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태안 저수지 아내 살인사건... 아내가 몰랐던 과거

[TV 리뷰] SBS <그것이 알고싶다>

23.07.17 11:04최종업데이트23.07.17 11:04
원고료로 응원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 SBS

 
2023년 1월, 충남 서산에 거주하던 한 평범한 30대 젊은 부부가 갑자기 사라졌다. 남편과 아내가 다니던 각 회사의 직장동료들이 장기간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이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편은 이미 홀로 해외로 출국한 상태였다.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남편의 출국 전 차량 동선을 추적한 결과, 충남 태안군의 한 저수지에서 한 사람의 시신을 찾아낸다. 그는 바로 실종된 아내였다.
 
7월 15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남편의 두 얼굴 - 태안 저수지 아내 살인사건'이라는 부제로 올해 초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 뒤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남편 강태수(가명)와 사망한 아내 서지윤(가명)씨는 오랜 연애 끝에 2014년 5월에 결혼했고 올해로 9주년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두 사람은 그저 사이좋은 부부로 알려졌고, 강씨에 대해서는 온순하고 착한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지윤씨 역시 남편에게 너무나 잘하고 헌신적인 좋은 아내였다고. 지인들은 사건을 전해듣고 이구동성으로 "대체 왜 그랬을까. 믿기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검 결과 사망한 지윤씨의 시신에는 10여 군데의 큰 자상이 발견됐고 저수지에서는 범행도구로 보이는 부엌칼이 발견됐다. 하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뒤에서 끈으로 목이 졸린 질식사였고, 자상은 사망 후에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체 지윤씨는 왜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던 것일까.
 
남편의 기이한 행적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 SBS

 
남편 강씨는 아내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강씨는 출국 이후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대를 떠돌다가 필리핀으로 입국하던 중 지난 2월 10일 마닐라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런데 한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강씨가 필리핀 외국인 수용소에서 탈출했다는 것. 다행히 탈옥 8일 만에 다시 체포되었는데, 당시 강씨는 혼자가 아니라 다른 한국인 남녀 두 명과 함께 붙잡힌 상태였다. 또한 그가 체포된 현장에는 무려 1kg에 이르는 마약까지 함께 발견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마약범이 된 강씨는 이제 필리핀에서의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강씨가 필리핀 경찰에 체포되면서 한국에서 아내를 살해한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하지만 강씨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강씨는 지난 3월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의 전화 면회에서 "아내를 죽인 범인이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가 주장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강씨는 지난해부터 투잡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텔레그램을 통하여 마약을 배달하는 일을 제안받았고, 돈 때문에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데 사건 당일인 1월 22일, 마약 배달을 의뢰했던 의문의 남성들이 돌연 막무가내로 강씨 부부의 집을 찾아왔다고. 강씨는 문을 열어주고 나서 돌연 기습을 받아 의식을 잃었고,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때는 이미 아내가 살해 당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강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범인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강씨와 필리핀 비쿠탄 수용소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했다는 제보자를 만났다. 그런데 제보자가 증언한 내용은 강씨가 가족들에게 했던 말과는 전혀 달랐다. 제보자는 강씨가 "주식하고 코인에 손을 댔다. 아내가 돈이 있어서 뺏으려고 했다"면서 "지인 두 명과 범행을 모의하여 강도로 위장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강씨는 범인들이 들어올 수 있게 문을 열어줬고, 아내 지윤씨가 반항을 하다가 실랑이를 하던 범인들이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강씨는 처음엔 아내가 죽은 걸 알지 못했지만, 공범들과 같이 모의를 했기에 범행이 밝혀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아내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주장이었다.
 
