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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 샌다" 사흘째 이어진 '오송 지하차도' 악몽의 밤

[현장] 두 번째 자정 넘긴 구조 작업... 애타는 실종자 가족들 "천재지변 아닌 인재"

등록 2023.07.17 01:02수정 2023.07.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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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및 제방 유실로 침수(15일 오전 8시 45분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이튿날인 16일 밤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아있는 실종자 수색이 여의치 않아 작업은 17일로 이어지고 있다. ⓒ 소중한

 
"오늘도 날을 새야죠. (아들이) 올 때까지 잘 수도 없겠지만, 온다고 해도 잘 수 없겠죠."

16일 밤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70대 남성 A씨는 사흘째 지하차도에 갇힌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앰뷸런스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연신 응급실 건물을 들락날락하던 그는 "이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고 강조했다.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의 구조 작업이 결국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소방당국은 당초 16일에서 17일로 넘어가는 자정까지 수색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자정까지 추가 사상자를 발견하지 못해 밤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종자 발견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또다시 '기다림의 밤'을 보내고 있다.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17일 새벽 1시 현재 출입이 계속 통제되고 있다. 궁평2지하차도를 가로로 지나는 탑연삼거리~오송2교차로 구간도 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현장 상황실 입구에는 소방, 경찰,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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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및 제방 유실로 침수(15일 오전 8시 45분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사고 이튿날인 16일 밤까지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현장 상황실에선 대용량 방사포를 이용해 물을 퍼내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는 보트 4개, 군 대용량 펌프 등 50여 대 장비를 동원했다고 전했다. 현장 일대에 불을 밝히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차량도 추가로 투입됐다.

청주서부소방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지금도 방사포를 이용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고 지하차도 반대편에서도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 내 터널이 길이 430m, 높이 4.5m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터널에 들어찬 물이 빠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하차도 내에서 물이 흙과 섞여 뻘처럼 돼 수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오전 8시 45분 최초 물이 들이차기 시작한 시점에 터널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15대(경찰 추정) 중 버스 1대, 트럭 1대, 승용차 2대가 현재 견인됐다. 확인된 사망자는 총 9명으로, 15일 남성 1명, 16일 남성 2명, 여성 6명이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제대로 된 설명 없어 뉴스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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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및 제방 유실로 인한 궁평2지하차도 참사(15일 오전 8시 45분)의 실종자가족들의 기다림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오전 0시 10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 응급실. ⓒ 소중한

 
실종자 가족들은 청주 흥덕구 하나병원 응급실에서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조 당국을 향한 불신이 쌓여가는 중이다.

치과의사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A씨는 "(제방을) 진흙으로 쌓아도 무너질 판인데 모래가 무슨 힘이 있나. 이건 인재"라며 "어제부터 계속 굶다 오늘 처음으로 죽 한 공기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A씨의 조카 B씨는 "현장에서 상황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몇 명이 구조됐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뉴스만 보고 있다. 숫자 하나 늘어났다고 하면 '우리 형 아닌가' 생각하며 기다리기만 반복하고 있다"라며 "사고 현장으로 차를 끌고 가도 터널에 진입할 수도 없어서 한 시간, 두 시간 그냥 서성이다 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최소한 한 시간 당 3분만 시간을 내서 이곳(하나병원 응급실)으로 전화는 줄 수 있잖나"라며 "밥 한 끼도 못 먹고 이러고 있는데 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뻘 너머엔 아직도 흙탕물 한가득... 잠못드는 궁평2지하차도 지난 15일 15대의 차량이 물에 갇혀 17일 새벽 0시 현재 18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119 대원들이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원들이 진입한 곳 너머에는 아직도 흙탕물이 가득차 있다(영상: 현장기자단). ⓒ 현장기자단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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