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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에서 온 예술가들, '영주댐 해체' 외친 이유

[현장] 예술행동 '금호강 디디다', 우리 하천의 원형 내성천을 찾다

등록 2023.06.26 10:42수정 2023.06.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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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예술행동 프로젝트침 '금호강 디디다' 예술가들이 내성천을 찾아 우리강 원형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우와 시원하다, 우와 깨끗하다!"

24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우래교 아래 내성천을 찾은 젊은 예술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예술행동 프로젝트팀 '금호강 디디다' 예술가들이 이날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을 찾아 내성천에 깃든 것이다. 내성천에 깃들어 내성천을 오롯이 느껴보기 위해서.

국악과 영화, 디자인, 미술, 연출 등 각자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당근, 지구, 안경, 아로, 망고란 닉네임을 가진 다섯 예술가들이 필자(두루미)의 안내로 내성천을 찾은 것이다.

금호강을 위해 뭉치다 ... '금호강 디디다' 프로젝트 예술행동

이들은 원래 대구의 하천 금호강을 위해 뭉친 예술가들이다. 금호강을 주제로 예술행동을 기획하면서 모인 프로젝트 예술행동팀으로 대구를 관통하며 흐르는 금호강을 제대로 기록하고 기억하고, 또 사람들에게 금호강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작당을 벌이는 중인 것이다.

그 구상을 위해서 그동안 금호강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그 과정에서 금호강의 원래 모습이 궁금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연장선에서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을 찾게 된 것이다. 내성천에서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를 찾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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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 내성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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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물길을 걷다. 예술행동 예술가들이 금호강 물길을 걷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들은 이날 예천 우래교를 시작으로 영주 무섬마을과 영주댐과 보조댐인 유사조절지 그리고 지난 5월 큰 사회 문제가 됐던, 예천군 보문면장 주도로 벌어진 내성천변 왕버들 싹쓸이 벌목 현장까지 둘러보는 일정으로 이날 내성천을 찾았다(관련기사: 내성천 수백 그루 나무 싹쓸이 벌목, 왜? https://omn.kr/23mw8).

첫 행선지인 우래교 아래 내성천은 지난 며칠 전 내린 비로 물든 흙탕물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완전히 맑은 물은 아니었지만 맑음을 되찾아가는 물길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깊이도 제법 되고 물살도 센 편이었다.


그래도 물길을 따라 걷기엔 지장이 없어, 이들은 우래교 아래를 시작으로 하류로 물길을 따라 내성천을 걸었다.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저 멀리 백로 한 마리는 날아와 사냥을 하고, 꼬마물떼새 같은 물새와 꾀꼬리 같은 산새들은 환영의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있었다.

11시 남짓한 오전 시간이라 햇살은 따갑진 않았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과 물새와 산새 소리 가득한 그곳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내성천에 그대로 깃든 것이다.

내성천을 오감으로 오롯이 느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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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만나는 내성천 ⓒ 정수근

     
한참을 따라 걷다가 이들은 모래톱으로 올라와 소리로 강을 느껴보기 위하여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눈을 감고 소리로만 강을 느껴본 것이다. 인공의 소리가 차단된 그곳에는 오직 자연의 소리만 낮게 깔린다. 산새와 물새 소리, 바람 소리와 물결 소리가 낮게 깔린 그곳에서 모래톱에 등을 대고 누워서 내성천을 오감으로 오롯이 느껴본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쩌면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어 다시 물길을 따라 걷다가 오래된 왕버들 그늘로 들어가 따가워진 햇살을 피해 섰다. 100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왕버들이 바위산 아래 홀로 자라나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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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정도 되어보이는 왕버들 그늘 아래서 예술가들이 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4월 예천군에서는 이런 아름드리 왕버들을 마구잡이 싹쓸이 벌목을 해버려서 전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 그때 무참히 잘려나간 왕버들도 이와 같은 나무였다.

왕버들 그늘 아래서 잠시 쉬고는 이제 물길을 거슬러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내려갈 땐 쉽지만 물길을 거스르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살도 세 걷기가 만만치 않다. 물길을 거스르는 물고기들의 힘겨움을 알 것만도 같다.

무섬마을과 무용지물 영주댐

힘겹게 강을 나와 이들은 무섬마을로 향했다. 무섬마을은 영주댐 바로 아래 물돌이마을로 마을 전체가 국가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오래된 전통 한옥마을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내성천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이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까지 지정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무섬마을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 하나의 명물인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현대식 다리가 없던 시절 주민들이 강을 건너던 그 나무 다리가 지금은 이 마을의 명물이 됐다. 그 명물 외나무다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이들은 두 번째 외나무다리로 가 그 위에 걸터앉아 시원스레 흘러가는 내성천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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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의 명물 외나무다리를 걷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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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동 예술가들이 외나무다리에 걸터앉아 내성천 물길을 감상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모래톱을 스쳐 흘러가는 모래의 강 내성천을 오롯이 느껴본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조금 상류로 올라가면 사라지게 된다. 이런 내성천에 거대한 댐이 들어선 것이다. 바로 영주댐이다. 마지막 4대강사업 작품이다.

이 영주댐은 내성천의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감입곡류(嵌入曲流)의 사행하천(蛇行河川) 내성천의 특징을 잘 보여주던, 구불구불 흘러가면서 내성천에서도 가장 풍경이 아름다웠던 바로 그곳에 댐이 들어선 것이다. 내성천의 중류에 들어선 영주댐의 목적은 어이없게도 낙동강의 수질 개선이다. 그러나 댐이 지어지고 난 후 연중 1급수가 흘렀던 내성천에 녹조가 대량으로 번성해 5~6급수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무용지물 영주댐이 되어버린 것이다. 천하에 쓸모를 상실한 댐 영주댐으로 인해서 수질은 말할 것도 없고 내성천 생태계만 점점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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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에 들어선 영주댐.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이 댐은 지독한 녹조 창궐로 무용지물 댐으로 전락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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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의 녹조. 6월에 벌써 시작된 영주댐 녹조. 이런 물로 낙동강 수질개선은 어불성설.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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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의 보조댐 유사조절댐을 둘러보고 있는 예술가들. 이곳 역시 녹조가 시작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게다가 문화재 이주단지가 아직도 완성이 안돼 준공도 못하고 있는 댐이 바로 영주댐이다. 환경단체 활동가들로부터 "저 무용지물 댐만 사라지면 내성천은 세상 아름답게 부활할 것이다"라는 탄식과 기대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녹색 댐 해체가 정답 .... 영주댐을 해체하라!

그러나 기대는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6월 벌써 녹조가 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댐의 상류 부분으로 올라갈수록 강의 빛깔이 점점 뚜렷해졌다. 완전한 녹색 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녹조는 독이다. 그것도 청산가리 6600배에 해당하는 맹독을 지니고 있다.

연중 1급수가 흐르던 내성천에 물길을 막아서 맑은 물은커녕 이제는 녹조 독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니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그것은 저 무용지물 댐이 사라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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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동 프로젝트팀 '금호강 디디다' 예술가들이 영주댐 해체를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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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은 살아있다, 영주댐을 해체하라! ⓒ 정수근

   
그래서 이들은 내성천 물길을 걸으면서 함께 외쳤던 것이다.

"내성천 살아있다. 영주댐을 해체하라!"
"영주댐 해체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십수년 동안 내성천을 오가면서 내성천을 기록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금호강 #예술행동 #내성천 #무섬마을 #영주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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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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