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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투표권, 내정간섭 수단" 권성동 주장 따져보니

유권자 중 외국인 비율 0.2%, 투표율 13.3%... '당락 좌우' 근거 미약

등록 2023.06.13 14:40수정 2023.06.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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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 자리에 앉고 있다. ⓒ 남소연


여야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회동 관련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다. 

권 의원은 "싱 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보여준 언행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그리고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라며 "현재 약 10만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반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투표권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방선거는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거구에서 투표가 이루어진다"라며 "이와 같은 선거방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국인의 거주 양상과 결합 되면, 외국인 투표권이 민의를 왜곡할 여지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권성동 의원의 주장처럼 중국인들의 투표권이 대한민국 내정간섭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총 유권자 중 외국인 유권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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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외국인 선거인 선거권자 수와 투표율 ⓒ 임병도

 
현행 공직선거법 제15조 2항에 따르면,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에게는 지방선거에 한해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의 주장처럼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78.9%인 대략 10만 여명이 중국 국적이라는 사실은 맞다(2022년 3월 말 기준). 대한민국 내 외국인 선거권자 수를 보면 ▲제5회 지방선거(2010년 6월 2일) 1만2875명 ▲제6회 지방선거(2014년 6월 4일) 4만8428명 ▲제7회 지방선거 (2018년 6월 13일) 10만6205명 ▲제8회 지방선거 12만7623명이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의 총선거인 수는 4430만3449명이었고 이중 외국인은 12만7623명으로, 이는 총 유권자의 0.2%에 불과했다. 더구나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을 보면 2010년 35.2%에서 2014년 16.7%, 2018년 13.5%, 2022년 13.3%로 하락하는 추세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선거에서 미치는 영향이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통령 선거처럼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경우라면 낮은 투표율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지방선거'에선 그들의 투표가 당락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 단정하긴 어렵다. 

더욱이 전체 외국인 유권자(12만7623명)의 70%가 서울(3만8032명)과 경기(5만1243명) 두 지역에 몰려있다. 한국인 유권자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 편중됐다는 점은 외국인 유권자들이 특정 지역에서 유의미한 득표로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6월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외국인 선거인들의 투표수를 모두 합치면 1만 6천여 표이다. 이 정도의 투표 수를 근거로 외국인 투표권이 '중국의 내정간섭 수단'이라고 단정하는 건 지나친 주장 아닐까.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무조건 폐지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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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지방선거 개표 모습 ⓒ 중앙선관위

 
지난해 1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우리 국민은 영주권을 가져도 해당국에서 투표권이 없는데, 상대 국민은 우리나라에서 투표권을 갖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상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투표권 부여는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선거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주의 위반'은 외국인들은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면 우리나라에서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도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거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한·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이유는 재일한국인 후손의 법적 지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먼저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면 일본도 재일한국인에게 투표권을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외국인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대한민국이 먼저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물론 개선돼야 할 점도 있다.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주는 대다수 국가들이 엄격하게 제한 요건을 두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의무 거주 제한이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 외국인의 투표권을 제한하거나 의무 거주 기간 요건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정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개선에 무게를 둬야 한다. 이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법을 개정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임에도, 제도 개선보다는 정쟁에 몰두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며 논란만 양산하는 것 같아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외국인 유권자 #중국 #지방선거 #권성동 #내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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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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