작해 배포했다. 일가족이 사망한 참사를 홍보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은 3일 만에 카드뉴스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사과를, 우리는 '사과다'라고 생각하지 않았고..."라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브리핑 현장에서는 '대통령의 사과냐, 아니냐'를 두고 거듭 질문이 이어졌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대통령이 한 말 그대로 받아들여달라"고 정리하면서 어렵게 마무리됐다.

또 수해 당일 윤 대통령이 비상 근무를 하지 않고 퇴근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라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대통령실 공보 담당자는 김은혜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등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대통령실에서 정돈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나오고, 그 메시지들이 수정되고, 번복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실 입장이 대통령 견해를 받아서 발표를 하는 건지 의문이 들 때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대통령실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대통령실의 대응은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정제된 말들이 나와야 하는 게 정상적인데,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순간을 모면하려는 듯한 발언들이 나오고 또다시 논란이 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공보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몇몇 특정인들이 메시지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수해 #김건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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