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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등 의열단 없었다면 역사는 얼마나 부끄러운가"

'밀양 의열을 논하다' 행사... 김춘복, 김언호, 안경환, 이원규, 김영범, 이준식 등 참여

등록 2023.06.18 11:12수정 2023.06.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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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 ⓒ 윤성효

 
"밀양이 낳은 불세출의 영웅인 약산 김원봉(1898~1958)의 업적을 빼놓고서는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의 발자취는 너무도 큽니다. 그럼에도 정작 당신은 이데올로기의 제약으로 남북한 모두의 역사에서 발자취가 지워지고 만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밀양문학회 고문 김춘복 소설가가 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에서 열린 '밀양의열문학제' 환영사에서 한 말이다. 밀양문학회가 밀양시의 후원의 받아 올해로 다섯 번째 '문학제'를 연 것이다.

밀양 출신으로 지금까지 정부에서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91명이다. 김원봉 선생뿐만 아니라 석정 윤세주 선생 등 30여 명이 의열거리에 있는 '해천' 주변에서 태어났다. 이곳에는 의열기념관·체험관, 윤세주 생가 등이 조성돼 있다.

약산 선생에 대해, 김춘복 고문은 "그동안 국내외 여러 학자가 당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통일론자, 민족주의자임을 입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매레에서 평전, 소설, 영화, 뮤지컬로 공감대를 형성함에 발 맞춰 20여 년 전만 해도 당신의 이름 석자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했던 밀양에서도 2008년 밀양독립운동기념관 개관을 효시로, 의열기념관 개관, 밀양독립운동테마거리 등 숭고한 의열정신을 게승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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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복 밀양문학회 고문이 17일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밀양을 중심으로 해서 투사들의 흔적을 복원시켜"

이어 (사)'약산김원봉과함께'가 참여한 가운데 '밀양 의열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최필숙 전 교사의 사회로 김언호 한길사 대표, 김영범 대구대 명예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이원규 작가,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이철진 동서대 교수, 김금희 밀양아리랑콘텐츠사업단 단장, 황규열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밀양 출신인 김언호 대표는 "어릴 때부터 김종직 선생과 김원봉 장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구체적으로 누가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그분들의 정신이 우리 세대에는 각인이 돼 있다"며 "지난해 약산김원봉과함께를 조직했다. 늦었지만 김원봉 선생과 의열단원들이 하고자 했던 독립정신, 민족정신을 기리고, 밀양을 중심으로 해서 투사들의 흔적을 복원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법과 문학 사이>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 등 책을 펴낸 안경환 교수는 "단장면 감물리에서 태어난 황용주는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민족주의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이고, 이후 필화사건으로 제거됐다"며 "평생 일기장을 저한테 주고 갔고, 읽다보니 현대사와 관련한 내용이 많아 책으로 내게 됐다"고 소개했다.


평전 <민족혁명가 김원봉>을 쓴 이원규 작가는 "독립운동가의 자료를 모으면서 어려서부터 배운 독립운동사 넘어 또 다른 독립운동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또래 사람들은 우리 손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밀양에 와서 김원봉 선생을 비롯한 의열단 관련 채록을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그런 열패감은 사라졌다. 의열단이 없었으면 우리 역사가 얼마나 부끄러운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940년 중국 충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로 창설된 광복군 총사령관인 백산(白山) 지청천(池靑天, 1888~1957) 장군의 외손자인 이준식 전 관장은 "외할아버지와 김원봉 장군이 신흥무관학교, 광복군 등 활동을 같이 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김원봉 선생에 대해 쓴 글이나 발언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고, 어머니께서도 약산 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는 "영화 <암살>에는 김원봉 선생의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밀양 사람 김원봉이요' 하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당시에는 밀양 사람이라고 하면 통했던 것 같다"며 "일제는 조선사람들이 파벌의식이 강해서 밀양 사람들이 의열단을 만들도 다른 지역 출신한테는 배타적이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은 목숨을 걸어야 했고, 일제에 발각이 되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것이며, 그래서 믿을만한 사람과 혁명운동을 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도 같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 <의열단, 민족혁명당, 조선의용대의 영혼 윤세주> 등 책·논문을 쓴 김영범 교수는 "사회학 전공이지만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광복군 관련 자료를 보면서 틀에 짜여진 것 같고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선의용대와 의열단혁명간부학교 등 자료를 분석하면서 더 깊이 빠져들었다. 윤세주 출생 100주년 기념 학술회의 때 논문을 발표했고, 계속해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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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 왼쪽부터 김언호 한길사 대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이원규 작가, 김영범 대구대 명예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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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 왼쪽부터 이철진 동서대 교수, 김금희 밀양아리랑콘텐츠사업단 단장, 황규열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 윤성효

