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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뒤집혀서 종일 의대 얘기" 킬러문항 배제에 서울대까지 '반수' 바람

[현장취재] 학원가 반수생 등록 러시에 "이례적" 평가... 의대·한의대 연쇄이동 불러오나

등록 2023.07.05 07:01수정 2023.07.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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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실명 대자보가 붙어 있다. "7월 5일 자진 철거하겠다"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6월 말 즈음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 소중한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수능이 쉬워졌으니 (아빠가) 지금이라도 반수 준비해서 의대에 가라고 강요를 시작하더라."

최근 대학교 인터넷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서울대 게시판에는 한 학생이 의대 반수(대학을 다니며 다시 입시준비)를 강요하는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사연을 올렸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문항 배제 등을 공식화하자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학생은 "아빠는 완전 의사라는 직종에 눈이 뒤집혀서 하루 종일 의대 얘기만 하더라. 진짜 연 끊고 싶을 정도로 진절머리 난다"고 토로했다. 

4일 오후 1학기 종강을 맞아 한산해진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학생회관에서 만난 이상민(화학부, 14학번)씨는 "1학기 마치고 적응 못한 학생들은 반수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원가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킬러문항 배제가) 반수 결심한 서울대생한테는 기폭제가 됐을 것"이라며 "솔직히 서울대 1학년 학생들은 준비를 많이 안하더라도 실전문제만 몰아서 풀면 (목표 달성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 내 학생 연쇄 이동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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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 소중한

 
학원가 관계자들도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반수를 준비·문의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7월은 반수 모집이 끝나는 시점인데 올해는 문의가 들어오고, 등록도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반수 이슈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수는 심리적 요인이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수능 난이도가 완화된다면 반수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그간 없던 '7월 반수' 수요가 생긴 것은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들어 (수능 난이도가 완화되는) 흐름이 지속되면 대학생들도 취업전략 일환으로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해 반수를 선택할 수 있다"며 "대학 내 학생들의 연쇄적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수 수요는 서울대뿐 아니라 중상위권 대학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입시컨설팅 업체 이튼교육 관계자는 "킬러문항 때문에 반수가 부담돼 주저하던 중상위권 대학생들이 의대·한의대·치대·약대·수의대 반수에 승부를 걸어보는 것 같다"며 "수요도 늘었고, 갑자기 반수를 결정한 사례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목동 학원가 관계자도 "대통령의 킬러문항 발언 이후 '물수능'이 예측되면서 반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년도 수능에서 아쉬운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이 다시 도전해 보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에 붙은 실명 대자보 "막무가내식 방향전환, 수능 불확정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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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실명 대자보가 붙어 있다. "7월 5일 자진 철거하겠다"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6월 말 즈음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 김화빈

 
대체로 수험생들은 6·9월 모의평가를 통해 수능 난이도를 짐작하지만,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6월 모의평가 결과를 지표로 쓰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명문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반수 욕구까지 높아지면서 입시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서울대에는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판하는 실명 대자보가 게시됐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서울대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17학번 김민형' 명의의 대자보에는 "(대통령이) 현재의 교육정책과 수능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주요 3과목 중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적은 국어에서 EBS 교재와 연계돼 나온 정답률 80%의 비문학 문제를 '지문 주제가 과학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략) '킬러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았을 것"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윤석열 대통령은 예비고사·본고사 체제의 대학입시를 경험했다. 학력고사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외우고 있는지 평가한다면 수능은 지식 활용 여부를 평가한다"며 "수능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가 수능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개입하려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뢰와 예고가 담보되지 않은 막무가내식 방향 전환은 응시의 기회가 중요한 수능에서 불확정성을 증대시킨다"며 "대통령의 첫 발언일을 기준으로 9월 모의고사는 83일, 수능은 154일이 남았다. 교육부와 평가원의 몇 년간의 고민보다 수능 5달 전 대통령이 던진 한 마디가 수능 출제 방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올바른지 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킬러문항 #수능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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