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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번만요" 이효리에게 기업들 댓글 폭주한 까닭

[하성태의 사이드뷰] 광고 출연 선언한 이효리에 대한 단상

23.07.16 12:46최종업데이트23.07.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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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니콜> 남북 합작 광고의 한 장면 ⓒ 삼성애니콜


영화 <공작> 속 황정민은 남한 스파이 흑금성을 연기했다.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흑금성은 김정일을 만나기까지 한다. 실화다. <공작>은 그 흑금성이 이성민이 연기한 북의 고위간부 신의를 쌓고 1997년 이른바 총풍 사건을 막기 위한 활약을 긴장감 넘치는 영화 언어로 실감 나게 그린다.
 
<공작> 속 흑금성의 대외적인 최종 목표가 바로 남북 합작 광고다. 맞다. 이 역시 실화다. 2005년 중국 상하이에서 찍은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 광고다. 마침 광복 60주년이었고, 지금 돌아봐도 기념비적인 광고였다.
 
남과 북의 여성 유명인이 각각 주인공으로 나섰다. 북한 무용수 조명애는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로 국내 언론에도 유명세를 탔다. 이에 필적한 여성 스타? 맞다. 이효리였다. <공작>에서 이효리는 카메오로 출연해 에필로그의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일화를 길어 올린 건 짐작하다시피 이효리 때문이다. 명실상부 '광고 퀸', '완판 스타'였다. 8년으로 아이유가 기록을 깨기까지, '소주 업계 최장수 모델'의 영예도 이효리가 최초였다. 2017년 '서울' 앨범 공개 당시 한 예능에 출연해 "저 돈 쓸 만큼 많잖아요"라며 이효리만이 할 수 있는 소위 '플렉스'를 자랑한 근간 중 하나도 어마어마한 광고 수입들이 바탕이 됐을 터다.

2012년까지 그랬다. 당시 이효리는 상업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5년째 지속했던 소주 광고 모델 역시 그때 그만뒀다. 이효리가 채식을 선언하고 환경문제를 비롯해 한창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던 때였다.
 
당시 이효리는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의 매체 인터뷰에서 "환경에도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샴푸 광고도 못하겠더라"며 "그 전에 좋았던 게 지금은 싫다. 자본주의의 꽃이었던 내가,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고무적"이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듬해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선 이렇게도 설명했다.
 
"(식품 광고를 출연하면서) 저는 그걸 먹고 살을 뺀 게 아니고 그 화장품을 발라서 예뻐진 게 아닌데 자꾸 사람들한테 '이것만 있으면'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는 별 생각 없었는데 어느 순간 오래 활동하다 보니 대중과 오랜 친구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제는 솔직히 얘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 그 제품을 쓰면서 광고하는 분들도 많긴 한데 저는 아니었다."

광고 스타 이효리의 어제와 오늘
 

이효리 가수가 23일 사전 녹화뒤 공개된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vN

 
2013년 이효리는 이상순과 결혼해 제주도에 둥지를 텄다. 그에 앞서 채식 경험을 털어 놓은 이효리는 "우유라든지 동물 실험을 한 상품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도 했다. 이후 이효리는 2018년 남편인 이상순과 부부가 모델로 나선 구두 브랜드 수제화 '아지오' 등을 제외하고 일절 상업 광고에 출연하지 않았다.

JTBC <효리네 민박>에 "30억 대 광고를 거절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이효리. 그가 11년 만에 상업 광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13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남겼다. 그러자, 76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이효리 소셜 미디어가 난리가 났다. 실로 진풍경이 펼쳐졌다.
 
 '삼성에서 왔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얼굴을 한 계정이 댓글을 달았다. 물론, 사칭 계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이버 시리즈가, 티웨이 항공이, 쿠팡이, BMW 코리아가 댓글을 달았다. 이번엔 진짜다. '완판 스타' 이효리를 모셔가기 위한 프로포즈 대회가 열린 듯 했다. 대기업부터 광고 대행사까지, 온갖 공식 계정들이 달려들었다. 이효리를 응원하는 일반인들의 댓글도 줄줄이 달렸다. 14일 오후 6시 현재 댓글만 1만 여개가 달렸다. 좋아요는 20만개에 육박했다.
 
