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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혼자서는 벅찬 정선민호

라트비아 원정 평가전 모두 패배... 아시아컵 앞두고 불안감

23.06.12 15:33최종업데이트23.06.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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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하나만으로는 국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리웠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최근 라트비아 전지훈련을 통해 치른 두 번의 원정 평가전을 모두 패배로 마감했다. 10일 1차전에서 60-82, 22점차 대패를 당한 대표팀 11일 2차전에서도 50-76, 26점차로 완패하며 오히려 득점은 더 줄고 점수차는 더 벌어졌다.
 
특히 2차전 4쿼터에는 라트비아가 20점을 넣는 동안 단 1점도 넣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아무리 친선 평가전이고 전력을 다한 경기는 아니였다고 해도, 엄연히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치른 국가대항전에서 엄청난 치욕이었다.
 
불과 1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정선민호는 지난해 8월 2022 FIBA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같은 상대인 라트비아를 청주로 불러들여 평가전 2연전을 가졌다. 당시 한국은 두 경기 모두 라트비아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1차전 56-55, 2차전 71-66(연장전)으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홈 어드밴티지'를 누린 측면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에이스 박지수도 없는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다.
 
이번에는 박지수가 돌아왔는데도 완패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공황장애 증세로 농구월드컵 대표팀에서 낙마하고 소속팀에서도 장기간 공백기를 거쳤던 박지수는 부상을 털고 대표팀에 복귀했다. 강이슬-김단비-박지현-진안 등 현재 WKBL에서 활약중인 최정예 선수들도 모두 합류했다. 하지만 대표팀 소집후 치른 첫 정식 평가전이자 1년 만의 원정에서 벌어진 리턴매치에서 라트비아에게 그야말로 완벽하게 복수당했다.
 
이번 평가전의 유일한 소득도 한계도 바로 박지수였다. 그녀가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대표팀에 미치는 존재감이 달랐다. 박비수는 1차전에서 불과 20분 42초만 출전하고도 15점 10리바운드도 더블-더블을 기록했고, 2차전에서는 13분 53초를 출전하여 11점 5리바운드로 분전했다. 정선민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되는 박지수의 컨디션을 배려하여 평가전에서 출전시간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지수에게는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박지수 외에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2차전의 강이슬(10점) 뿐이었다. 한국은 우려한 대로 라트비아의 높이에 고전했다. 한국은 그나마 박지수가 있을 때는 어느 정도 버텨냈지만, 그가 벤치로 물러나자 골밑 수비가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2차전에서 리바운드는 26-47로 거의 두 배 차이까지 벌어졌다.
 
단신팀이 장신팀을 상대할 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슛, 스피드, 활동량에 있다. 한국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 패싱길목을 차단하는 압박수비로 볼핸들러를 괴롭히고, 속공과 외곽슛으로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많은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정선민호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라트비아전에서 정선민호는 상대보다 더 많은 슛을 시도했으나 필드골 성공률은 26.6%(17/64)-46.2%로 최악의 슛감을 드러냄 라트비아와 현저한 격차를 드러냈다. 또한 한국은 적극적인 수비로 16개의 가로채기에 성공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공수전환과 슛 난조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오히려 15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소집되어 한 달 가까이 훈련을 했는데도 선수들의 체력과 경기감각은 실망스러웠다.
 
라트비아는 세계무대 기준에서 강팀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에선 25위로 12위의 한국보다 크게 뒤진다. 물론 랭킹이 실제 전력을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국제대회에서 만난다면 한국이 그나마 1승 제물로 꼽을 만한 팀이다. 이런 라트비아를 상대로 최정예 멤버를 동원하고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정도라면, 전력이 더 뛰어난 중국-일본이나 다른 유럽팀을 상대로는 더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팀은 오는 26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2023 FIBA 아시아컵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대회들을 잇달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컵에서 중국, 뉴질랜드, 레바논과 A조에 속하며 험난한 일정을 예고했다. 아시아컵에서 최소한 4위 안에 들어야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에 진출할 수 있는데, 개막까지는 이제 2주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박지수가 아시아컵에서도 30분 이상을 소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현실적으로 선수구성에서 더 이상 추가할 수 있을 만한 전력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이 빨리 올라오기를 기다리며, 평가전에서는 숨겨둔 비장의 전술이라도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정선민호의 미래가 걱정스러워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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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대표팀 정선민호 박지수 라트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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