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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경기 9QS' 고영표, 리그 최고 잠수함의 위엄

[KBO리그] 21일 롯데전 7이닝 4피안타 1실점 승리, kt 위닝시리즈 확보

23.06.22 09:19최종업데이트23.06.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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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 ⓒ kt위즈

 
kt가 안방에서 이틀 연속으로 롯데를 꺾고 중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4안타를 때려내며 8-2로 승리했다. 롯데를 연패로 몰아 넣으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kt는 이날 선두 SSG 랜더스에게 2-3으로 패하며 3연패에 빠진 5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줄이며 중위권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28승 2무 34패).

kt는 1-1로 맞선 3회 2사1, 2루에서 역전 적시타를 때린 박병호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톱타자 김상수가 3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고 김민혁, 앤서니 알포드, 황재균, 안치영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단 3명의 투수만 올리며 가볍게 경기를 끝냈고 역시 7이닝을 책임진 선발투수의 호투가 단연 돋보였다.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9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투수 고영표가 그 주인공이다.

1989년, 잠수함 선발투수의 전성시대

지금은 고영표를 비롯해 SSG의 박종훈, 두산 베어스의 최원준, 최근 불펜으로 전환한 롯데 자이언츠의 한현희 등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잠수함 투수들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잠수함 선발투수는 구단별로 한두 명 정도는 있을 정도로 비교적 흔했다. 특히 1989년은 KBO리그 역사상 잠수함 선발투수 최고의 호황기로 꼽힐 정도로 잠수함 선발투수의 위상이 대단했다.

1989년 21승 198탈삼진 평균자책점 1.17로 투수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한 '국보' 선동열에 이은 리그 넘버2 투수는 아직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언더핸드 투수 박정현이었다. 1989년 38경기에 등판해 무려 17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박정현은 242.2이닝을 소화하며 19승 10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15의 눈부신 성적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이닝 부문에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1989년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잠수함 투수가 등장한 해이기도 하다. 바로 통산 152승과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 10년 연속 세 자리 수 탈삼진에 빛나는 현 kt의 감독 이강철이다. 광주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이강철은 1989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루키 시즌부터 36경기에서 15승 8패 5세이브 3.23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그해 다승과 이닝(195.1) 부문에서 나란히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빙그레 이글스의 '초대 에이스' 한희민(영동군 리틀야구단 감독)이 마지막 전성기를 누렸던 시즌도 1989년이었다. 1986년 빙그레에 입단해 이상군(천안북일고 감독)과 함께 빙그레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3년 동안 38승을 올렸던 한희민은 1989년 30경기에 등판해 16승 4패 6세이브 2.50의 성적을 기록했다. 1989년 '원투펀치' 한희민과 이상군이 32승을 합작한 빙그레는 1988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 밖에 삼성 라이온즈의 잠수함 에이스 김성길이 12번의 완투와 함께 233.2이닝을 책임지며 14승 11패 2세이브 2.81의 성적을 올렸다.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전성기가 길지 않았던 OB베어스의 김진욱도 11승 9패 3세이브 3.35로 마지막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잠수함 선발투수는 점점 줄어 들었고 2000년대 이후로는 대부분의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이 아닌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13경기 9QS, 흔들림 없는 '체인지업 마스터'

이강철 감독의 동국대 직속 후배인 고영표는 대학시절부터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에 지명됐다. 하지만 대학시절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고영표는 프로 입단 후 2016년까지 불펜투수로 나섰다. 2015년부터 2년 동안 1군에서 99경기에 등판해 5승 8패 5홀드를 기록했지만 불펜은 고영표에게 썩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2017년 김진욱 감독이 부임하면서 고영표는 선발투수로 변신했고 2017년과 2018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비록 2년 연속 규정이닝을 아쉽게 채우지 못했고 승(14승)보다 패(21패)가 더 많았지만 고영표는 오랜만에 리그에 등장한 전문 잠수함 선발투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프로에서 5년의 시간(2014년 퓨처스리그 포함)을 보낸 고영표는 2019년 1월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2021 시즌 팀에 복귀했을 때 하위권을 전전하던 kt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으로 성장했고 고영표는 복귀 시즌 11승 6패 1홀드 2.92로 kt의 창단 첫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고영표는 2022년 시즌에도 13승 8패 3.26의 성적으로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고 이닝도 2021년 166.2이닝, 2022년 182.1이닝으로 늘어나며 자타가 공인하는 kt의 토종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에도 외국인 투수들의 심한 기복과 소형준의 부상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홀로 꾸준한 투구를 선보이며 kt의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한 고영표는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6승 3패 3.04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고영표는 2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도 7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비자책 1실점 호투로 롯데 나균안(5이닝 6실점)과의 토종에이스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고영표는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대표팀에 선발돼 중요한 경기마다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비록 대표팀에서의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5.52(14.2이닝 9실점)로 썩 좋지 않았지만 그만큼 고영표는 대표팀에서도 믿음을 주는 투수라는 뜻이다.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고영표가 현존하는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투수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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