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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제명 데이원... "병원비·식비 외상 못갚아" 지역상인 울상

직원 월급도 7개월 째 못줘... 농구단 "내부 재정문제 정리 후 지불할 계획"

등록 2023.06.26 13:18수정 2023.06.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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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열린 '고양 데이원 점퍼스' 창단식.(당시 팀명은 '고양 캐롯 점퍼스') 이날 행사에는 현재 구속된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도 참석했다. ⓒ 고양신문

 
최근 재정난 악화로 임금 체불 등의 물의를 빚은 고양 데이원 점퍼스(이하 데이원)가 지난 16일 한국농구연맹(KBL) 최초로 제명됐다. KBL이 부산시와 함께 데이원을 인수할 기업을 물색 중이라 밝혀 고양을 떠나는 것이 잠정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데이원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외상금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등 지역사회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앞서 데이원은 지난해 2021-22시즌을 끝으로 운영을 포기한 고양 오리온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속적인 적자를 겪는 자본잠식 상태여서 '무책임한 인수'가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데이원은 캐롯손해보험(이하 캐롯손보)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해 운영비를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원사인 캐롯손보마저 지난 2022년 보험금 지급여력비율이 149.1%로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3월 후원 계약을 중단했다.

캐롯손보의 이탈로 데이원 운영비 대부분을 책임지는 후원사가 공석이 되자 데이원의 자금난은 심각해졌다. 급기야는 KBL 가입비를 지연 납부한 것을 시작으로 선수와 직원 월급 지급마저 몇 개월씩 밀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KBL은 데이원을 프로농구에서 제명했다. 

데이원 재정난, 지역사회 피해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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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원에서 A병원에 발송한 공문 일부. (선수명과 비고 내용은 비공개) ⓒ 고양신문

 
데이원의 재정난은 농구단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에도 큰 피해를 줬다. 농구단에 여러 편의를 제공해 온 고양체육관 인근 소상공인들에게 외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데이원 측에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일산서구에 위치한 A병원은 2월 한 달간 소속 선수들에게 7차례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농구단에서 지급할 누적 병원비는 총 89만6800원이다. 그러나 농구단은 당초 공문에 기재된 납부 일자인 지난 4월 30일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병원비 지급을 미뤄왔다.


오리온스 시절부터 통상적으로 지역 소상공인들과는 법적 계약 없이 외상으로 처리 후 다음 달 비용을 지급해 왔기에 인근 상인들은 데이원의 비용 지급을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A병원 소속 김경미(46세) 교수는 "당초 지급하기로 한 기한은 3월이었지만 농구단 쪽에서 이를 4월 말로 연기했고 현재까지 구체적인 지급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외상금에 대해 데이원에 문의했으나, 담당 직원으로부터 자신들도 월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해 추후 처리할 예정이라는 답변만 받았다"라고 밝혔다.

A병원뿐 아니라 인근 약국, 의원, 식당 등도 외상금을 못 받은 상태다. 이들은 모두 데이원으로부터 외상으로 지급하겠다는 구두 약속만 받고, 현재까지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인근 약국을 운영 중인 B씨는 "데이원 쪽에서 구두로 약을 외상으로 구매 후 갚지 않았다"면서 "타 업체들의 외상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지역농구단인 만큼 서운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농구단 자금담당자는 "내부적으로 재정 문제를 정리한 후, 신세를 졌던 지역 소상공인들을 단계적으로 접촉해 밀린 외상금을 지불할 계획"이라며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김용빈 대표가 구속되는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자금 수급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구단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현재 데이원 스포츠는 지역상인 외상금 뿐 아니라 청소 용역업체에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도 미납한 상태다. 선수단을 포함한 직원들의 월급 또한 현재까지 약 7개월 정도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단 관계자는 "16일 열린 'KBL 제28기 제5회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 결정 내용'을 대표님께 보고한 후 외상금 및 체납 임금 지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BL 회원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농구단 존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지역 상인들에 대한 외상금이 모두 지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고양 #데이원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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