제작진은 필리핀을 찾아가 강씨를 직접 면회했다. 강씨는 아내 살해혐의에 소명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없고, 소명한다고 한국경찰에 전달될 것도 아니다"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아내의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에, 남편은 "사고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저나 가족들이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경악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마약 배달과 관련한 일을 했고, 시키는 대로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여전히 범인이 따로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지 못했으며 휴대폰이 없어서 메신저나 아이디도 확인을 할 수도 없다며 의심스러운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은 강씨를 체포할 당시 휴대전화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씨는 왜 비쿠탄 수용소를 탈옥하려고 했는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아내의 죽음과 수상한 출국, 탈옥, 두 번의 체포, 정체불명의 동행자와 마약까지 남편의 기이한 행적은 무엇 하나 쉽게 설명되지 않는 의문투성이였다.
 
전문가들 "거짓말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 SBS

 
제작진은 제보자로부터 강씨의 실체에 대한 중요한 증언을 확보했다. 강씨의 탈옥을 도운 사람이 있었고, 그는 강씨와 수용소에 함께 수용된 보이스피싱범이자 마약 관련 범죄자인 양씨라는 인물이었다. 제보자는 강씨를 탈옥시킨 이유가 마약 배달을 시키기 위한 것이고, 강씨의 두 번째 체포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1kg의 마약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씨가 정말 무고하고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낯선 외국에서 영화처럼 탈옥까지 해가며 마약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강씨의 수상스러운 행적들은 여기에서 그치지않는다. 제작진은 지윤씨가 사망한 이후 그녀의 휴대폰으로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마치 지윤씨인 것처럼 보낸 메시지들을 포착했다. 지윤씨의 카드로 대출을 시도하고 국내외에서 4000만 원에 이르는 현금을 인출한 내역도 확인했다. 현금이 인출된 지역들은 정확하게 강씨가 도주했던 동선과 일치했다.
 
강씨는 가족들에게 지윤씨 사망 후 한동안 기억을 잃었다며 답을 회피했지만, 정작 그 기간 동안 멀쩡히 숙소를 직접 예약하고 돈을 지불했으며 외출까지 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강씨는 설 연휴 전 쓸 일이 있다며 회사에 보관 중이던 여권을 찾아갔고, 비행기 표는 처갓집에서 돌아오던 저녁에 예약하며 사전에 해외 도피를 철저히 준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강씨의 대답 패턴을 분석해 거짓말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곤란한 질문, 자신이 대답하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바로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무수한 거짓과 의혹으로 둘러싸인 강씨는 대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제작진은 강씨의 과거 행적들을 좀더 깊이 추적했다.
 
강씨의 직장 이력서를 보면 "모든 일에 있어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시간이 걸려도 항상 긍정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웃어른들을 공경할 줄 알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웃음이 많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아내 지윤씨가 생각했던 남편 강씨의 모습도 이와 비슷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씨의 실체는 알면 알수록 본인의 소개나 지윤씨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지인들의 제보에 따르면 강씨는 신혼여행에서 지윤씨에게 억대 빚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은 바 있으며, 지윤씨는 처음엔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에 결국 지윤씨는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는 드디어 빚을 거의 다 갚아간다며 2세 계획까지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씨에게는 여전히 많은 빚이 남아있었고, 최근까지도 회사 대표에 가불을 받고 동료들에게까지 거액의 돈을 빌린 것이 확인됐다. 정작 지윤씨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회사 대표는 해고 위기에 놓인 남편 강씨를 구하기 위하여 눈물로 호소하는 지윤씨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퇴사를 취소하고 돈까지 추가로 빌려줬다.
 
