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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했던 코로나와의 전쟁... 이제 존폐를 걱정합니다

[코로나 끝나니 무너지는 공공의료①] 공공병원이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

등록 2023.06.19 14:14수정 2023.06.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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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들이닥친 후 3년 4개월 동안 각 지역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고군분투했던 감염병 전담병원들이 최근 경영 악화 등에 놓이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 의료원 종사자들이 보건의료노조를 통해 보내온 글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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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의료원 전경. ⓒ 천안의료원

 
2020년 2월 1일 충청남도에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부족하다며 기존 병상가동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 왔고, 이때부터 천안의료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의 전환이 시작 되었다.

2월 20일부터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했고, 21일 복지부에서 병동 소개명령이 내려졌다. 3일 이내로 전체 병동을 비우고 확진자 치료가 가능하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이었다. 2월 26일 확진자를 수용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동선확보 등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하루 늦춰 2월 27일 격리를 위한 벽 공사를 진행하며 직원·확진자 간 공간을 분리하고 동선을 확보한 뒤 늦은 저녁부터 확진자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짧은시간 동안 격리병동을 만들다보니 전쟁 전 전초전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감염병 전담병원은 2022년 6월 11일 해제 될 때까지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되었다. 영웅, 천사 등등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많은 찬사들이 넘쳐나는 기간이었다.

그렇게 코로나와 전쟁을 치른 지금, 천안의료원은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에서 빠져 나왔는지 모르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그동안 헌신해 온 공공병원들은 경영적자 때문에 임금체불과 존폐를 걱정하고 있는 현실이며 아직도 코로나의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반병원 전환 1년... 천안의료원의 현실

천안의료원도 일반병원으로 전환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병상가동률은 4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의료수입이 확연히 줄어 매달 수십억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코로나 관련 이외의 의사들은 떠나갔고, 다시 공고를 내고 채용하려하지만, 채워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사 수 부족문제는 천안의료원 예외가 아니었으며 의사연봉을 30~40% 올려서 주겠다고 해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채워지지 않는 진료과와 그 기간동안 떠나 다른병원으로 간 환자들, 이로인한 경영손실, 이것이 지금 천안의료원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다른공공병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1월말 기준 지방의료원의 병상이용률은 42.9%로 절반도 채 가동이 안 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80% 이상을 유지하던 것과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전담병원들이 회복하는데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고, 지금 전담병원을 했던 공공병원들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정부는 전담병원 지정해제일로부터 6개월의 회복기 손실만을 보상했다. 그리고 이제 그 보상마저 끝긴 상황이다.

환자가 없는 것이 우리의 잘못인가?

많은 학자들은 앞으로도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다시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어떤 의료기관이 감염병전담병원의 역할을 수행할까? 그때까지 남아있는 공공병원이 있을까? 지금 공공병원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장담하기 어렵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까지... 그동안 공공병원들은 정부의 명령에 따라 열심히 감염병을 막기 위해 헌신해왔다. 그러나 감염병이 끝나면 정부는 매번 태도를 바꿨다.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이번에는 이전과 다르겠지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일해왔지만, 이번에도 예상은 빗나갔다. 국가적 의료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요구에 응답하며 전담병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가장 오랜 기간 헌신해온 공공병원에 대해 국가가 보일 수 있는 기본적 도리가 이 정도란 말인가?

얼마 전 도청 공무원들과 병원 노동조합이 간담회를 했다. 노동조합은 의료원 상황이 이러니 중앙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도에서라도 지원해달라고, 다만 회복이 어느 정도 될 때까지라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대답은 없고, 자체적으로 노력해서 위기를 넘어 보라고 했다.

그들은 단지 공무원을 파견해서 경영을 도와주겠다는 해법을 가지고 왔다. 도청 공무원이 오면 부족한 의료인력이, 떠난 환자가 되돌아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오히려 경영을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생길 뿐이다. 이것이 국가가, 그리고 지방정부가 자기들 어려울 때 이용하고, 이제는 필요 없어진 공공병원을 대하는 태도다.

이대로면 대한민국 공공의료 붕괴는 시간문제

지방의료원들이 위치해 있는 곳들은 대부분 지역 내 필수의료가 요구되는 소도시이거나 의료 취약지역이다. 지역 내 필수의료를 제공하다 보니 높은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이 낮고,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다. 돈 많이 벌 수 있었으면 민간에서 투자했을 것이다.

천안의료원도 예외는 아니다. 응급실에서만 한해에 수십 억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번에는 도에서 소아과를 개설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아과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비용은 고스란히 의료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되고, 결국에 남아있는 직원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코로나 전담병원 수행 후 발생하고 있는 경영악화와 지역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공익적 비용, 그 어느 하나도 정부는 책임 있게 지원하려 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2023년 예산편성과 추경예산을 아무리 찾아봐도 공공병원들의 회복기 지원 예산은 없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단순히 공공의료기관들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공공병원에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하는 일 말고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통해서 배우고 대비해야 한다. 또 다른 감염병이 올 것을 대비해서 국가의 감염병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하며, 공공병원 의료인력들을 훈련시키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헌신한 공공병원이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취약계층의 빈곤이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공의료가 더욱더 확대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정부는 이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재정투입을 통해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지부 지부장입니다.
#천안의료원 #공공의료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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