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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한국선수권, '세계선수권 얼음' 위에서 치른다

해외 경쟁력 위해 빙질 개선 의견 많았다... 연맹 "해외 아이스메이커 초청"

23.06.16 18:11최종업데이트23.06.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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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뢰슬리스버거(오른쪽)이 김기한(왼쪽) 아이스메이커와 함께 지난 강릉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빙질을 조성하는 모습. ⓒ 대한컬링연맹 제공

 
컬링 국가대표 선발전에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 환경의 빙질이 조성된다. 아이스의 적응에 따라 국제 경쟁력에 대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컬링계 내부에서의 목소리를 대한컬링연맹이 수용한 결과다.

대한컬링연맹은 오는 22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 스위스 출신의 아이스 테크니션 스테판 뢰슬리스버거(Stefan Röthlisberger)를 초청한다고 밝혔다. 스테판 뢰슬리스버거는 지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2023 강릉 컬링 세계선수권의 아이스 테크니션으로 나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간 컬링계 내부에서는 국제대회나 해외 투어 대회의 수준에 준하는 빙질로 국내대회를 치를 것을 요구해왔다. 일부 선수와 지도자들 역시 국제대회에서의 선전을 위해 해외 아이스메이커의 초청을 원했다. 연맹이 결국 이를 받아들여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국제대회 수준에 걸맞는 아이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빙질도 훌륭하지만... "공정성" 요구 많았다

컬링에서 빙질 조성, 그리고 그에 따른 아이스 리딩은 중요하다. 각 국가는 물론 한국 내에서도 지역 경기장마다 습도와 외부 기온의 조건이 다르고, 당일 상황에 따라서도 매 경기 빙질이 달라진다. 스톤을 투구할 때 들어가는 힘, 그리고 컬(투구된 스톤이 회전하면서 휘듯 들어가는 것)에 대한 감각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장에 가장 많은 힘을 불어넣는 것이 아이스 테크니션 크루들의 영향이다. 국내에서 많은 경력을 쌓고 있는 국내 아이스메이커가 만드는 빙질도 훌륭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아이스 감각을 국제경기에 맞게끔 하기 위해서 국제대회 빙질 조성을 대거 담당했던 스테판 뢰슬리스버거를 초청했다는 것이 연맹의 설명이다.

특히 처음으로 해외 투어나 국제대회에 나선 국내 선수들이 부진하는 이유가 아이스 감각을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컬링계 일각에서 나온 것도 그의 초청을 성사시켰다. 한 지도자는 "해외 아이스메이커를 초청해 한국에서 세계대회에 맞는 빙질을 조성해야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며 주장하기도 했다.

빙질에 따른 공정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행 국내 대회의 아이스 테크니션은 국내 구장의 빙질 조성을 하다가 대회가 있을 때 투입되는 방식이다.

구장마다 환경이 다른 것이 경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경기장의 아이스메이커가 투입되는 것'에 따른 변수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결국 공정한 대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늘상 경험하지 않는 아이스를 만들자'는 주장의 지배력이 컸다는 것 역시 연맹의 설명.

우여곡절 끝 성사... 국가대표 선발전 아이스 책임진다
 

22일부터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강릉컬링센터. ⓒ 박장식

 
이렇듯 국내 대회에 해외 아이스메이커를 초청해 선수들이 해외 빙질에 적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지만, 연맹의 자금 흐름이 좋지 않게 흐르며 국내대회 자체가 파행을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이러한 의견은 '예산 부족'이라는 아쉬움 속에 성사되기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강릉 컬링 믹스더블·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면서 해외 아이스 테크니션들이 한국을 방문할 계기가 만들어졌다. 한상호 회장 등 연맹 지도부에서도 당시 현장을 찾은 해외 아이스 테크니션에게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의 빙질 조성을 해달라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했고, 결국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걸림돌은 비용이었다. 국내대회 개최에도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해외 아이스 테크니션을 초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컬링연맹이 대한체육회의 관련 지원 사업을 통과하는 데 성공하면서 해외 아이스 테크니션을 초청하는 것과 관련한 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한국컬링선수권대회의 아이스를 책임지게 된 스테판 뢰슬리스버거는 17일 한국에 입국한다. 스테판 뢰슬리스버거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동안 김홍영, 채병호, 이준영, 권동근 아이스메이커와 함께 강릉컬링센터의 빙질 조성에 나선다는 것이 대한컬링연맹의 설명이다.

이번 시도가 국내 선수, 특히 유망주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컬링인은 "해외 컬링장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국제대회에 준하는 아이스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한국선수권에 나서는 학생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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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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