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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19년 만에 총파업 "코로나 땐 '영웅', 끝나니 토사구팽"

[현장] 폭우 속 노동자들 "1인당 환자 10명, 화장실도 못가"... 복지부 "업무복귀 명령 검토"

등록 2023.07.13 18:32수정 2023.07.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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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1일차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노동자 4만 여명이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13일부터 이틀간 19년 만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고강도·장시간 노동은 더 심해진 반면 처우는 그대로라 인력 이탈이 심각하고,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수가 10명을 넘어설 정도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은 코로나 사태 때 정부 명령에 따라 일반환자를 내보내고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전환했던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 확대도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9월 비슷한 요구로 파업 직전까지 갔던 보건의료노조에게 공공의료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팬데믹이 끝나자 흐지부지됐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때 희생했던 공공병원들은 현재 병상 가동률이 50%도 안돼 경영난에 직면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코로나 땐 그렇게 영웅이라 칭송하더니 이제는 토사구팽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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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1일차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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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1일차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2시간 야근은 기본, 밥도 못 먹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간호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임상병리사 등은 굵은 빗줄기 속에 병원이 아닌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섰다. 이들은 "보건의료 확충하라", "공공의료 확충하라"를 외쳤다.

경남 양산에서 상경한 8년차 간호사 장아무개(29)씨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1년에 4명이 새로 입사한다면 3명은 나간다"라며 "(일이 바빠) 식사를 못할 때도 있고, 하더라도 10분 이내로 한다"고 토로했다. 모대학 의료원에서 20년째 일하는 최아무개(50)씨는 "흉부외과 전담 간호사의 경우 (업무강도가 높아) 1~2년 안에 다 나간다"라며 "수술이 있을 때는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밥도 못 먹는다"고 했다.

부산 지역 병원에서 3년째 간호사로 일하는 엄아무개(28)씨는 "(신입이 들어와도) 6~7주 정도 트레이닝을 거친 뒤 독립해서 일하는데, 신규 간호사들이 감당하기엔 환자수가 너무 많다"라며 "인력충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의료 현장은 지금 인력 대란"이라며 "보건의료노동자의 66%가 이직을 고려하고 신규간호사의 52.8%가 1년 안에 사직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최소한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이라도 보장되면 좋겠다"면서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들도 욕창, 낙상 등 각종 의료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했다.


25년차 간호사인 공지현 한양대의료원 지부장은 "경력 10년 차가 돼도 퇴근 시간을 2시간 이상 넘기는 게 일상"이라며 "간호사 한 명이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했다.

동헌 남원의료원 지부장은 "코로나 때 환자를 치료했던 공공병원들은 감염병 전담병원 해제 이후에도 의사와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병상 가동률이 40%를 넘지 못해 매월 적자가 8억원에서 20억원까지 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2021년 9월 노·정 합의대로 공공의료 확충을 강화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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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1일차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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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1일차 집회가 열렸다. ⓒ 권우성

 
"참다 참다 19년만의 파업"... 복지부 장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의료기관 주5일제 등을 요구했던 지난 200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8만여 명 중 간호사는 약 65%를 차지한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번 파업이 최근 간호사 처우 개선 등 내용을 담은 간호법 제정 무산에 따른 정치 파업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이에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통화에서 "쟁의권을 확보해 합법적으로 파업하고 있고, 간호조무사 등이 간호사 외 직종도 함께 참여하는 파업이기에 간호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는 "환자 안전을 위해 참다 참다 19년만의 파업"이라며 "정부가 '불법' 파업이라 하는데, 의대증원 반대를 외치던 의사 파업 땐 불법의 'ㅂ'자라도 꺼냈나"라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일단 이틀간의 파업을 예고한 상태지만, 복지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파업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 여부는 복지부 대응에 달려있다"라며 "실무 선에서 논의가 오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을 못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대해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간호사 #보건의료노조 #복지부 #공공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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