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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장이 대통령기록관 압수 영장 8번 발부한 까닭

[인터뷰②]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 "그 영장 공개됐으면 좋겠다"

등록 2023.06.19 04:45수정 2023.06.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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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9일 오후 검찰관계자가 대통령기록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검찰은 강제 어민 북송,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 등과 관련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섰다. ⓒ 연합뉴스

 
압수수색 전성시대. 이 상황에서 대통령기록관도 예외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1년간, 대통령기록관은 총 열한 번 압수수색 영장을 마주해야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해 한 번,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관련해 두 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 여덟 번이다. 영장이 집행된 일수로 헤아려보면 무려 193일이나 된다(사건별로 중복 포함).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어떤 날은 검찰에서 세 팀이 동시에 압수수색을 온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주목 받는 이유는, 주로 전임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이어서도 있지만, 또하나 중요한 점은 압수수색의 대상이 주로 법적으로 엄격히 보호하고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이기 때문이다. 지정기록물은 최장 30년까지 보호기간을 정해놓고 관리된다. 그 기간 안에 외부에서 해당 기록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이건 개헌선으로 매우 문턱이 높다),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다. 따라서 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을 손에 든 검찰에 의해 대통령기록관이 시쳇말로 자꾸 '털리게' 되면, 근본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의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기록을 제대로 생산하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한 사건에 한번은 모르겠지만, 한 사건에 대해 영장을 여덟 차례나 발부하는 건 지나친 것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반전이 숨겨져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영장은 대전고등법원장이 발부했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영장은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했다. 그런데 단 한 차례 발부된 월성 1호기 영장의 집행기간은 2022년 8월 19일부터 2023년 2월 1일까지 거의 6개월이었다. 심 전 관장의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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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은 횟수는 여러 번이지만, 이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판사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13일 인터뷰 하고 있는 심성보 전 대통령기록관장. ⓒ 이희훈

   
"월성 1호기의 영장은 그 범위가 대단히 넓었다. 그래서 검찰이 영장 범위 안에 있는 1항 찾고, 2항 찾고, 3항 찾고, 또 다시 1항에 대해서 1시기 찾고, 2시기 찾고, 3시기 찾고… 이런 방식으로 6개월 동안 영장을 집행한 거다."

한마디로 검찰이 자유롭게 뒤질 수 있는 영장을 내줬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은 달랐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보면, 영장은 여덟 번 발부됐지만, 각 영장이 집행된 기간이 대부분 하루 이틀이었고, 길어도 2주 안에 끝났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을까?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은, 논리적으로 설명하자면, 하나의 기록물을 보기 위해서는 영장이 세 번 필요하도록 발부되어 있었다. 첫 번째 영장은 기록물의 목록을 볼 수 있는 목록 열람 영장이었다. 그리고 나서 검사가 그 중 본문을 열람해야겠다는 기록물 제목을 적시해서 다시 영장을 청구하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기록물을 볼 수 있게 하지 않았다. 두 번째 영장은 그 기록물 본문의 첫 쪽만 볼 수 있는 영장을 발부했다."

첫 쪽만? 왜?


"보통 첫 쪽에 개요나 기록물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사가 그 첫 페이지를 보고 진짜 이 기록물이 필요하다면 재차 청구하게 했고, 판사는 그때 필요성을 다시 판단하여 비로소 사본을 교부 받을 수 있도록 세번째 영장을 발부했다."

심 전 관장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하면, 국회의 의결이든 법원의 영장이든 최소한만 열람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영장은 횟수는 여러 번이지만, 이 최소한의 원칙에 대한 판사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기록관장으로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상황은 영장의 범위를 놓고 종종 다툼을 수반하게 된다"면서 "개인적인 바람은, 사건이 모두 종료되면 이번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들이 공개돼서 다른 영장 발부에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관 #심성보 #압수수색 #검찰 #고등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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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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