 
밀양독립운동테마거리 조성 등에 참여하고 있는 이철진 교수는 "이전에는 자료가 부족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관광 차원에서 밀양이 가장 자랑할만한 소재는 의열단, 의열거리, 의열기념관 등이라 생각한다"라며 "많은 국민이 의열단의 역사와 사실들을 잘 받아들이도록 하고, 관광객과 주민이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황규열 소장은 "20년 전 어느 사람이 여러 사진과 문서를 들고 찾아왔고, 뒤에 알고 보니 그 분이 윤세주 선생의 유족이었다. 지역 전문가들과 자료를 분석해 보니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더 깊이 있게 알아보자고 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에 연구소가 만들어졌다"며 "그때까지만 밀양 출신 가운데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56명이었다. 이후 발굴을 해서 지금은 91명으로 늘어났다. 밀양 독립운동가들을 전국에 알리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희 단장은 "김원봉 장군을 비롯한 의열단원들은 독립운동을 백 번 외치는 거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던 사람들이다. 백 번 말보다 한 번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밀양에 있는 독립운동 관련 거리와 뮤지컬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통해 김원봉과 윤세주 등 의열단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최필숙 교사는 오는 10월에 '여자 의열단원'에 대해 조명하는 행사를 열 것이라고 했다. 여자 의열단원은 밀양 출신인 현계옥 독립운동가를 말한다.

김영범 교수는 "현계옥은 밀양 출신으로, 김원봉 선생을 찾아가 의열단에 넣어달라고 해서 기초훈련을 받고 나중에 폭탄 운반을 돕게 된다"며 "김원봉 선생의 부인인 박차정 열사가 의열단원이 됐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이 되지 않는데, 박차정 열사가 의열단원이 아니었다면 현계옥 열사는 유일한 여자 의열단원이 된다"라고 말했다.

현계옥 독립운동가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17세에 기생이 됐고 노래와 악기, 연주 등 재능이 뛰어났다. 1920년대 기생의 인권조합을 만들어 활동하다 일제의 감시 대상이 되고 체포를 당하기도 했다. 영화 <밀정>에서 한지민이 맡았던 역할이 현계옥 독립운동가다.

최필숙 교사는 "영화 <암살> <밀정>이 나오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고, 그것은 곧 문화가 됐다"고 짚었다.

행사장 옆에 있는 밀양교회는 참가자들을 위해 생수를 무료로 나눠주었다.

밀양의열문학제 이후 같은 장소에서는 뮤지컬 <독립군 아리랑, 의백> 공연이 벌어졌고, 옆에 있는 의열거리에서는 '해천 페스타' 행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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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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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늦은 오후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회 밀양의열문학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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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밀양 의열거리 특설무대에서 열린 뮤지컬 <독립군 아리랑, 의백> 공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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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밀양 의열거리에서 열린 '해천 페스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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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밀양 의열거리에서 열린 '해천 페스타'. ⓒ 윤성효

#의열단 #약산 김원봉 #밀양의열문학제 #밀양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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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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