강씨의 개인 회생을 담당했던 변호사는 강씨의 빚이 생계비 명목이었고, 주식이나 코인과는 무관했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사망하기 전까지 강씨는 대부업체들을 통하여 빌린 7000여만 원의 빚이 있는 상태였다. 변호사는 강씨가 "빚 독촉을 피해보려는 목적이었지, 채무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아내가 몰랐던 과거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 SBS

 
직장 동료들은 강씨가 도박을 좋아했고, 회사 법인 카드로 유흥업소에서 50만 원 이상을 결제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를 지적하는 회사 동료에게 강씨는 "안 갔다. 자다 깨니까 도로였더라"며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상황을 회피하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문가들은 "순간순간 거짓말을 해서 얼버무린다.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논리적이지 못하면 괴로워서 그렇게 못하는데, 강씨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결과가 어떤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싫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작진은 강씨의 과거를 좀더 거슬러 올라갔다. 강씨는 군대에서 부사관 교육 과정을 밟다가 돌연 무려 한 달간이나 탈영을 했던 전력이 있었고, 끝까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결국 불명예제대를 당했다.
 
심지어 강씨는 대전의 한 대학 여자 기숙사에 무단 침입하여 징역 6월에 집행 유예 2년의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었다. 당시 목격자는 강씨가 민소매에 핫팬츠, 가발로 여장을 하고 립스틱을 칠하고 있던 충격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 기숙사 침입 이유를 절도 때문이라 주장했지만, 현장에는 청테이프가 발견되어 성범죄를 시도하려 했던 정황을 의심하게 한다.
 
강씨가 여자 기숙사에 침입했던 시기는 지윤씨와 한창 연애를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또한 강씨는 탈영에 대해서도 누나가 아파서 제대를 했다고 지윤씨에게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했다. 지윤씨는 그런 남편을 한없이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 SBS

 
전문가들은 강씨가 아내 지윤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전적, 경제적인 동기만 놓고 보면 아내를 살해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그러데 살해를 결심하게 되었던 즈음에 아내의 태도, '자신을 용서해 주지 않을 것 같다', '추궁을 당한다' 이런 부분들이 결국은 살인이라는 결심을 하게 된 '감정적 동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제작진은 강씨의 변호사를 통하여 강씨가 필리핀에서 함께 체포된 임씨 등, 다른 공범들과 달리 마약 관련 혐의를 인정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리핀에서 마약 범죄는 최고형까지도 가능한 중범죄다.
 
그럼에도 강씨는 제작진에게 "계획이 있다"고 주장하며 "필리핀은 외국인 마약사범은 그렇게 무겁게 다루지 않고 형량이 낮아서 금방 끝날 수 있다. 어차피 비쿠탄 수용소로 갈 것이다. 추방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늘어놓았다. 결국 그의 목적은 한국 송환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해보인다.
 
전문가들은 강씨의 심리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하게 본인 스스로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 교도소에 남겠다는 선택을 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퇴행'이라는 방어기제가 발동되고 있다. 지금 당장 맞닥뜨려야 할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의 눈초리를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이것만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래요'라는 심리가 보인다"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한국과 필리핀은 수용자 이송 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강씨가 필리핀에 장기간 수용될 경우 그의 이송을 요구할 권리가 없어 살인 혐의에 대한 조사나 재판,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나 일정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공동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특별협정을 맺어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씨는 2022년 12월 말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뜬금없이 돈 3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호소하는 황당한 내용을 게시하기도 했다. 아내 지윤씨는 사망하기 얼마 전인 1월, 남편의 채무상태를 알고 크게 낙담했음에도 지인에게는 "2~3년만 더 고생하면 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을 무능과 거짓으로 점철된 남편이었지만, 아내의 변함없는 믿음과 사랑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평생 자신을 믿어주고 한편이 되어준 아내에게 돌아온 결말은, 결국 남편의 잔인한 배신이었다.
 
"사고로 인한 일이니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내의 죽음에 대하여 강씨가 남긴 한 마디가 어쩌면 그의 깊은 본심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순간이 아니었을까.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수사 당국이 하루빨리 강씨를 대면 조사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해낼 것을 촉구했다. 또한 아직도 필리핀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장및빛 희망을 꿈꾸고 있을 강씨에게는, 그가 아내에게 저질렀던 것처럼 또다른 배신과 거짓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일침을 날렸다.
그것이알고싶다 태안저수지살인사건 김상중 마약범죄 필리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