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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고3학생이 목동 학원가 뉴스보고 열불 난 이유

'수능 사태 토론회'서 "교육 주체별 다른 현실" 지적... 수능 절대평가 전환 제시한 전문가도

등록 2023.07.05 18:01수정 2023.07.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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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학원에 수능 시험과 관련된 광고 문구가 쓰여져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한 뉴스에서 수능 사태 고교생 의견을 듣는다고 카메라를 들고 갔다. 뉴스의 결론은 고교생들은 정시 확대를 지지한다는 것이었다. 2분 남짓한 뉴스를 보며 열불이 났다. 왜냐면, 고교생 전체를 취재한다면서 서울 목동으로 가서 학원을 마친 학생들만 취재했다. 전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목동에만 애들 있나?"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능 사태, 학생·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긴급토론회 현장.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학교에 재학 중인 김경훈 학생(고3)이 최근 입시 관련 논란에 쓴소리를 던지자, 현장에선 웃음과 박수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입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지역, 소득수준 등 여러 요건에 따라 다양한 교육주체 별로 의견이 나뉘는데, 정시 수요가 높은 특정 여론만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매일 '고3기출' 풀며 든 생각... "모든 논쟁, 교육 아닌 입시 치우친 현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 지시와 교육부의 잇따른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 이후 교육계가 연일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선 수능 중심의 입시 개선을 넘어 줄 세우기식 교육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제기됐다.

김 군은 "모든 교육 논쟁이 입시 논쟁에 치우친 현실"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킬러문항이라는 게 교육 문제를 풀 마법의 열쇠가 아닌데, 논쟁이 과열돼 교육 전체의 문제로서 멈춰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근본적 문제는 수능 제도 자체에 있다고 짚었다. 매일 '고3기출문제'를 풀며 자신이 느낀 '변별력'의 모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수능의 원래 목적과 달리) 아예 교육 과정 자체가 대학 입시로만 이뤄져 있다. 입시가 교육 과정을 따라가야 하는데, (거꾸로) 교육 과정이 입시를 따라가는 이상한 흐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사회과 문제를 보면, 표를 보고 계산을 많이 하는 문제 위주로 출제돼 있는데, 이걸 변별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좋은 교육정책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킬러문항 잘 풀기일까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국영수 잘하기, 3년간 고통 받기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재력은 넘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아, 낙오 되면 나는 버려지는 거구나, 하는 아이들이 제 주변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 군은 자신의 관심분야인 교육 정책을 위해 5년 넘게 활동한 일들을 줄줄이 열거하면서 "대학 입시에 얼마나 쓰이는가, 하나도 쓸 수 없다. 이 경험들이 다 필요가 없다. '대학은 못가겠다'는 말이 나온다"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학생들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어떤 정책을 만들어도 필요 없다"면서 "교육의 본 위치를 찾기 위한 교육정책 토론이 가열차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명 다한 수능에 심폐소생하는 토론, 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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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능사태, 학생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 조혜지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이날 토론에서 '근본적 개혁'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다른 지역은) 킬러 문항은 아예 준비조차 안 했다. 킬러문항이 필요한 (소수의) 학생들 때문에 모든 것이 마치 혼란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짚었다.

킬러문항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점에 둘 문제의식은 '수능' 자체에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는 왜 변별력을 걱정하는가. 변별력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라고 되물으면서 "수명을 다한 수능에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초점 맞추고 토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교육정책만큼은 안착, 일몰 등의 말이 택도 없다는 것을 지난 많은 정권들을 지나오며 겪어왔다"면서 "그런데 자사고도 다시 살아났다. 분명 2025년에는 없앤다고 했는데, 사교육 경감시킨다면서 특목고를 존치시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저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관련 논쟁이 촉발 했을 때) 이번에 한번 바꿔보자, 지혜를 모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시각을 전환해서, 뭐가 더 옳고, 누가 더 공정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이기도 한 채송화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은 킬러 문항 배제를 "교사로서 공감하고 동의한다"면서도 "본질적 해법이냐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수능으로 대표되는 경쟁 중심의 대입 전형이 유지되는 이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자사고 존치 발표 이후 "현장에선 교육부 발표로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사교육까지 자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도 했다.

채 위원은 이날 토론에서 "수능에 대한 문제의식은 현장 교사도 공감하고, 교과 과정을 준수해 출제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까' 라는 질문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면서 "학교에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라고 해서 하고 있는데, 수능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욕망, '킬러 없다' 무 자르듯 간단히 해결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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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통지일인 2021년 12월 10일 한 학생이 통지표를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토론 발제자로 나선 정미라 교육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문제풀이 달인"을 양성하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로 우선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적 욕망을 무 자르듯 간단히 해결할 수 있나? 꾸준히 계속되어온 사교육비의 근본 대책이 필요하지, '킬러는 이제 안 낸다!'로는 해결 안 된다. 부디 학교 상황을 봐주시라. 1차 지필고사가 끝나면 (킬러문항이 필요한) 4% 외 나머지 학생들은 이런 고민들을 한다. '저 희망이 있을까요'..."

정 부소장은 "이미 초고난도 출제는 변별력을 잃었다. 아이들은 이미 문제 풀이의 달인이다. 달인들을 더 변별한다는 것은 'N수생(졸업생 수능 응시자)'을 끊임없이 양산할 뿐이다"라면서 "수능 상대평가는 네가 져야 내가 이기는 제도다. 인간은 경험치를 가지고 인생을 산다. 학생들은 협력, 소통보다 경쟁을 선택한다. 그 모습 어디에서 가장 볼 수 있나. 국회다.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 소통과 협력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교에서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 마무리께 입시와 교육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본질적 고민'을 언급했다. 강 의원은 "제도가 의식을 바꾼다는 것은 중요한 말이다. 큰 틀에서 수능 사태가 교육 방향과 본질을 고민할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 부분을 갖고 정쟁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킬러문항 #수능 #입시 #교육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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