이효리 금천구 홍보대사 임명시 혜택
-금천구 관개 '이효리 도로 신설
-안양천 효리포토존 설치
-금천구청 구내식당 평생 무료권
-관내 버스, 지하철 요금 본인&가족 평생 무료(....)
-이효리 생일 5/10로 금천구민의 날 변경
-금천구 유튜브, 인스타, 소식지 등 SNS에 이효리 관련 소식 매일 게재

지자체 관공서 계정까지 참전했다. 일종의 댓글 놀이가 시작된 셈이다. 자회사에 맞는 캐릭터를 제안한다. 구체적인 계약금 대신 자사에 맞는 '조공'(?)으로 유혹한다. 금천구 계정처럼 가상의 제안으로 사용자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마치 각 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자들의 재치 대회가 펼쳐진 듯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소셜 미디어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이다. tvN <댄스가스 유랑단>에 출연 중인 이효리의 현 이미지를 반영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만 하다. 광고에 출연하지 않는 기간에도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든 이효리는 그런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번 연출했다. 이효리의 작금의 이미지 또한 이러한 장면들의 연쇄가 보탬이 됐을 터다. 그의 광고 출연 선언이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효리의 새로운 챕터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던 회사가 안정되고, 해고됐던 분들도 다시 복직되면 정말 좋겠다."
 
지난 2014년 12월, 이효리가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 글 중 일부다. 그러면서 이효리는 "그렇게만 된다면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 입고 춤이라도 추고 싶다"고도 했다. "티볼리 광고 출연 어떠신지요"라는 누리꾼의 댓글엔 "써주기만 한다면 무료라도 좋다"는 답글을 달았다. 언론에선 쌍용차 측에 이효리의 티볼리 광고 출연 여부를 문의하기도 했다.

물론, 이효리의 티볼리 광고 출연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대신 이효리는 더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켜냈다. 당시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7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던 때였다. 국제 노동계에서도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의 농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효리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당 농성을 접하고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마음에 소셜미디어 글을 게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업 광고만큼이나 큰 파장을 낳았다. 최근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여당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는 노란봉투법이 처음 논의됐던 것도 그때였다. 

일회성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았다. 이효리는 수입 억대 광고 출연을 마다하는 대신 다론 곳에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영향력을 펼칠 대상들을 말이다. 한창 소셜미디어가 유행하던 시절, 이효리는 당시 소신을 마음껏 드러내기도 했다.

일례로 1000번째 수요 집회를 앞뒀던 2011년 12월, 이효리는 본인 트위터에 "잊혀 가는 할머니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밤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후 2017년 발매한 6집 '서울' 앨범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다이아몬드'를 수록하며 그 소신을 작품으로 펼쳐 놓았다. 이에 대해 이효리는 당시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제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기사를 보다가 그런 가사가 떠올라서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거창하게 제가 막 이렇게 할 수는 없고.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꼭 위안부 할머니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어떤 권력이나 무슨 기업에 맞서 싸우시다가 힘 없이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게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그분들에게 뭔가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큰데 그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이제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곡으로 한번 표현해 보자 해서 이 곡을 썼고 마침 이적 오빠도 너무 좋다 같이 도와주고 싶다 해서 듀엣곡을 같이 부르게 됐어요."


최근 방영 중인 <댄스가스 유랑단>에서 이효리는 리더를 맡고 있다. 예의 그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더 없이 어울리는 자리다. 언니 김완선, 엄정화와 동생 보아, 화사를 잇는 중간 허리 역할에도 충실하다. 그러면서 종종 눈물을 훔치곤 한다. 데뷔 25년에 가까운 이효리도 어느새 40대 중반에 이르렀다. 관록이란 표현이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 이효리가 다시 광고 출연을 선언했다. 팬들은 물론 대중도, 광고주도 입을 모아 환호한다. '자본주의의 꽃'에 손을 벌리는 연예인과 같은 비딱한 시선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광고 출연 중단 선언 전후로 보여줬던 소신도, 강단도 벌써 시간이 훌쩍 흐른 이제는 젊었던 날들의 추억이 됐다. 그러한 면모들마저 지난날의 스타이자 인간 이효리의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언제, 어떤 광고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효리가 어떤 광고에 출연하든 대중들은 응원할 것이다. 그 응원을 자양분 삼아 관이, 기업들이 슈퍼스타 이효리를 모셔갈 것이다. 그렇게 1979년생 이효리는 인생의 또 다른 챕터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마치 18년 전 기념비적인 애니콜 광고에 출연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연예인으로서는 전무후무한 행보를 기록해 나가면서.
덧붙이는 글 브런치, 얼룩소 등에 게재합니다.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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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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