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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외국인 고용허가 거부는 행복추구권 등 침해"

노동자-사용자간 계약 합의의사 밝혔음에도 고용허가 불허한 고용노동청에 시정권고 결정

등록 2023.06.22 14:34수정 2023.06.2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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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아래 '인권위')가 외국인노동자와 사용자간 근로계약의사를 밝혔음에도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고용허가 불가'를 통보한 고용노동청에 시정권고를 결정하였다. 

인권위는 지난 19일 '귀책사유 없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허가서 발급 거부는, 행복추구권 및 직장선택의 자유 침해'라고 결정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용허가제로 적법하게 입국한 외국인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어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보호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피진정기관이, 구직등록기간 경과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피해자에게 고용허가서 발급을 거부한 것은 피해자의 행복추구권 및 직장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당 결정문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 A씨는 2022년 9월 19일 고용노동청에 사업장변경 신청을 하였고 노동청으로부터 '외국인근로자 구직등록필증'을 교부 받았다. 이후 12월 15일 광주광역시 소재 B사업장 알선을 받았고, 다음날인 12월 16일 면접심사를 거쳐 B사업장과 A씨는 근로계약에 합의하였다. 

피해자의 외국인 구직등록 필증에 기재된 기한 마감일은 12월 19일로, B사업장은 관할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12월 19일 이내 근무처변경 허가에 대해 문의하였고,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예약업무 일정으로 12월 29일 방문 안내를 받았다. 이후 고용노동청은 기간 도과를 이유로 B사업장에 대한 A씨 고용허가를 불허하였다. 결국 A씨는 본인의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청이 고용허가를 불허하여 강제출국 위기에 처해 이를 구제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 대해 부천고용노동청에 시정권고 결정한 인권위

이에 대해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2019년에 고의나 중과실이 없이 구직등록기간이 경과하여 미등록 근로자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고용 허가를 통한 합법적 체류 지위의 외국인 근로자로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부천고용노동청에 권고하였고, 해당 고용노동청이 이 권고를 수용한바 있다"며, "사업장에서 해당 노동자를 채용할 의사를 문서로 제출하는 등 당사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A씨의 고의나 과실로 구직기간이 만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적법하게 입국한 A씨에게 고용허가 발급을 불허한 것은 고용허가제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A씨가 미등록 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방지하여야 할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청이 보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권위는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고용노동청은 정해진 기간 내에 고용허가서 발급과 근무처변경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기간이 만료되었으므로 A씨에 대한 고용허가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에 한국 2년 연속 2등급 분류

지난 15일 미국 국무부는 2023 인신매매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2년 연속 2등급 국가로 분류하였다. 그 내용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 사이에 인신매매가 만연해 있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관리들은 인신매매를 다른 범죄와 혼동하고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은 1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를 국제사회가 정한 것과 일치하도록 수정할 것을 권고한다. 


위 인권위 침해구제 결정 사례를 미국무부 보고서의 '인신매매'까지 연결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호하여야 할 법적 의무'에 대해 말하는 인권위의 결정과 '정부관리들이 이주노동자 인신매매 범죄를 다른범죄와 혼동하고 있고 이에 대해 경미한 처벌'로 일관하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하는 미국무부의 보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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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대회 ⓒ 이건희

 
한편, 민주노총 이주노조 부위원장 섹알마문은 "고용센터에서 행정처리 문제로 이주노동자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등록'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않게 발생한다"며 "이주노조나 인권단체가 문제제기를 하면 그제서야 구제를 받기도 하는데, 고용허가제 담당공무원 스스로 '외국인노동자가 열악한 처우에 놓이는 것을 예방하고 권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 '파이팅챈스'에 함께 게재합니다.
#인권침해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외국인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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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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